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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한때 역겨워하다가 꼭 먹고 싶은 인기 음식 된 'K-김밥'

[핫스프] 김밥이 '김밥'이라 불리기까지

스프 핫스프 김밥
개인사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1990년대 초 미국에서 2년을 살았다. 학교에 도시락을 싸갔었는데, 가끔 어머니가 김밥을 싸주셨다. 김밥을 좋아하지 않는 한국 아이가 어디 있으랴. 신나는 마음으로 김밥을 꺼내서 먹는데 푸른 눈의 미국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내심 아이들에게 자랑이라도 하려는 찰나, 아이들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나온 말,

"Disgusting! 역겨워!"

어떻게 시커먼 물체를 먹느냐고 놀리는 아이도 있었다. 그날 받은 충격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성인이 돼 특파원 근무를 하게 되면서 다시 미국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학교에 도시락을 싸 가는 나이가 됐다. 그런데 김밥 때문에 또 한 번 놀라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락 메뉴가 다름 아닌 김밥이라는 것이었다. 학교에 김밥을 싸 가는 날이면 온 친구들이 몰려와 하나만 달라고 조른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김밥 하나와 자신의 샌드위치를 바꿔먹자는 아이들도 많다고 했다. 이런 아이들에게 30여 년 전 아빠가 당했던 일을 얘기해 주니 아이들은 되려 이해를 못 하겠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 사이 김밥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바뀐 것이다.

그런데 끝내 개운치 못한 게 하나 있었다. 아이들이 김밥을 이토록 좋아하는 이유가 김밥을 김밥이 아닌 스시로 알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일본이 미국에 일식을 알리기 시작한 지 100년이 넘었다. 일본은 자신들 음식을 일본 이름 그대로 브랜딩하는 데 성공했고, 그중에서도 스시는 최고급 음식으로 여겨진다.

이를 아는 미국 아이들이 김밥을 보고 나도 '스시' 한 번 먹어 보자라며 달려드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삼각 김밥을 싸 가는 날은 미국 아이들이 '자이언트 스시'라며 좋아했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왜 한국 김밥을 스시라 부르냐며 김밥이라는 이름을 알려주려고 했단다. 하지만 '킹밥'같이 발음을 제대로 못 따라 하다가 다음 날이면 이내 다시 스시로 부르곤 했다며 속상해했다.

그런데 최근 김밥이 드디어 제 이름을 되찾아 가는 듯하다. 미국의 슈퍼마켓인 트레이더 조라는 곳에서 한국산 냉동 김밥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다. 이 냉동 김밥이 미국에서 큰 히트를 치면서 최근 품절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미국 방송국까지 나서 김밥 열풍을 보도할 정도이다. 트레이더 조는 자체 브랜드를 일컫는 PB상품들만을 파는 곳인데, 물건의 질이 좋고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슈퍼마켓이다.

스프 핫스프 김밥
트레이더 조는 이전에도 한국 음식을 냉동식품 형태로 팔아왔다. 예를 들어 한국 이름 그대로 Pa-Jeon이라 이름 붙여 판매한 냉동 파전은 김밥 이전에 종종 품귀를 빚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고, 한국식 양념을 한 LA갈비 역시 트레이더조의 스테디셀러이다. 이 외에도 잡채, 떡볶이 등을 냉동식품으로 팔다가 이번에 김밥을 출시했는데 이게 예상치 못한 초대박이 터진 것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냉동 김밥이 미국에서 이렇게 인기를 끈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맛이 좋다. 미국에 납품하는 냉동 김밥 업체의 제품은 한국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는데, 이를 구매해서 먹어보니 냉동했다 해동했다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맛이 괜찮았다. 시중에 파는 일반 김밥과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건강을 위해 샐러드를 즐겨 먹는 미국인들의 취향을 저격한 것도 한 요인이다. 미국에 수출되는 냉동 김밥은 육류 통관이 어렵다 보니 야채만 들어간 '비건 김밥'인데, 이게 식단 관리를 하는 미국인들에게 먹혀든 것이다.

품절 대란 냉동김밥 쇼츠
가격도 꼽을 수 있다. 미국 트레이더 조에서 냉동 김밥 한 줄의 가격은 3.99달러. 우리 돈 6천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인데, 기존 시중에 팔던 김밥이 7~1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반값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저렴한 비용이다.

미국의 냉동식품 사랑도 빠질 수 없다. 미국은 냉동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우리나라에서야 김밥을 냉동으로 먹을 일이 없지만, 냉동식품을 즐겨 먹는 미국에서는 김밥이 건강까지 챙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기름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 것도 한몫했다. 미국에선 우리나라에서 길고양이를 보듯 스컹크를 자주 볼 수 있다. 뒷골목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고 공원 산책을 갔다 마주치기도 할 정도로 친숙한 동물인데, 그러다 보니 스컹크 방귀냄새가 온 동네에 퍼질 때가 많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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