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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코카콜라마저 우리는 왜 비싸게 먹어야 하지?

[귀에 빡!종원]

스프 귀에빡종원 콜라

한글 코카콜라에 열광한 한국

한글 코카콜라가 출시된다는 뉴스가 큰 화제가 되었다. 코카콜라가 K-Wave, 한류를 주제로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면서 한글로 '코카콜라'라고 쓰는 디자인을 택한 것이다.

코카콜라 창사 138년 만에 특정 언어로 디자인한 제품을 판매하는 게 처음인데, 그게 바로 한글이었기 때문에 한국이 특히 열광했다.

실제 이 제품은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북중남미와 유럽, 호주까지 전 세계 36개국에서 동시에 출시됐고, 유튜브와 틱톡에는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한류맛'이라 이름 붙여진 코카콜라가 어떤 맛인지 리뷰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코카콜라가 이처럼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는 일은 흔하다. 2022년부터는 '코카콜라 크리에이션스'라는 프로젝트로 주로 전 세계 Z세대를 겨냥한 감각적인 한정판을 내놓고 있다. 이 코카콜라 크리에이션스 프로젝트로 제1호는 우리나라에도 판매됐던 '코카콜라 스타더스트(영어명은 Star Light)'였는데, 이후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DJ 마시멜로와의 컬래버레이션이라든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인 블리치를 소제로 한 '소울 블래스트'(한국·미국에선 판매 안 됨) 등이 꽤 유명했다. 게임 'LoL(리그오브레전드)'을 주제로한 제품도 국내에선 인기가 많았는데 특히 페이커를 모델로 내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나왔던 제품들만 보더라도 Z세대를 겨냥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코카콜라가 140년이 다 된 기업이다 보니, 계속해서 미래의 소비자인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번에 K팝과 한글을 선택한 것이다. 서구 시장에서 한류와 한국 문화를 얼마나 젊고 새로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인데, 왜 그게 꼭 굳이 한글이어야 했는지가 궁금해서 코카콜라에 직접 연락을 해서 물어봤다.

이번 한류·한글 마케팅을 기획한 것은 미국의 코카콜라 본사이다. K팝은 전 세계에서 1천억 리스닝 수를 기록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문화 상품인데, 이 K팝 팬들의 특유의 문화에 집중했다는 것이 코카콜라의 설명이다. 바로 '커뮤니티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K팝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생일이 되면 뉴욕타임스퀘어 전광판 등에 돈을 모아 축하 메시지를 게시한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이나 가수의 이름으로 봉사활동을 펼치는 일도 흔하다. 세계 경제까지도 좌우한다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도 이런 문화는 없다 보니 당연히 기업의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커뮤니티 활동 중 하나가 바로 '한글 공부'였다는 부분에 주목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다양한 언어를 쓰는 팬들이 한데 모여 봉사활동을 하며 또 한국말을 조금씩 하게 되고, 한글 가사를 외우고 하는 모든 커뮤니티 활동의 기본이 결국 '한글'이었던 것이고, 이 시장을 잡기 위해 한글 디자인을 전격 채용했다는 것이 코카콜라의 설명이다. 이쯤 되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새삼 세종대왕을 칭송하는 글들까지 공유되는 상황이다.

 

한글의 나라 한국에서 유독 더 비싼 한글 코카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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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코카콜라가 나왔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인데,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가격이다. 한글 코카콜라에 가장 열광한 한국에서 한글 코카콜라를 가장 비싸게 사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기자가 이번 아이템을 취재하며 네이버에서 한류맛 코카콜라 350ml, 이른바 '뚱캔' 24개를 19,600원에 예약구매했다. 이게 배송비 무료 상품 중 최저가인데, 이렇게 따지면 한 캔에 약 817원 정도 하는 것이다. 편의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싼 가격인데, 과연 이게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싸다고 할 수 있을까?

먼저 한류맛 코카콜라는 미국에도 출시가 됐지만, 미국에서는 다른 코카콜라 제품과는 다르게 오프라인 판매는 하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팔고 있다. 그것도 코카콜라 공식 쇼핑몰에서 4캔을 특수포장한 말 그대로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만 팔고 있다 보니 일반적인 다른 코카콜라 제품과 달리 가격이 비싸다. 다른 코카콜라 제품들처럼 어떤 가게에 들어가든 손쉽게 구매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온라인 전용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만 판매가 되다 보니 진입장벽이 있는 편이었고, 이런 점에서 일반 제품처럼 판매되는 우리나라와 1:1 가격비교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옆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에서도 이번 한류맛 코카콜라가 출시됐는데, 우리나라처럼 일반 코카콜라 제품 같이 판매되고 있다.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라쿠텐에서 검색을 해 보면 500ml 48병을 6,098엔에 팔고 있는데, 한 병에 우리 돈 약 1,100원 정도 한다. 이걸 우리나라 355ml 뚱캔 가격으로 따져보면 799원인 셈이다. 온라인 최저가로 비교했을 때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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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은 어떨까? 우리가 음료수를 가장 많이 사 먹는 유통채널은 사실 편의점이다. 우리나라는 코카콜라가 매년 가격을 올리면서, 현재 편의점 355ml 뚱캔 하나가 2천 원에 팔리고 있다. 한류맛 코카콜라 역시 이 가격에 맞춰 편의점에서는 한 캔에 2천 원이다. 태국과 네덜란드, 볼리비아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리는 한류맛 코카콜라의 가격도 일일이 찾아 비교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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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한류만 코카콜라가 아닌, 그냥 일반 코카콜라 가격을 비교해도 한국이 전 세계 주요 국가들보다 월등히 가격이 비싸다. 미국의 한 마케팅 업체가 매년 조사하는 전 세계 코카콜라 가격 순위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코카콜라 가격은 14위로, 46위인 일본과 51위인 미국보다도 훨씬 비싸다. 우리보다 코카콜라 가격이 비싼 나라는 1위 노르웨이, 2위 덴마크, 3위 핀란드, 4위 영국 등 주로 유럽 국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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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의 GDP가 우리보다 더 높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코카콜라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LG생활건강의 독점 때문?

