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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거리와 단거리를 동시 제패한 '육상의 레전드' [스프]

[별별스포츠+] 80년 만에 1,500m와 5,000m 석권했던 모로코의 육상 영웅 게루즈

스프 별별스포츠 게루즈
육상에서 100m부터 400m까지는 단거리, 800m와 1,500m는 중거리, 그리고 5,000m 이상은 장거리로 분류됩니다. 현대 육상에서 단거리 선수가 중거리나 장거리 종목에 출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거리 선수가 단거리나 장거리에 도전하는 경우도 매우 드뭅니다.

그러나 예외는 물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내용은 세계 육상 사상 정말 보기 힘든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최고의 무대 올림픽에서 중거리인 1,500m와 장거리인 5,000m를 같은 대회에서 제패한 모로코의 육상 영웅 히참 엘 게루즈(이하 게루즈)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라이벌 모르셀리 발에 걸려 통한의 꼴찌

1974년에 태어난 게루즈가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대회는 1995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1,500m에 출전했는데 당시 이 종목 세계 최강자는 알제리의 누레딘 모르셀리이었습니다. 모르셀리는 1970년생으로 게루즈보다 4살 많았고 둘 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 출신이어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모르셀리는 1991년 도쿄, 1993년 슈투트가르트 세계선수권 1,500m 2연패를 달성했고, 1995년 7월 12일, 3분 27초 37로 자신의 두 번째 1,500m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8월, 예테보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모르셀리와 게루즈가 결승에서 대결했는데, 모르셀리가 게루즈를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하며 세계선수권 3연패를 이뤘습니다. 게루즈는 은메달을 획득했는데 골인 직후 두 선수가 얼싸안고 서로 축하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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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 두 선수의 라이벌 대결에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두 선수가 올림픽 전에 작성한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이 거의 비슷해서 예측불허의 접전이 기대됐기 때문입니다. '기존 챔피언'과 '떠오르는 해' 간의 대결에서 500m 정도 남기고 모르셀리가 선두로 달리고 있었고, 게루즈는 2위로 치고 올라왔습니다.

선두 모르셀리 뒤에 바짝 붙어서 달렸는데 한 바퀴 남기고 그만 모르셀리의 발뒤꿈치에 걸려서 게루즈가 넘어지는 예상하지 못한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게루즈는 순식간에 최하위로 처졌습니다. 다행히 넘어지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지는 않아 재빨리 일어나서 다시 뛰었지만 이미 한참 뒤처졌고 페이스를 잃었습니다. 결국 모르셀리가 우승했고 22살에 나이에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했던 게루즈는 최하위(12위)로 경기를 마치고 말았습니다.

게루즈는 극도의 실망감에 "내 인생의 어두운 순간"이라며 은퇴까지 고민했는데 당시 모로코의 국왕 하산 2세가 궁전으로 그를 초대해서 이런 말로 용기를 불어넣어 줬습니다.

"당신은 모로코의 영웅이다. 결코 실망하지 마라."

시드니에서는 막판 역전패…통한의 눈물

애틀랜타 올림픽 한 달 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게루즈는 모르셀리를 꺾고 우승하며 1,500m에서 4년 만에 모르셀리를 꺾은 선수가 됐습니다. 이후에도 게루즈는 기량을 더 향상시키면서 모르셀리의 시대를 종식시켰습니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세계선수권 1,500m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것입니다. 육상 중거리 종목에서 세계선수권 4연패는 게루즈가 유일합니다.

특히 1998년 7월 14일에는 모르셀리가 가지고 있던 세계 기록을 3년 만에 깨며 3분 26초 00의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는데. 이 기록은 2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안 깨지고 있습니다. 100m를 평균 13초 7에 뛴 경이적인 기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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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부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전까지 게루즈는 1,500m와 1마일 경기에 46번 출전해 45번 우승할 만큼 압도적인 기량을 발휘했습니다.

그래서 시드니 올림픽 우승 후보 0순위에 꼽혔습니다. 전성기가 지난 모르셀리도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했는데 준결승에서 최하위(12위)에 머물며 탈락했습니다.

우승 확률 99%인 상황이었지만 게루즈는 의외의 복병에게 발목을 잡혀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 복병은 바로 케냐의 20살 신예 노아 은게니. 게루즈는 900m 지점부터 선두로 올라선 뒤 이후 막판까지 선두를 유지했는데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결승선을 50m를 남기고 은게니와 경합을 벌이다, 25m를 남기고 추월을 허용해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결국 은게니가 3분 32초 070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고 게루즈는 3분 32초 320으로 뼈아픈 은메달에 머물렀습니다. 막판 스퍼트에서 밀리면서 또 한 번 올림픽에서 고개를 숙인 것입니다.

2004년 아테네에서 기적의 2관왕

두 대회 연속 올림픽에서 좌절을 맛봤지만 게루즈는 포기하지 않고 다음 올림픽에 다시 도전했습니다. 시드니 올림픽 이후에 또다시 32연승 행진을 달렸습니다. 그러니까 올림픽만 제외하고는 다른 대회에서는 거의 천하무적의 기량을 과시한 것입니다. 게루즈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무관의 한'을 풀고 은퇴하겠다"며 금메달을 향한 의지를 다졌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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