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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승인 1위는 '배민'…보호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들 [스프]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플랫폼 노동자

안혜민 마부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비가 한바탕 내리고 나니 날씨가 선선해졌습니다. 환절기인지라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들리는데 독자 여러분, 건강 조심하길 바랄게요. 아 참, 독자 여러분은 혹시 지난주 근로자의 날 잘 쉬었나요? 마부뉴스 제작진은 오랜만에 찾아온 평일 휴일을 즐기면서 기쁜 마음으로 요즘 핫하다는 요아정을 시켜 먹었습니다. 30분도 채 걸리지 않고 배달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냠냠 먹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달 노동자들은 왜 오늘 쉬지 않는 거지?"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노동법 밖에 있는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그중에서 배달 노동자들을 포함해 플랫폼 경제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가 주인공입니다. 플랫폼 노동자의 현재 실태는 어떤지, 또 어떤 제도로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근로자의 날에 못 쉬는 플랫폼 노동자 79만 명

우리가 근로자의 날로 쉬는 5월 1일은 국제 노동자의 날입니다.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죠. 우리나라에선 근로자의 날로 불리지만 다른 나라에선 노동절 혹은 노동자의 날로도 불리기도 합니다. 근로자의 날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유급휴일로 지정되어 있어요. 즉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노동자들은 근로자의 날에 쉴 수 있는 거죠. 혹 일을 하더라도 휴일근무 형태로 운영이 되어야 하고요.

그런데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노동자'라는 말이 조금 심상치 않죠? 만약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노동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법적으로 쉴 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의 제11조 항에는 적용범위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즉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의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기준 밖에 위치하고 있는 거죠.

뿐만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나 프리랜서 같이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일하는 비임금 노동자들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의 울타리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분명히 이들 모두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근로자의 날에 쉴 수 없는 겁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다루려고 하는 플랫폼 노동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임금 노동자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산더미이지만, 오늘은 플랫폼 노동자에 집중해 볼게요. 플랫폼 노동자는 정말 최근에 새로 생긴 노동 형태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를 갖고 있다 보니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디지털 노동플랫폼이 탄생했고, 그 플랫폼 위에서 노동을 하는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한 거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플랫폼 노동 시장은 크게 증가했어요.

안혜민 마부뉴스
규모는 크게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법적 테두리 안에 포함되지 않다 보니 그 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정부의 통계도 부족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고용노동부에선 한국고용정보원과 함께 2021년부터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제 막 발걸음을 뗀 통계라 2021년과 2022년 자료뿐이지만, 이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의 플랫폼 노동자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죠.

한국고용정보원에선 전국 15~69세 5만 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해서 플랫폼 종사자의 규모를 추산했습니다. 최근 3개월 동안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수입을 얻었다고 대답한, 넓은 의미의 플랫폼 종사자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291만 9,000명이었어요. 지난 2021년 조사 때의 219만 7,000명보다 72만 명, 그러니까 32.9% 늘어난 수치입니다. 좀 더 세밀한 기준을 세워서 좁은 의미의 플랫폼 종사자 규모를 추정해 보면 그 규모는 79만 5,000명으로 나옵니다. 역시 21년과 비교해서 20.3% 증가했죠.
 
Q. 정확히 '플랫폼 노동자'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아직 법적으로 구체적인 플랫폼 노동자 기준이 있진 않습니다. 다만 2020년 7월, 당시 일자리위원회의 '플랫폼노동과 일자리 TF'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조건 네 가지가 제시됐어요.

1.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서비스(용역) 또는 가상재화 생산 노동
2.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short jobs, projects, tasks)를 구할 것
3. 디지털 플랫폼이 보수(payment)를 중개할 것
4. 일거리가 특정인이 아니라 다수에게 열려있을 것

한국고용정보원은 이 기준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를 발라내서 규모를 추정해 본 겁니다. 참고로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자산을 임대하는 건 위 조건 중 첫 번째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니까 플랫폼 노동자에 속하지 않아요. 또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가전제품 수리 기사들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조건 4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로 볼 수 없어요.
 

코로나 이후 주춤한 배달업…가사와 돌봄이 뜬다

안혜민 마부뉴스
플랫폼 노동자 규모의 확장을 이끈 게 배달 노동자라는 건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데이터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죠. 위의 그래프는 통계청에서 달마다 진행하는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서 음식서비스의 거래액을 그린 자료입니다. 주문을 하면, 즉석으로 조리해 대면으로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음식서비스의 거래액은 조사를 시작한 2017년 1월 이후 쭈욱 상승세를 이어왔죠. 2022년 1월엔 한 달에만 무려 2조 4,313억 2,600만 원이라는 역대 최고 거래액을 찍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상이 회복되면서 음식배달 플랫폼에도 영향이 생겼어요.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 거래액이 정체하기 시작했거든요. 전년 동월비를 계산해 보면 2022년 5월 전까지 (+)를 찍지 않은 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5월 처음으로 전년 동월비 -3.2%를 찍었고, 2022년 7월부터 2023년 4월까지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어요.

