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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현장탐사⑤] "대출 연장하려면 고소 취하해라"…'적반하장' 회장님, 고통받는 피해자들

'횡령·사기 혐의 법정 구속' 회장님 판결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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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회장 오 모 씨의 재판에서는 앞서 소개한 횡령·배임과 함께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과 피고인 측이 팽팽히 맞붙었습니다.

분양사기를 막기 위해 신탁사가 관리하도록 정해진 분양 대금을 '선납하면 할인해 준다'며 시행사가 받아 간 것을 사기로 볼지 여부입니다. 이는 다른 지역 오피스텔의 수분양자들은 수사기관이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불기소처분을 내린 혐의입니다.

오 씨 측 역시 "타 현장에서도 수분양자들로부터 잔금을 선납받은 사실이 있지만, 수사기관은 타 현장의 잔금 선납에 대해서는 불기소 또는 불송치 결정을 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선납 받은 자금은 모두 공사비로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도 공사가 늦어진 건 다른 현장에서 공사비를 받지 못하거나 원자재 값이 올라서, 특히 오 씨가 지난 2021년 구속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대구지검은 공소장에서 "건설사 측은 수분양자들인 피해자들로부터 분양 대금을 선납받더라도 기존 차입금 이자를 변제하거나 그룹 타 계열사의 자금으로 전용할 계획이었을 뿐, 정해진 준공 기일까지 오피스텔을 완공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기일까지 오피스텔을 준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거짓말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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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오 씨 측과 건설사가 분양 대금을 받아 다른 현장에서 쓰면 준공이 늦어질 것을 알 수 있었는데도, 다른 공사 현장에서 쓰려고 분양대금을 가로챘다는 겁니다.

재판부가 확인한 핵심적인 사실은 이 오피스텔의 수분양자들로부터 받아 챙긴 돈을 대부분 같은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보내 썼다는 겁니다. 이 돈은 같은 브랜드의 부산, 울산, 경남 양산의 오피스텔 공사 대금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배우자 등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데 쓰이기도 했습니다.
피고인은 수분양자들에게 자금 사정으로 인한 공사 중단 문제를 숨기고 잔금을 지급받기도 하였다. 일부 수분양자로부터는 잔금뿐만 아니라 중도금까지 선납받으면서 다시 해당 수분양자 명의로 대출받은 중도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지급받아, 해당 수분양자가 이중으로 중도금을 지급하게 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수분양자들이 해당 공사 현장에 사용될 것으로 믿고 지급한 잔금 등을 다른 공사현장에 사용하였다.

- 판결문 중

특히, 이들은 공사 대금이 모자라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기 직전이나 중단 중에 '할인'을 내세워 광고한 뒤 선납금을 받아 챙겼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사중단에 대해서는 전혀 고지하지 않았고, 준공 예정일만 광고했습니다.

오피스텔 수분양자 보호를 위한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양 대금이 신탁 계좌로 입금되지 않으면 수분양자들은 대외적으로 분양 대금 납입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었습니다. 신탁사는 이렇게 정상적으로 입금된 분양 대금을 잘 관리해서 해당 오피스텔 신축 및 분양과 직접 관련된 용도로만 집행되도록 해야 합니다.

(▶ 건분법과 분양대금 선납 사기 관련 자세한 기사 참고 : [현장탐사③] 누구의 것도 아닌 오피스텔…"당신도 당할 수 있다")

재판부는 오 씨와 직원들이 회사 자금이 떨어지자, 수분양자들에게 분양 대금 할인을 제시하여 신탁사로 가야 할 돈을 가로채려고 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그룹의 다른 계열사 운영비로 전용할 것을 공모했다고 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출금융기관이나 신탁사에 동의를 받지도 않았습니다. 집 지으라고 준 돈을 다른 동네 집을 짓는 데 쓴 겁니다.
피고인들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공사비, 사업비, 이자는 모두 시행사 계좌에서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데, 수분양자들이 선납한 잔금은 대부분 시행사 계좌에서 그룹 내 타 법인 계좌 등으로 다시 이체된 것이 확인될 뿐이고, 선납받은 잔금이 그대로 공사비, 사업비, 이자로 지급되었다고 볼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 판결문 중

공정률 속이고 기성금 타내…"신탁사·감리도 책임 있다"

오 씨는 공사 진행률을 속여서 신탁사로부터 공사대금을 타내기도 했는데, 이 부분 역시 법원은 사기로 판단했습니다. 4차 중도금 지급기일에 맞춰 공정률을 허위로 부풀려 기재해 기성금 139억 원을 신탁사로부터 받아 챙겼다는 겁니다. 이 돈도 대부분 다른 공사 현장에서 사용됐습니다.
이 부분 범죄사실에 기재된 피해자는 신탁사이지만, 신탁사는 수분양자들로부터 지급받는 분양 대금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 범죄사실의 실질적인 피해자는 해당 오피스텔의 전체 수분양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 판결문 중

그러면서 이 범죄는 모두 오 씨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신탁사는 돈을 받고 분양관리를 맡았지만 건설사가 낸 서류만 믿고 기계적으로 자금을 집행했다는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감리 역시 실제 공정률이나 공사 진행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관행이라는 이유로 건설사가 제출하는 공정확인서 등 서류에 도장을 날인하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범죄는 다른 지역 수분양자들의 사법적 피해로도 이어졌습니다. 재판까지 간 대구 중구 오피스텔과 달리 다른 지역의 오피스텔 분양을 관리하던 신탁사들은 아직 돈을 지급하지 않았고, 그것이 담당 수사기관에서 '사기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라고 판단해 불기소·불송치하는 이유가 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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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에서는 왜 사기 혐의가 기소되지 않았을까? 오 씨가 운영하는 건설사 같은 브랜드 오피스텔의 다른 영남권 수분양자들도 똑같은 '선납 할인' 광고를 받고 분양 대금을 시행사로 납부했고, 이를 검찰과 경찰에 고소했지만 대부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차이는 공사가 완료되었는지의 여부, 그리고 자금을 관리하는 신탁사로부터 받을 돈이 남았는지의 여부였습니다. 건물이 이미 준공이 되었거나, 준공이 되지 않았더라도 신탁사로부터 받을 공사 대금이 남아 있어 선납받은 잔금을 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불기소 된) 해당 시행사는 준공 시에 일부 수분양자들이 선납한 잔금과 해당 시행사가 지급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선납한 잔금을 정상적으로 납부처리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 판결문 중

하지만, 실제로 이런 처리'는 4년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사가 이미 완료된 대구 달서구나 부산의 같은 브랜드 오피스텔에서도 갈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정을 찾은 다른 지역의 수분양자들은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경찰하고 검찰에서 우리 사건을 날려버렸어요. (대구 중구 오피스텔) ○○○만 재판을 하고. 저는 (오 씨가) 15년에서 20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원래는 그렇게 나와야 되거든요.

- 문 모 씨 / 대구 달서구 오피스텔 수분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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