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중국이 기후변화를 늦출 구세주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시진핑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Xi Thinks China Can Slow Climate Change. What if He's Right? by Jacob Dreyer

0504 뉴욕타임스 번역
 
*제이콥 드레이어는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작가이자 편집자로 주로 중국 정치, 경제, 과학에 관해 글을 쓴다.
 

얼핏 보면 시진핑은 몹시 혼란스러워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을 빈곤에서 구출하고 세계의 공장 반열에 오르게 한 역동적인 기업 활동을 억누르려 하는 것 같다.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을 내다 버리고, 중앙집권적인 계획경제를 선택하는가 하면, '생태 문명', '신품질 생산성'과 같이 공산주의 느낌이 물씬 나는 슬로건을 채택하고 나서자 '중국의 기적'도 끝났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실 시진핑 주석은 자유시장이 흉내낼 수도 없고, 굳이 흉내내려하지도 않을 일당제 국가의 추진력을 무기삼아 녹색에너지로의 글로벌 전환을 주도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진핑의 목표는 인류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문제인 기후변화 해결에 그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중국을 세계의 구원자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목표 달성을 위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최근 몇 년 사이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은 시진핑의 입에 오르는 단골 소재이자 모든 산업 정책의 공통 요소가 됐다. 그리고 실제로 그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제 태양 전지판배터리, 전기자동차 등 이른바 친환경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제조국이다. 작년 한 해 중국 경제 전반의 투자와 성장을 선두에서 이끈 건 바로 에너지 전환 부문이었다. 경제 대국 가운데 에너지 전환에 이렇게 대대적으로 투자한 나라는 중국이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물론이고 인류 전체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시진핑 주석이 옳은 것인가? 중국과 같은 국가 주도형 경제가 기후변화와 같은 시대의 위기를 해결하기에 더 유리한가? 아니면 미국 같은 탈중앙형 시장 경제가 여전히 답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이 어떤 식으로 나오는가는 미국의 세력과 영향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20세기 초반 파시즘이 전 세계를 위협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떠올려 보자. 미국은 뒤늦게 참전했지만 ( 민주주의의 무기고라고 하는) 막강한 산업력 덕분에 세계 최강자로 부상할 수 있었다. 문을 연 자는 왕국을 물려받았고, 미국은 무역과 국제 관계의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이 지배하는 시대가 시작됐다.

기후변화 역시 파시즘과 같은 전지구적 이슈로, 인류와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위협한다. 브라질, 파키스탄, 인도네시아처럼 이미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감하고 있는 주요 개발도상국들은 어디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을까?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탈탄소 기술을 찾으려 할 텐데, 지금까지 태양 전지판전기자동차를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국의 대외 수출에서 녹색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증가분 대부분은 개도국 상대 무역에서 나온다.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경제관으로 보면, 이러한 국가 주도적 공세는 정당성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불공정해 보일 수도 있다. 미국의 경제관에 따르면 시장에 맡겨 놓아야 더 좋은 일을 국가가 보조금과 정치적 지령을 앞세워 개입하고, 대신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지도층은 당장 주주의 이익보다 앞으로 수십 년간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나름의 계산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중국 역사를 살펴보면 기근이나 홍수 때문에, 또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망해버린 왕조가 한둘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의 중앙집권형 계획 시스템은 당의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에 높은 가치를 두는데, 오늘날의 투쟁 대상은 다름 아닌 기후변화다. 중국은 2022년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다. 당시 중국은 강이 말라붙고, 곡식이 시들어 가고, 열사병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몇 주간 기후변화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이 스스로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면 소련의 전철을 밟게 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국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 환경 부문의 전문가들이 점점 더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가고 있다. 중국 최대의 도시이자 금융과 산업 분야의 첨단 도시인 상하이시의 당서기 첸지닝은 환경 시스템 전문가이자 전직 환경보호청장이기도 하다. 중국 전역에서 2차 전지 같은 신기술 도입과 재생 에너지 선도기업 육성 등의 프로젝트에 자원이 몰리고 있다.

물론 시진핑 주석의 녹색 정책을 순수한 친환경 행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녹색 어젠다는 무엇보다 시진핑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2015년에는 중앙환경감찰대를 조직해 지방의 지도자들은 물론 중앙정부 소속 기관들까지 자신의 녹색 정책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나섰는데, 이 역시 기존의 힘과 권위를 행사하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되었다.

동시에 재생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은 시진핑에게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기도 하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전량에 가까운 석유를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전쟁 시 미국이 말라카 해협을 막아서면 석유 수급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