배달 노동자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사이, 그 자리를 채운 건 다른 플랫폼 노동자들이었어요. 특히 주목할 만한 건 미술 등 창작활동 직종과 가사, 청소, 돌봄 플랫폼 노동자들입니다. 2021년과 2022년의 종사자 규모 변화를 살펴보면 가사, 청소, 돌봄 플랫폼 노동자들은 2만 8,000명에서 5만 3,000명으로 89.3% 늘어났습니다. 창작활동 플랫폼 노동자들도 1만 9,000명에서 3만 6,000명으로 급증했죠. 반면 배달과 배송, 운전 플랫폼 종사자들은 1년 사이에 2.2% 증가에 그쳤습니다.

안혜민 마부뉴스
이번엔 플랫폼 노동자의 수입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2022년 플랫폼 노동자가 플랫폼 노동으로 번 수입은 월평균 146만 4,000원으로 조사됐어요. 플랫폼 노동자의 평균 수입이 267만 3,000원이었는데 그중에 68.6%가 플랫폼 노동을 통해 얻는 수익이었죠. 물론 이 비율은 플랫폼 노동이 주업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플랫폼 노동이 주업인 경우엔 전체 수익의 94.3%가 플랫폼 노동에서 나왔고, 간헐적으로 참여하는 노동자들은 채 10%도 되질 않았어요.

특이하게도 간헐적으로 참가하는 사람들은 평균 월 수입이 400만 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22년 직장인들의 월평균 임금이 353만 원인데 이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만큼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에 취업해 있으면서 취미 수준에서 플랫폼 노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업종별로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플랫폼 노동이 주업인 사람들의 업종에 따른 월 수입을 살펴보면, IT 관련 서비스 종사자가 407만 9,000원의 플랫폼 노동 수입을 얻는 것으로 나왔어요. 다른 직종과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높았죠. 가장 수입 규모가 낮은 직종은 가사, 청소, 돌봄 플랫폼 종사자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이 플랫폼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124만 8,000만 원으로 IT의 30.6% 수준이었습니다.
 

보호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은 엄연히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지만 제도권 밖에 있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 포함되지 않고 있어요. 기본적인 계약서도 쓰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죠. 플랫폼 업체를 이용하면서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았다'는 응답이 남성은 41.7%, 여성은 57.4%였을 정도입니다. 거기에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비율까지 합치면 10명 중 6~7명은 사실상 계약 없이 노동하고 있는 겁니다.

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기본적인 제도이지만 여전히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그 혜택을 받고 있지 않아요. 그래도 2021년과 비교해 보면 2022년엔 조금은 나아지긴 했습니다. 2021년엔 플랫폼 노동자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비율이 29.1%에 불과했지만 2022년엔 46.4%로 조사됐거든요. 산재보험은 2021년 30.1%에서 2022년 36.5%로 증가했고요. 하지만 두 보험 모두 여전히 50%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이 중요한 건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산업 재해 건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체 플랫폼 노동자 중 64.5%를 차지하는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가 심각합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2022년 이륜차 교통사고 데이터를 분석해 봤는데, 교통사고 건수는 전년 대비 11.2% 줄었지만, 사망자 수가 5.4% 늘어났어요. 특히 이륜차 교통사고가 집중되는 시기는 배달앱 이용이 많은 평일 저녁 시간대였죠. 배달 이륜차가 늘어나면서 그게 이륜차 교통사고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안혜민 마부뉴스
그 영향인 걸까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산업재해 1위 기업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우아한형제들로 조사됐습니다. 윤건영 의원실에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데이터인데,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8개월 간 1,273건의 산재 승인이 이뤄졌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에도 산재 승인 건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산업재해는 건설사가 상위권을 차지하곤 했는데,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배달의민족뿐 아니라 또 다른 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도 산재 승인 건수 181건을 기록해 19위를 차지했습니다. 쿠팡은 쿠팡이츠를 포함해 4개 기업(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구센터 7위, 쿠팡 주식회사 8위, 쿠팡로지스틱스 14위)이 산재 승인 건수 상위 50위 안에 이름을 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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