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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주장했지만 결국에는 김정일 따라가는 김정은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변화에 대한 기대'에서 '보수 회귀'로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정식
북한이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전국 분주소장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분주소는 남한의 경찰에 해당하는 북한 사회안전성의 최말단 조직으로 우리의 파출소에 해당합니다. 말하자면 전국의 파출소장들을 모아 회의를 연 것인데, 북한이 전국 분주소장 회의를 개최한 것은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 11월 이후 처음입니다.

전국 분주소장 회의
분주소가 북한의 치안을 담당하는 가장 일선조직인 만큼 전국의 분주소장들을 모아 회의를 열었다면 의도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주민 일탈을 더욱 확실히 단속하고 통제를 더욱 철저히 하라는 의도일 것입니다.

이런 회의를 12년 만에 다시 열었다는 것은 주민 통제가 다소 느슨해져 있다는 방증이거나 북한 당국의 통제 의지가 과거에 비해 더욱 강력해졌다는 의미일 텐데, 김정은 총비서는 회의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사회주의 우리 조국을 침해하는 모든 요소들과 견결히 투쟁하는 예리한 칼날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북한 보수화, 다방면으로

북한의 보수화는 최근 들어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과 같은 이른바 '3대 악법' 제정을 통해 외부의 영상물이나 언어를 유포시키기만 해도 최대 사형에 처하는 극단의 통제를 도입했고, 경제 부문에서의 통제 또한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모든 양곡을 통일적으로 장악하겠다며 시장에서의 곡물 거래에 제한을 가하는가 하면, 국영상업망을 통한 유통을 강조함으로써 당국의 통제를 벗어난 시장에서의 물품 유통을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 실시됐던 경제 개혁 조치들이 후퇴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는데, 2021년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와 관리 밑에 경제를 움직이는 체계와 질서를 복원하고 강화하는 데 당적, 국가적 힘을 넣어야" 한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 ▶ 관련 기사 : '당국이냐 시장이냐, 북한에서도 치열한 싸움 중이다')

선전부문일꾼 강습회 보니

지난달(4월) 20일부터 23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선전부문일꾼 강습회는 북한 사회의 보수화 기조를 또 다른 측면에서 확인시켜 주는 계기였습니다.

이 대회에서 리일환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비서는 선전부문일꾼들이 "격변하는 현실에 부응하지 못하고 선전선동 사업에서 뚜렷한 개진이 이룩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언급했습니다. 북한 신세대들의 눈높이는 높아지는데 구태의연한 선전선동 방식으로 효과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반성한 것입니다.

제2차 선전부문일꾼 강습회
리일환은 그러면서 "새세대들의 정신적 성장을 당과 조국 앞에 책임져야 한다는 확고한 관점과 입장을 가지고" "전당과 온 사회의 사상적 일색화를 힘 있게 다그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위대한 김정은 시대를 누리에 떨치기 위함에 일심전력하는 열렬한 혁명가, 힘 있는 나팔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자라나는 세대들이 당에 대한 충성심을 잃고 있는 것은 1인 독재 체제에 머물러있는 북한 체제의 구태의연함에 기인하는 것인데, 북한 당국은 이러한 문제의 해법을 구태의연한 체제의 개혁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신세대들의 정신을 구태의연한 체제에 적응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변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의 눈높이를 과거 수준으로 되돌리라는 주문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혁신'은 '가짜 혁신'

물론, 북한도 '혁신'을 주장하고 있기는 합니다. 선전선동 방식에 혁신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혁신은 문제에 본질에 접근하는 혁신이 아니라, 북한 체제의 구태의연함을 포장하는 '가짜 혁신'입니다.

북한이 최근 제작한 김정은 찬양 뮤직비디오를 바로 이 '가짜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 화면은 북한이 최근에 만든 '친근한 어버이'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 가운데 일부인데, 제가 최근에 봤던 조선중앙TV 화면 가운데 가장 뜨악한 것이었습니다.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정식 북한 뮤직비디오 '친근한 어버이'
북한 나름으로는 신세대적인 뮤직비디오를 만든다고 만든 것 같은데, 김정은을 찬양하자는 체제 선전 내용을 열창하는 가수의 얼굴에 입힌 비디오가 극단의 부조화를 만들어냅니다. 뮤직비디오를 보며 작품에 젖어드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은 왜 저러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조선중앙TV를 통해 이 뮤직비디오를 본 북한 주민들이 "어처구니가 없다", "촌스러워 들어주지를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나름으로는 혁신적인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내용 자체가 구태의연함 그 자체이다 보니 북한 주민들에게 전혀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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