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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실상, 침묵하는 언론 대신해 일기에 적었다"

"5·18 실상, 침묵하는 언론 대신해 일기에 적었다"
▲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의 '5월 18일. 일요일. 맑음' 기획전에서 5·18 당시 작성된 일기를 읽고 있는 관람객

"5·18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이 사태를 이야기할 수 없다. 계엄군은 잔인했고, 시민군은 쓰러져갔다. 정부는 광주 시민을 불순분자·깡패 취급했다."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의 '5월 18일. 일요일. 맑음' 기획전이 개막한 오늘(29일) 낮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에 전시된 일기에는 당시 상황에 대한 시민의 걱정들과 민주화를 열망했던 염원들이 함께 혼재하며 곳곳에 적혀 있었습니다.

오월 항쟁에 참여하거나 직·간접적으로 목도한 이들이 작성한 일기는 44년 전 광주에서 일어났던 잔인하고도 참혹했던 실상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계엄군에 맞서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을 사수하려던 여고생·밤이면 울리는 총성에 밤잠 설치던 초등학교 6학년생·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집배원 모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며 그날의 결의를 한자씩 눌러 적었습니다.

시민군이 직접 기록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주소연 씨의 일기는 민주화·인권에 대한 간절함으로 가득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의 '5월 18일. 일요일. 맑음' 기획전을 관람하는 관람객들

1980년 당시 광주여고 3학년생이었던 주 씨는 시민군으로 활동하면서 본인이 피부로 느꼈던 계엄군의 만행·들끓는 분노를 빼곡하게 적었습니다.

계엄군에 장악된 광주에서 일어난 5·18을 '폭동'이라고 보도하거나 계엄군의 만행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종이 신문을 오려 붙였고,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은 밑줄을 그어 표시했습니다.

"광주를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이야기할 수 없다"는 문구로 시작한 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나며 누렇게 색이 변했지만, 계엄군에 맞섰던 시민의 의지를 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주 씨 일기와 마찬가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당시 목포시민 조한금 씨의 일기도 '제 기능을 상실했던 언론의 역할'을 지적하며 그날의 진실을 담아냈습니다.

당시 신문·방송이 이 사태에 대해 제대로 전하지 않았고, 일부만이 외국 통신을 이용해 간간이 인용해 보도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나마 보도된 내용에 대해서도 기재했는데 "시민을 폭도로 몰아세우고, 일부 불순분자·폭도 등의 난동으로 계엄군이 선무활동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고 기록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수집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지 못한 당시 초등학교 6학년생 김현경 씨의 일기를 보던 여성 관람객은 발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여성 관람객은 일기 제목이 '공포·무서움·총'인 점을 보면, 그때의 감정선이 현재까지 전달된다며 5·18 민주화운동은 시민 결의가 뭉쳐 이뤄낸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는 12월 1일까지 열리는 이 기획전은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이 전일빌딩 245 내 5·18 기념 공간 개관 4주년을 맞아 마련했습니다.

1980년 당시 작성된 일기를 통해 5·18에 대한 사실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며, 초등학생을 위해 동화책 '오늘은 5월 18일'을 통해 그림일기 형태로 재해석한 5·18의 모습도 전달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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