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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현장탐사③] 누구의 것도 아닌 오피스텔…"당신도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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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 이전 등기가 안 돼 팔지도 못합니다" 

4년 전인 지난 2019년 11월에 사용승인이 떨어진 대구 달서구의 한 주거용 오피스텔 건물. 이 건물은 현재 부동산 신탁사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오피스텔을 지은 시행사도, 분양받은 수분양자도 이 집을 자유롭게 처분하거나 제대로 된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지권 없는 오피스텔... 원인은?

왜 이렇게 됐는지, 이 집합건물의 소유권 관계를 정리한 등기 서류를 떼 봤습니다. 이 주거용 오피스텔들, 대지권이 없었습니다.

한 땅을 여러 명의 집주인들이 나눠가지는 집합건물의 소유권에는 보통 대지권이 포함됩니다. 대지권이 없으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땅 주인이 '불법점유'라며 사용료를 달라고 해도 할 말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잘 팔리지도 않고, 제값도 받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오피스텔은 대지권이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오피스텔의 대지권 설정 표기. 문제의 오피스텔에는 이 대지권이 없었다
이 오피스텔이 대지권 미등기 건물이 된 건, 처음 '건물의 출생신고'인 소유권 보존등기를 할 때 대지권에 대한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건물이 지어졌다고 법원에 신고를 하려면 비용이 듭니다. 취득세 명목입니다. 이밖에 재산세,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이나 체납 세금, 가압류까지 다 청산해야 정상적인 보존등기가 이뤄집니다. 이 건물은 이런 정상적인 출생신고, 보존등기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문제의 오피스텔 건물은 대략 30억 원가량의 보존등기 비용이 필요했는데, 분양 자금을 관리하는 신탁사는 이 돈을 내지 않았습니다. 분양관리를 맡은 신탁사에게 왜 소유권 보존등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물었습니다. 

"돈이 없죠" 

 

'공금 통장에 돈이 없다'... 수분양자 보호법도 무용지물

신탁사는 분양관리와 대리사무계약만 맡았기 때문에 들어온 분양대금에 대한 관리만 할 수 있습니다. '공금 통장'의 관리자 같은 역할입니다. 그런데 들어와야 할 분양대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수분양자들이 낸 돈이 엉뚱한 곳, 시행사로 흘러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분양 사업을 진행한 시행사에 돈을 보낸 게 무슨 문제가 되냐?'는 생각이 들었다면 지금부터 잘 보시면 좋겠습니다. 설명을 위해 잠시 시계를 지난 2003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단군이래 최대 규모의 분양사기라는 굿모닝시티 사기 분양 사건 이후, 분양받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건분법)이 2004년 제정됐습니다. 주택법으로 보호를 받는 아파트와 달리 20실 이상 주거용 오피스텔 수분양자들은 이 건분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이 법은 시행사가 건물을 올리기 전에 미리 팔려면(선분양) 반드시 건물을 팔아 받은 분양대금을 개발사업자(시행사)가 아닌 제3자, 즉 부동산 신탁사가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험회사나 대한주택보증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분양 보증을 받는 경우에도 선분양이 가능한데, 중소 건설사의 경우에는 보증을 받기가 쉽지 않아 분양관리 신탁 방식이 더 많이 이뤄졌습니다. 

건설사는 돈을 들여 공사를 한 만큼 신탁사로부터 대금을 청구해 중간중간 정산하며 공사를 진행합니다. 마침내 모든 공사가 끝나서 준공의 약속이 이뤄지면 신탁사가 보관하던 분양대금을 건설사에 정산해 주는 겁니다. 집 지으라고 준 수분양자들의 돈이 집 짓는데 쓰이도록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스프 현장탐사 3다시 시계를 2017년 대구로 돌리겠습니다. 대구 달서구 오피스텔 수분양자들은 시행사로부터 문자, 우편 등을 통해 "잔금을 미리 내면 금액을 깎아주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유혹이었습니다. 돈을 보낼 곳은 자연스레 시행사의 계좌가 적혀 있었습니다. 신탁사에 납부해야 효력을 인정받는 분양 대금을 시행사가 할인을 미끼로 가로챈 겁니다.

계약서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신탁사 계좌로 입금되지 아니하는 어떤 형태의 납부도 정당한 잔금납부로 인정되지 않으며, 이외의 계좌에 납부함으로써 발생되는 계약자의 피해사항 등에 대해서는 시행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수분양자들은 할인을 받고 잔금을 미리 내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건분법을 잘 몰랐거나, 이 계약서를 잘 읽지 않았거나, 알았더라도 시행사가 이 돈을 모른 척하지는 못할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입니다. 

스프 현장탐사 3

분양을 관리하는 신탁사는 난처하다는 입장입니다. 수분양자들은 돈을 다 냈다고 하지만, 신탁사는 받은 돈이 없으니 줄 돈도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공사를 한 시공사는 신탁사로부터 400억이 넘는 공사대금을 못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시행사가 자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중간에 신탁사를 두도록 한 것이니, 신탁사로서는 시행사에 이미 넘어가버린 돈을 받은 것으로 인정할 수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땅을 가진 시행사가 사업에 대한 권리가 있어 임의로 공매 처분을 할 수도 없고, 또 그럴 경우에 채권자나 수분양자들의 손해가 커지는 문제도 생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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