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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고를 가장 잘 쓸 수 있는 건…나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북적북적]

내 부고를 가장 잘 쓸 수 있는 건…나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394: 내 부고를 가장 잘 쓸 수 있는 건…나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세상을 떠났다"라고 사망 소식을 알린다. 또 어떤 사람들은 "영혼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영생을 얻었다", "이 세상을 떠나 황금 거리를 걷는다", "땅의 속박을 벗어던지고 하늘로 날아올라 천사가 되었다"라고 전하기도 한다. 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돌아가셨다, 승천하셨다, 쓰러졌다, 체크아웃했다, 숨이 넘어갔다, 밥숟가락을 놓았다'라고 할지 그냥 '세상을 떠났다'라고 할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이야기를 읽을 때쯤이면 다들 우리가 더 좋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 말이다. "
"음울한 사망 공고에서 보았던 지루하고 틀에 박힌 글이 곧 부고라고 여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부고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를 보존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부고=인생 이야기'라는 간단한 공식을 기억하자. 내 부고를 쓰면서는 이제껏 누누이 강조해 온 내용을 실천하고 있다. '쓸 수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쓰자. 보나 마나 망칠 것이 뻔한 가족들에게 내 부고를 맡기지 말자."

언젠가 지인과 그런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습니다. 죽으면 묘비명은 뭐로 하면 좋을까 하는 상상이죠. 영국 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고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오래 버티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정도라고 합니다. 어쨌거나 버나드 쇼다운 재치 있는 말입니다. 묘비명은 결국 그 사람을, 그 사람의 인생을 한두 마디로 정리하면 무엇일까인 듯합니다. 그때 대화에선 결정하지 못했고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묘비명이 아니라 부고라면 어떨까요? 부고, 오비추어리는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글이죠. "자기 부고가 웬 말이냐, 그건 내가 죽은 다음에 누군가 써주는 게 아니냐" 혹은 "나는 부고가 어디 실릴 정도 유명한 사람이 아닌데"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번 책을 함께 읽으면 생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부고 전문기자 제임스 R. 해거티가 쓴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입니다.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쓰기 전에 나는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도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

임종을 앞두고 인생 이야기를 고쳐 쓰기엔 너무 늦었다고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부터 종종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들이다."

이미 고인이 된 지도 오래인 문학평론가 김현 선생의 책 <행복한 책 읽기>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사람은 두 번 죽는다. 한 번은 육체적으로, 또 한 번은 타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짐으로써 정신적으로 죽는다."

(저는 이렇게 또 한 번 - 실은 오랜만에- 김현 선생을 추억하면서 그의 두 번째 사망은 맞이하지 않았습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주변에서 알던 분들의 부고를 접하는 일도 드물지만은 않게 됩니다. 피할 수 없을 테니 그러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그리고 그 이후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들의 경우 전통적인 방식의 제사나 성묘 같은 게 있겠지만, 그분들을 더 알도록 노력하고 기억하고 또 기록하는 게 그런 방법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를 잘 알게 되고 또 제 인생의 방향을 조금은 바꿔보려는 노력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뭔가 멋지지 않나요?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릴 부고를 쓴다고 하면, 유가족들은 고인에 관해 잔뜩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고인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슬픔이 치유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고인의 삶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는 데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정작 고인의 삶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놀라울 때가 있다… 유가족 대부분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인생에서 다른 길을 놔두고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부모님의 사명을 탐구하고 이해해야 하는 수수께끼가 아니라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엄숙한 글만 품격 있는 부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부고마저 재미없다면 죽는 데 무슨 낙이 있을까? 장례식에서 최고의 순간, 즉 슬픔을 잠시 내려놓는 순간은 추도사를 낭독하는 사람이 고인의 재미있는 버릇이나 익살스러운 말과 행동을 상기시킬 때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미완의 이야기를 통해서라도 당신을 설명하고 삶의 교훈을 공유할 수 있다면 친구, 가족, 나아가 후손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당신이 되살린 추억, 삶에 대해 발견한 통찰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출판사 인플루엔셜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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