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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고파는 주식, 그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스프]

[스프칼럼] (글 : 김학균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요즘 우리 증시에서는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논쟁이 뜨겁다.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후진적 지배구조에 기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주가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나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수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기업의 분배구조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에 해당된다.

기업이 아무리 많은 이익을 벌어들이더라도, 그 돈이 주주들을 위해 쓰이지 않으면 주가가 오르지 못한다. 기업이 사업에 자원 배분을 하고, 영업활동을 하고,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이 지배구조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자본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자본'에 '주의'라는 단어가 붙었을까.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은 기업이고, 자본은 기업이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사업 밑천에 다름 아니다.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은 외부로부터 빌리거나, 동업자를 모으는 것인데, 외부 차입은 채권, 동업자 모집은 주식 발행을 통해 이뤄진다.

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주체는 채권자와 주주들인 셈이다. 이들 중 채권자는 기업에 대해 제한적 이해관계만을 가진다. 채권자들이 기업에 대해 가지는 이해는 정해진 원금과 이자를 수취하는 데 한정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크게 흥한다고 해서 채권자들의 부가 더 늘어나지도 않고, 기업이 어려워지더라도 이자와 원금을 지급할 정도만 되면 채권자들이 손해를 보지도 않는다.

반면 주주는 기업의 흥망성쇠가 곧바로 자신이 투자한 자본의 증식 여부와 결부된다. 기업에 자본을 공급한다는 점에서는 채권자와 주주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주주들은 기업의 가치제고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주주를 기업의 주인이라고 부르곤 한다.

주식이라는 자산은 그 출발부터가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가 내재돼 있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의 예를 들어보겠다. 동인도회사의 소유권은 회사에 출자한 주주들에 있지만, 주주들이 동인도회사의 구체적인 활동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로 항해해 향신료 등을 싣고 오는 것은 주주들이 아니라 회사에 고용된 선장과 선원들이다.

이들이 아시아에서 싣고 오는 각종 물품을 빼돌리거나, 감추는 것은 주주들의 부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주식 투자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을 실제로 운영하는 임직원들이 기업의 소유주인 주주들의 부를 잘 지켜줘야 한다.

상장된 회사들은 주요 경영사항을 외부에 알려야 할 공시 의무가 있는데, 공시는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감시를 제도화한 조치에 다름 아니다. 회사의 중요한 일을 감추지 말고, 기업의 주인인 주주나,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예비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라는 것이 공시제도의 목적인 것이다.

김학균 스프칼럼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주식을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대중 투자의 시대가 열린 이후에는 지배구조의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문제 외에도, 패시브 투자의 확산으로 경영에 대한 주식 소유주들의 무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패시브 투자는 개별 종목이 아닌 특정 지수를 사고파는 투자 방법론인데, ETF(상장지수펀드) 열풍이 이런 흐름을 대표하고 있다.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마이크로소프트의 1대 주주는 뱅가드(Vanguard)이고, 2·3대 주주는 블랙락(Blackrock)과 스테이트스트릿(State Street)이다. 모두 ETF가 주력인 기관투자가들이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를 골라서 매수한 것이 아니라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500 지수나, 미국의 기술주들로 이뤄진 지수에 포함된 종목을 매수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주주가 됐다. 종목들의 묶음으로 투자하다 보니 당연히 개별 기업들의 경영에는 큰 관심이 없다. 미국 주요 기업들의 주요 주주 명단에는 거의 뱅가드와 같은 ETF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식시장은 1인 1표의 민주주의가 아닌, 1주 1표의 주주 자본주의의 원칙이 관철되는 장이다. 보유 주식 수만큼의 발언권을 가지는 셈인데, 패시브 투자의 확산으로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주주권 행사에 관심을 덜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감시받지 않는 경영진의 전횡이 나타나게 된다. 스스로의 보수를 과도하게 인상하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 경영진의 인센티브를 연동시켰다. 미국에서의 주주행동주의는 경영진의 폭주에 대한 견제로 이해할 수 있다. 일본도 계열이라는 기업집단이 존재하지만, 한국의 오너와 같은 개념의 소유주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지배구조는 미국·일본 등과 다르다. 오너로 불리는 분명한 소유주들이 존재한다. 또한 한국의 소유주들은 낮은 지분율로 기업에 대한 경영권을 사실상 전유하고 있다는 특성도 있다. 미국에서의 지배구조 이슈가 경영진과 주주라는 구도로 이뤄져 있다면, 한국에서는 소수 지배 주주와 다수 소액 주주의 이해관계 불일치가 지배구조 논쟁의 축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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