왜 우리나라는 코카콜라조차 비쌀까? 많은 사람들이 코카콜라의 제조·유통 독점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코카콜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과 쿠바, 그리고 최근 전쟁으로 철수한 러시아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 들어가 있다. 아무리 다국적 기업이라도 전 세계 각국에 직접 공장을 짓고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코카콜라는 이른바 '보틀링 시스템'이라는 제조·유통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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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링 시스템의 기원은 2차 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럽전구 연합군 최고사령관이었던 미국의 아이젠하워 장군은 코카콜라 광이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건 몰라도 전쟁에 나서는 병사들에게 코카콜라 보급만큼은 끊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아이젠하워는 코카콜라 측에 제안을 하나 하게 된다. 미군이 주둔 중인 유럽 국가에 콜라 제조 공장을 미국 정부 예산으로 지어줄 테니 원액과 기술자만 보내서 코카콜라 제조를 계속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코카콜라 측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그렇게 처음으로 현지 공장에서 생산과 유통을 하는 '보틀링 시스템'이 탄생하게 된다. 이후 코카콜라는 각 나라의 음료 공장과 손을 잡고 원액만 보내는 방식의 보틀링 시스템을 확립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역시 한국전쟁을 통해 이런 보틀링 시스템이 자리를 잡게 된다.

한국에 코카콜라라는 이름이 처음 알려진 건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정 당시이다. 이후 한국전쟁이 벌어지자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에게 보급하기 위해 부산에 최초의 코카콜라 공장이 들어선다. 이렇게 '청량음료'라는 것이 한국에 조금씩 알려지자 현 롯데칠성음료의 전신인 동방청량음료라는 회사가 '스페시코라'라는 자체 콜라를 생산하며 미군에 납품을 하기 시작한다. 이게 생긴 건 코카콜라와 비슷했지만 실제 원액은 전혀 달랐기 때문에 맛이 코카콜라와는 상당히 달랐다고 한다. 그러다 미국의 대통령이 된 아이젠하워가 두 차례 방한을 하면서 대중에게도 '코카콜라'라는 제품이 널리 알려지게 됐고 동방청량음료는 이런 분위기를 타고 '스페시코라'를 일반 대중에게도 판매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원조인 코카콜라가 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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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드디어 코카콜라도 우리나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본격 판매에 들어가는데, 코카콜라는 이 당시 각 지역별로 4군데 업체를 보틀링 업체로 선정한다. 수도권에 한양식품(현 두산), 대구·경북·충청에 범양식품, 호남에 호남식품, 부산·경남에 우성식품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후 1997년 코카콜라는 이 업체들과 '원액 제공 라이선스'를 연장하지 않고 모두 인수하게 된다.

이때 범양식품만은 코카콜라의 이런 방침에 반발하며 자체적으로 콜라를 생산하게 됐는데, 이게 바로 '콜라독립'을 외치며 나온 815콜라였다. 코카콜라는 이렇게 국내 보틀링 업체를 하나로 합친 뒤, 그 지분을 코카콜라 본사 직영인 호주의 보틀링업체에 넘기게 된다. 우리나라 보틀링을 코카콜라가 사실상 직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02년 국내에 웰빙열풍이 불면서 코카콜라의 매출이 뚝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2002년만 해도 356억 원 흑자를 기록하던 코카콜라는 불과 4년 만인 2006년 244억 원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결국 코카콜라는 국내 코카콜라 보틀링 사업권을 매각하기로 하는데, 이때 이걸 사들인 게 바로 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이 2007년 코카콜라 보틀링을 인수하기로 할 때만 해도 이는 독이 든 잔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만 해도 탄산음료 시장의 부활이 힘들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코카콜라는 LG생활건강의 최고 효자 상품이다. 제로 음료 등이 활발히 출시되며 현재 국내 탄산음료 시장을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 시장 부동의 1위인 코카콜라를 LG생활건강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생건 연결기준 매출에서 코카콜라 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7.6%에서 2022년 1년 만에 21.9%로 4.3%포인트나 올랐다. 영업이익으로만 보면 LG생건 연결 영업이익 7,111억 원 중 코카콜라에서만 2,067억 원이 나와 29%가 넘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 15.5%였던 것에 비해 1년 만에 영업이익 기여도가 13.6%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문제는 이 독점 시스템이다. 코카콜라의 생산과 유통을 LG생활건강이 독점하고 있다 보니 가격 경쟁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코카콜라를 얼마에 팔 것이냐는 본사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도 나올 수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코카콜라 본사는 각 국가별로 원액을 얼마에 제공할 것인지만 결정할 뿐, 실제 코카콜라의 소비자 가격은 제조와 유통을 담당하는 보틀링 업체가 정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원액가격 이외에 인건비, 공장 운영비, 부대비용 등 다양한 가격을 고려해 우리나라 코카콜라의 가격을 직접 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매년 코카콜라 가격을 올린 것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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