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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자면 불법"…그들을 더는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라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Do Not Make Survival Even More Difficult for People on the Streets, By Laura Riley

0501 뉴욕타임스 번역 썸네일
 
*로라 라일리는 UC버클리 로스쿨의 임상 프로그램 디렉터다. 저서로 "노숙자를 위한 변호(Homeless Advocacy)"가 있다.
 

지난 2013년 오레곤주에 있는 인구 4만 명의 그랜츠 패스(Grants Pass) 시는 점점 늘어나는 노숙자 인구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길거리에 나뒹구는 깡통을 발로 뻥 차버리듯 노숙자들을 쫓아내려는 전략이었다.

그랜츠 패스 시는 다양한 조례와 법령을 도입해 공공장소에서 잠을 자는 노숙 자체를 불법으로 만들어버렸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침구나 담요, 침낭을 깔거나 덮고 자면 곧바로 범법자가 됐다. 당시 시의회 의장은 법령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도시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을 여기 머물기 불편하게 만들어 다른 데를 찾아 떠나도록 유도하는 게 목표입니다."

집을 잃고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에겐 선택지가 별로 없다. 그랜츠 패스에는 노숙자 쉼터나 보호시설이 없다. 노숙자 인권을 보호하는 비영리단체의  추산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에 그랜츠 패스의 노숙자 숫자는 최소 600명이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시 정부가 노숙자들을 처벌하는 게 위헌인지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그랜츠 패스 시가 법을 만들어 집행한 것이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범법자를 처벌하는 것을 금지"한 수정헌법 8조 위반인지가 쟁점이다. 이번 판결은 도시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도시 어디에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영향이 매우 다를 것이다. 구두변론은 22일로 예정돼 있다. (옮긴이: 예정대로 구두변론이 진행됐다. 녹음본과 대본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노숙이 합법인지 아닌지에 너무 주목하는 건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는 약 65만 명의 노숙자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연방 정부, 주 정부, 지방 정부가 힘을 합쳐 사람들이 잠을 자고 몸을 뉠 수 있는 침상을 충분히 제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노숙자를 옆 동네로 쫓아낸다고 그 동네에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노숙자 쉼터가 갑자기 생겨날 리가 없다.

대법원에 오기에 앞서 미국 제9 순회 항소법원(2심을 맡는 고등법원에 해당)은 그랜츠 패스 시가 노숙을 금지한 법령을 인용해 노숙자들을 공공장소에서 내쫓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제9 순회 법원은 앞서 도시가 (노숙자들에게) 충분한 임시 쉼터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공공장소에서의 노숙을 범죄로 규정,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그랜츠 패스 시의 항소에 이 사건을 다시 맡은 제9 순회 법원은 이번에도 앞서 판결과 일관되는 판결을 내렸다.

"수정헌법 8조에 따라 도시는 그 도시 안에서 잘 데를 구하지 못해 간신히 몸만 덮고 야외에서 잠을 자거나 차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노숙 금지 조항을 적용해 처벌하거나 강제로 쫓아낼 수 없다."

그런데 그랜츠 패스는 물론이고 대부분 도시에서 사람들은 집이 없으면 머물 만한 곳이 없다. 자연히 대개는 밖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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