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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한 마리 통째로 잡고…융숭한 대접에 빠지지 않는 '마유주' [스프]

[술로 만나는 중국·중국인 ⑦] 신장·카나쓰 편 (글 : 모종혁 중국문화평론가·재중 중국 전문 기고가)

마유주 울창한 산림과 벽옥의 시냇물이 아름답게 조화한 유에량완(月亮灣)
중국 31개 성·시·자치구를 모두 가본 나에게 누군가 자연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2곳만 추천해 달라면 단연 쓰촨(四川)성의 주자이거우(九寨溝)·황룽(黃龍)과 신장(新疆)위구르족자치구의 카나쓰(喀納斯)를 손꼽는다.

카나쓰는 푸른 옥 같은 물빛, 녹음을 한껏 뽐내는 산림, 거대한 호수의 설산을 모두 품고 있다. 게다가 고산 초원에서 살아가는 유목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본래 카나쓰는 '협곡 중의 호수'라는 몽골어에서 유래됐다. 해발 1,374m, 남북 24km, 수심 188.5m에 달하는 중국 최대의 고산 호수다.

용이 잠들어 있는 형상이라 해서 이름 지어진 워룽완(臥龍灣)
행정구역은 신장 최북단인 알타이(阿勒泰) 지구 부얼진(布爾津) 현에 속해 있다. 여기는 알타이산맥의 일부분으로, 면적이 11.8만㎢에 달한다.

알타이지구는 중국에서 유일한 남시베리아계의 생태계다. 알타이산맥은 중국,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4개 국가에 걸쳐 있다. 해발이 1,000~3,000m이고, 가장 높은 벨루하산은 4,506m에 달한다.

지질은 혈암, 녹니편암, 사암 등으로 이뤄져서 납, 아연, 주석, 금, 백금 등 다양한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따라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는 '루드니(광석이 많은) 알타이'라 부른다.

중국 최대의 고산 호수인 카나쓰
알타이산맥은 전형적인 한대 기후의 고산지대다. 낙엽송과 활엽수가 무성한 숲, 드넓은 고산 초원, 수백 개의 크고 작은 호수, 만년설에 뒤덮인 빙하 등이 산맥 전체를 덮고 있다.

특히 산맥 허리인 1,500~2,500m 지대는 다양한 나무가 울창하게 있다. 이런 산림은 전체 면적의 2/3를 차지한다. 연평균 강수량이 1,000~2,000mm로 적당한 데다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물이 산림을 적셔주기 때문이다.

천연의 자연환경 덕분에 수천 년 전부터 다양한 유목민이 살아왔다. 흉노와 튀르크 민족의 일부도 여기서 발원했다.

필자가 카자흐인 유목민과 2박 3일을 함께 생활했던 카잔춈쿠르 초원
그렇기에 중국에서는 알타이산맥을 '유목민의 요람'이라 부른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과 유목민의 생활을 체험하려는 투어는 중국의 카나쓰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바르나울,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서도 진행한다.

카나쓰에서는 오래전부터 카자흐(哈薩克)인과 투와(圖瓦)인이 살아왔다. 투와인은 몽골인의 방계로 튀르크계의 언어, 몽골의 종교와 문화, 카자흐의 생활 습관을 갖춘 원시부족이다.

신장 최대 민족인 위구르족은 정주민으로 변해버렸지만, 카자흐인과 투와인은 여전히 유목민의 전통과 생활을 고수하고 있다.

방목한 양 떼를 모는 바인무랏의 둘째 아들
현재 알타이지구 인구 66만 명 중 카자흐인은 절반을 넘는다. 카자흐인은 생김새가 작은 눈에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키가 작아 몽골인과 유사하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중앙아시아 스텝지역에서 살았던 튀르크계 민족으로, 알타이어계의 카자흐어를 쓴다. 지난 1000여 년 동안 카자흐인은 실크로드에서 무역 거래를 했던 상인들에게 두려운 존재였다.

뛰어난 기마술과 불굴의 용맹을 뽐내며 상인들을 노략질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카자흐인은 카자흐스탄과 중국 외에도 러시아, 몽골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올가미를 던져 우리 안에 있는 말을 낚아채는 바인무랏의 큰아들
그런 와중에서 자신의 언어, 문화, 풍습 등을 유지하면서 민족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여기서 16세기경부터 받아들인 이슬람교는 큰 역할을 한다.

유목민은 목축을 생업으로 풀과 물을 따라 옮겨 다니며 사는 종족 집단을 가리킨다. 오랜 옛날부터 이들은 몽골, 중앙아시아, 등지의 초원과 건조지대에서 드넓게 살아왔다.

또한 스키타이, 흉노, 돌궐, 몽골 등과 같은 대제국을 건국했다. 하지만 오늘날 유목민으로써 정체성과 생활습관을 간직한 민족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에서도 티베트, 카자흐 등 극소수다.

말을 타며 낙타를 모는 바인무랏. 낙타는 고산초원에서 많이 이용된다.
2007년 9월 내가 찾았던 카나쓰진 북부 카잔춈쿠르 초원은 알타이지구의 유목지 중 하나다. 카잔춈쿠르는 평균 해발 1,600m로, 카자흐스탄에서 1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카자흐인은 5월 초 중국 당국의 허가 아래 유목에 나선다. 알타이산맥의 울창한 산림과 드넓은 고산초원이 유목민의 전통을 지키게 해 준다.

따라서 부얼진현의 겨울 주거지에서 살림살이를 꾸려서 낙타에 짐을 싣는다. 모든 가족이 친척, 이웃과 함께 무리를 짓는다. 키우던 양, 소, 말 등을 충분하게 먹일 수 있는 목초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

카자흐인에게 양 도축은 의식을 치르는 듯 경건하다.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4~5일까지 길을 나서서 묵을 곳을 정한다. 그 뒤 온 가족이 생활하고 잘 수 있는 집을 짓는다. 펠트 천으로 만든 둥근 천막 유르트(Yurt)다.

유르트는 겉보기에는 허름한 천막 같지만 안은 따뜻해서 고산의 추위를 막아준다. 유르트 안은 문명의 이기가 골고루 갖춰져 있다. TV, 전기장판, 전화 등을 완비했고 이동식 발전기를 이용해서 전기를 돌린다.

카잔춈쿠르 초원에서 이런 바인무랏 일가족을 만났다. 바인무랏은 부인,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 셋 등 3대가 함께 유목생활을 하고 있었다.

전통 빵을 만드는 바인무랏의 부인과 둘째 며느리
키우던 동물은 낙타 6마리, 말 15마리, 소 30마리, 양 200마리 등 넉넉했다. 고산 초원에서 몇몇 가정만 어울려 살아야 하는 유목민에게 다른 나라에서 온 이방객은 반갑고 흥미로운 존재다.

천성이 유쾌한 유목민답게 카자흐인은 융숭하고 극진하게 손님을 맞이한다. 이들은 손님 대접을 위해서 양 한 마리를 통째로 잡는다.

카자흐인은 양고기를 삶거나 구워서 먹는다. 3~4시간 동안 푹 삶는데, 양파와 파를 듬뿍 넣어서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앤다. 여기에다 소금과 카자흐 전통 향료를 넣어 요리를 완성한다.

갓 잡은 양의 머리를 굽는 바인무랏의 큰아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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