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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가 수학책에 삽화를 그린 이유는? 《화가의 친구들》[북적북적]

다빈치가 수학책에 삽화를 그린 이유는? 《화가의 친구들》[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379 : 다빈치가 수학책에 삽화를 그린 이유는? 《화가의 친구들》
 
누가 누구와 친구 사이라는 것은 증명하기 어렵다. 친구인 줄 알았더니 이해 관계가 맞아 잠시 그런 척했을 수도 있고, 외려 실상 앙숙일 수도 있다. 사랑이 우정으로 포장된 경우도, 그 반대의 경우도 흔하지 않던가.
-《화가의 친구들》中
 
누가 누구의 부모인지, 자식인지, 남편 혹은 아내인지, 심지어 누가 누구의 직장 상사나 동료인지도 우리는 각종 서류로 증명해 보일 수 있죠. 하지만 친구라는 것 혹은 친구였다는 건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 편지나 카드? 혹은 같이 찍은 사진? 그런 걸로 될까요? 우리가 세상에서 사라진 훗날, 미래의 누군가가 어떤 이유에서는 '그 사람은 누구와 친구였는지' 조사한다면, 붙잡고 물어볼 당사자들이 없는 상황에서, 한 때 우리가 '친구'였음을 보여줄 단단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증명'할 수는 없는 사이지만 친구는 참으로 큰 역할을 하는 존재죠. 성장기에 만난 친구들은 가치관의 한 기둥을 서로 함께 지어올립니다. 버겁고 낯선 일에 도전할 때, 응원해 주는 친구 한 명만 있어도 큰 힘이 됩니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시샘하는 마음 없이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친구는 기쁨을 몇 배로 키우는 귀한 존재입니다. 예술가들에게도 친구의 '큰 역할'은 마찬가지입니다. 전에 없던 과감한 시도를 세상이 아직 알아보지 못하고 손가락질을 할 때, 혹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예술 작업의 범위를 넓혀 수학이나 과학 같은 다른 학문의 수혈이 필요할 때, 우리가 알고 있는 화가들 옆에는 누가 있었고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을까요.

<북적북적>에서 이번 주 소개하는 책 《화가의 친구들 (이소영 지음, 어크로스 펴냄)》은 화가들의 친구- '친구'라는 말이 담을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인 미술저술가 이소영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출발점은 르네상스 시대의 한 수학자였습니다. '파치올리'라는 수학자의 기록을 찾아보다 수학을 너어 미술계로 이어진 그의 마당발 인맥에 주목하게 된 거죠. 특히 파치올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대단한 접점이 있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화가지만 남긴 작품은 스무 점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미완성을 포함해서다. 대신 그는 뇌를 출력해서 남겼다고 할 만치 많은 양의 '노트'를 남겼다. 남아 있는 것만 6천 장에 달한다.'인간이 종이에 기록한 것 중 가장 놀라운 관찰력과 상상력의 증거'라고 불리는 그 노트들은, 하지만 다빈치가 죽은 뒤 뿔뿔이 흩어졌다. …(중략)…
그렇게 귀한 다빈치의 그림이 실려, 당대에 출판된 책이 딱 한 권 있었다. 다빈치의 그림이 무려 60점이나 실린 그 유일무이한 책은 루카 파치올리(1445?~1510?)가 쓴 수학책 『신성한 비례』다. 다빈치의 그림이 어떻게 수학책에 삽화로 실리게 된 걸까?
-『화가의 친구들』中
 
다빈치가 어째서 '정다면체' 그림들을 수학책 삽화용으로 그렸는지, 어떤 친구 사이기에, 르네상스 문화가 꽃피는 순간을 함께했는지, 그 내용은 오늘 <북적북적>에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 같기만 한 다빈치에게서 사람냄새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다빈치를 비롯해 22명의 화가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고흐와 고갱, 피카소와 커트루드 스타인 , 뭉크와 다그니 유엘, 드가와 메리 카샛, 프리다 칼로와 니콜라스 머레이, 렘브란트와 아윌렌부르흐의 만남, 뒤러와 피르크하이머, 세잔과 피사로 클레와 칸딘스키, 윌리엄 터너와 윌크 포크스, 클림트와 추커칸들 등 나이와 분야를 넘어 주고받은 영향을 작품에서 확인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 앤디 워홀과 장 미셸 바스키아는 누구나 알 만한 미술사의 유명 커플들이다. 누구나 아닌 사연이지 싶어 처음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한 명 한 명 화가의 친구들을 따라가는 동안 그들의 사연을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서로의 삶뿐 아니라 예술에도 결정타가 된 관계들이었다. 그들 사이에선 강력하고 파괴적인 전류가 흘렀다. 덕분에 예술가들 사이의 우정이란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또 무서운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화가의 친구들』中

작가의 생애를 아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듯, 작가의 인연과 그 인연이 불러온 영향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작품으로 건너가는 좋은 징검다리가 되어줍니다. 책에 실린 그림과 함께 종이책으로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출판사 '어크로스'의 낭독 허락을 받았습니다.

*편집: 하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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