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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력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나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We Don't See What Climate Change Is Doing to Us, By R. Jisung Park

0428 뉴욕타임스 번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제학과의 박지성 교수는 환경과 노동경제학자다. 저서로는 "서서히 타들어 가는 지구: 온난화의 숨겨진 비용(Slow Burn: The Hidden Costs of a Warming World.)"이 있다.
 

많은 이들이 기후변화가 인간의 삶에 근본적인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거대한 재난의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도 하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그리고 불평등하게 쌓여가는 수많은 생채기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이처럼 거의 보이지 않는 기후변화의 비용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그 침투력과 불평등의 정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다. 인류가 앞으로 닥쳐올 기온 상승에 대비하는 데 기후변화의 숨겨진 비용을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역 차원에서 기후변화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은 탄소 배출량 저감을 장려할 뿐 아니라 적응을 돕는 공공 정책에 달려있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공공 담론에서 흔히 간과되는 부분이 바로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된 지역 기구들의 역할이다. 지역사회가 실감하는 고통은 기후변화 현상 그 자체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경제, 교육, 법률, 정치와 같은 다양한 사회 제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달렸다.
 
우선 다른 모든 자연재해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낳고 있는 더위부터 살펴보자.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전례 없는 무더위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렇게까지 기록적인 수준은 아니라도, 그저 그렇게 예년보다 더운 날들이 쌓여가면 훨씬 더 파괴력이 크다. 더운 날씨가 인간의 건강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하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메디케어(노년층을 위한 미국의 건강보험 제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는 아주 조금만 기온이 올라가도, 즉 화씨 80~99도(섭씨 26~37)의 기온에서도 화씨 100도를 넘는 기록적인 무더위 때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산업과 같이 외부 환경에 노출이 크고 육체적으로 힘든 업종에서는 화씨 90도대(섭씨 32~37도)의 더위가 하루만 이어져도  부상률이 화씨 60도대(섭씨 15~20도)일 때보다 65%나 높다. 물론 명백히 더위에 의한 질병과 관련된 부상도 있지만, 내 연구팀의 연구에서는 사다리 위에 올라간 건설 노동자가 떨어진다거나 공장 노동자가 위험한 장비를 다루다 실수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더위와 상관없어 보이는 사고로 발생하는 산업재해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더위가 연간 2만 건의 작업장 부상으로 이어지는데, 이 가운데 더운 날씨 때문에 노동자가 다쳤다고 공식 기록에 남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기온이 인지 및 의사결정 능력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늘어나고 있다. 날씨가 더우면  프로 운동선수를 비롯한 다양한 직종에서 일을 하다가 실수가 잦아지고, 지역사회의  범죄율이 높아지는가 하면, 교도소 내  폭력 사태도 증가함을 보여주는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소셜미디어에서 욕설이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으니, 조금 더 더워진 세상은 곧 더 많은 이가 짜증을 내고 실수를 하며 분쟁이 잦아진 세상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뉴욕시에서 1999~2011년 400만 건의 학생 시험 성적을  분석해 봤더니, 날씨가 화씨 90도(섭씨 32도)일 때 고교졸업자격시험(high school Regents exams)을 치른 학생들은 60도(섭씨 15도)일 때 시험을 치른 학생들보다 시험을 통과할 가능성이 10% 낮았다. 내가 조슈아 굿먼과 마이클 허위츠, 조나단 스미스와 함께 한  공동 연구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학기 중 날씨가 더울수록 예비 대학수능시험(Preliminary SAT)과 같은 표준화 시험에서 학생들의 성적 향상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학기 중 평균 기온이 (화씨) 1도 높아지면, 1%가량의 학습 부진이 일어났으므로 평균을 내 보면 그다지 큰 차이가 아닐 수도 있고, 차이를 알아차릴 수 없는 정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누적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상당히 클 수 있다.
 
더위만 살펴봐도 이 정도다. 산불 등 다른 자연재해로 인한 파괴가 쌓이는 데 주목하는 연구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산불 당시 사망자나 재산 피해보다 매연으로 인한 숨겨진 피해가 더 깊고 클 수도 있다. 매연에 노출돼 차후 계속해서 발생하는 경제, 보건 비용을 계산하고 추산하는 연구를 보면,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 더 자주, 강력히 발생해 2050년이면 미국에서  매년 2만 명 이상이 지금보다 더 많이 목숨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때도 실제 산불로 인한 사망으로 집계될 희생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수주, 수개월에 걸친 공기 질 저하와 건강 악화로 인한 사망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불로 인한 매연이  태아의 건강은 물론 학생들의  학습 능력과 노동자들의 소득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비재난적(noncatastrophic) 기후변화의 파괴력이나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감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서서히 진행된다 해도 미래를 대비하는 데 있어 지역 정부의 개입은 필수적이다.

기후변화가 어떤 피해를 낳을지는 우리가 개인, 또 집단으로서 내리는 결정에 달렸음에도 현재 우리의 사회, 경제적 시스템은 기후변화의 누적 파괴력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더운 날씨가 그저 조금 불편한 정도에 그칠지, 아니면 사망률 증가로 이어질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렸다. 에어컨을 설치하고 사용할지에 대한 개인의 결정, 보험 가격의 책정과 보험 상품의 출시를 둘러싼 집단적인 결정, 병원 침상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결정, 사람들을 언제 어떻게 일하게 할지에 대한 규범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 차원에서 이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일례로 하루만 기온이 화씨 85도(섭씨 29도)를 넘어도 미국 내 가장 추운 지역에서는 가장 따뜻한 지역보다 노인 사망률이 10배 가까이 큰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소득 수준이 비슷하더라도 시애틀 같은 동네에서 더운 날씨가 며칠간 이어지면 휴스턴에 비해 사망률이 훨씬 더 크게 오른다는 얘기다. 인도  시골 지역에서는 은행 접근성과 같은 요인이 더위에 의한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운 날씨 때문에 작황이 나빠지면, 빈곤층 농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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