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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호화 이사회' 논란 포스코 사외이사들, 회장 추천 강행

[취재파일] '호화 이사회' 논란 포스코 사외이사들, 회장 추천 강행
'초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에 휩싸인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들이 예정대로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을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는 17일 6차 회의를 개최하고,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 18명, 이른바 '롱 리스트' 명단을 마련했습니다. 18명 중 12명은 외부 인사이며, 6명은 내부 인사라고 후추위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18명이 누구인지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캐나다·중국에서 '초호화 이사회'…배임수재 등 의혹

고발장

포스코 후추위는 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7명 전원이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들입니다. 이 사외이사들은 '초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으로 현재 경찰에 입건된 상태입니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이사회를 열었습니다. 사외이사 7명과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5명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5박 7일의 일정이었는데, 회의는 단 하루만 열렸고, 나머지는 외유성 일정으로 채워졌습니다. 고발장에 따르면, 이들은 캐나다의 유명 호수 등 관광지를 돌아다니고 2회 이상 골프를 쳤습니다. 최고급 호텔에 묵으면서 한 병당 100만 원이 넘는 최고급 와인을 마셨습니다. 5박 7일 일정에 소요된 비용은 6억 8,000만 원. 식비로만 1억 원이 지출됐고, 전세 헬기까지 빌려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용은 포스코홀딩스와 자회사인 포스코, 포스코의 캐나다 법인인 포스칸이 나눠서 지불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최정우 회장과 사외이사들은 2019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이사회를 열었는데, 당시에도 7억~8억 원의 비용이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역시 회의는 하루였고, 전세기를 이용해 7일간 백두산 일대 등을 여행했다는 것입니다. 비용의 상당 부분을 포스코의 자회사인 포스코차이나가 부담했다는 의혹도 함께 불거졌습니다. 이때 사외이사들 중 일부는 캐나다 이사회 멤버와도 겹칩니다. 최정우 회장이 회삿돈, 자회사의 돈을 이용해 자신의 3연임을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 있습니다.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 후보 추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수사하고 있습니다. 당초 검찰에서 고발장을 넘겨받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수사를 하고 있었는데, 의혹이 커지자 금융범죄수사대가 직접 나선 겁니다. 금융범죄수사대는 일선 경찰서가 담당하기 어렵거나 복잡한 주요 또는 대형 경제·금융 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조직입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사외이사들이 배임수재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회장 선출 차질 없이 수행…1월 말 최종 명단 확정"

최정우

최정우 회장의 3연임은 이미 무산됐습니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7월 회장직에 올랐는데, 포스코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최 회장의 3연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국민연금공단 김태현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회장 선임 절차가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포스코 회장 선출 절차를 문제 삼았습니다. 최 회장과 가까운, 사외이사들로만 후추위를 구성한 게 문제라는 취지로 해석됐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후추위는 1주일 뒤 포스코 내부 후보를 선정하면서 최 회장을 제외했습니다.

이후에도 공정성·신뢰성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최 회장의 3연임은 좌절됐지만, 최 회장과 가까운 인사가 새로운 회장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최 회장의 입김이 여전히 사외이사들에게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이 이런 관측을 더욱 부채질했습니다.

하지만 후추위는 후보 선임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후추위는 17일 호화 이사회 논란에 대해 "위원 모두가 엄중한 상황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번 겸허한 자세로 지적을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포스코 회장 선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 것이 후추위의 최우선 책임임을 인식하고 회사와 주주를 위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더욱 신중하고 공정하게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주와 국민 여러분들의 이해와 성원을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도 했습니다.

후추위는 나아가, 오는 24일 18명의 후보를 더 압축해 '숏 리스트'를 결정하고, 이번 달 말까지 심층 면접 대상자인 '파이널 리스트'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향후 '일정표'까지 제시했습니다. 파이널 리스트에는 5명 정도의 후보가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후추위 신뢰성 훼손" VS "교체 시 경영 공백"

포스코 건물 외경

후추위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완할 '완충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산업계와 법조계, 학계 등 외부 전문 인사 5명으로 '후보 추천 자문단'을 구성해 이들에게 '롱 리스트' 18명 후보자에 대한 1차 심사를 맡긴다는 계획입니다. 경영 역량, 산업 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정직성·윤리 등 구체적인 평가 항목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도 후추위를 바라보는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자문단에서 1차 평가를 해도, 결국 최종 후보를 압축하는 것은 후추위 아니냐는 것입니다. 외부 자문단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한, 의혹의 꼬리표를 떼어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 그렇다고 평가 결과를 공개할 경우 개별 후보자의 반발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합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지금이라도 사외이사들이 전원 사퇴하고, 후보추천 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지금 후추위를 새로 구성한다면 포스코의 경영 공백이 우려된다는 내용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후추위원들을 새로 선임하고 새로운 회장 후보를 선출하는 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며 "글로벌기업인 포스코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후추위가 구성돼 회장 후보를 추천하더라도 낙마한 후보들을 중심으로 공정성 시비는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후추위가 새로 구성되지 않는다면,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선출됩니다. 물론, 새로 후추위가 구성되면 그만큼 차기 회장 선출은 늦어질 것입니다. 이래저래 포스코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계 순위 5위인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을 둘러싼 진통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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