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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미사일 기지' 합동화력함 설계 착수, 그리고 KDDX 기밀유출 [취재파일]

'바다의 미사일 기지' 합동화력함 설계 착수, 그리고 KDDX 기밀유출 [취재파일]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80발 이상 무장해 북한 내륙의 핵심 군사시설을 집중 타격하는 '바다의 미사일 기지' 합동화력함 건조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해군은 지난 11일 개념설계 사업자로 대우조선해양을 선정했습니다. 또 어제(13일) 국방장관이 주재한 제15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함정 탑재용 함대지 탄도미사일의 2036년 이전 독자개발 및 전력화를 결정했습니다. 합동화력함과 함대지 탄도미사일이 이틀 간격으로 거의 동시에 시동을 건 것입니다.

합동화력함 개념설계 용역 입찰에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참가했습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기본설계, 경항모 개념설계 등을 싹쓸이하며 최근 함정 사업에서 강세를 보이던 현대중공업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유는 KDDX 기밀유출의 주범으로서 보안 감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감점이 승부 가른 합동화력함 개념설계 입찰

취파용 사진

함정 설계 용역 입찰은 기술 점수와 가격에, 중소기업 가점을 더해 평가합니다. 합동화력함 개념설계 입찰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총점은 100점 만점에 1.5점 이상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기술 점수에서 앞서긴 했지만, 현대중공업의 보안 감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대중공업 보안 감점의 근원은 2018년 발각된 KDDX 기밀유출 사건입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해군본부에 가서 KDDX와 특수침투정 등의 기밀을 무더기로 훔친 것입니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빼돌린 KDDX 개념설계 기밀은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것이고, 현대중공업은 KDDX 본사업인 기본설계 용역을 따냈습니다.

작년 11월 재판에서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각각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2~3년의 형을 받았습니다. 이중 8명의 형은 확정됐습니다.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이 KDDX 본사업 제안서 작성에 훔친 기밀을 활용했을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방사청이 판결문을 입수해 엄격하게 들여다보면 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권을 무효화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판결문 열람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습니다. 판결문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방사청은 손을 놓았습니다. 열람금지의 길을 터준 법원이나, 그렇다고 판결문 입수를 포기한 방사청이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의 기밀유출 혐의는 확정됐으니 일정 기간 동안 현대중공업은 국가 사업에서 벌점을 받아야 합니다. 저지른 짓에 비하면 소소한 벌입니다.

합동화력함이 갈 길은

취파용 사진

대우조선해양의 합동화력함 개념설계는 연내 마무리됩니다. 개념설계를 통해 함정의 규모와 형태, 미사일 탑재량 등 ROC 즉 작전요구성능이 확정될 테고, 이어 내년부터 구체적인 건조 계획들이 나올 전망입니다. 정부 소식통은 SBS에 "내년 국방중기계획에 합동 화력함 기본설계와 건조 사업을 올려 5년 내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은 합동화력함을 입체적 킬 체인(Kill-Chain)의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킬 체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을 선제타격함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사전에 막는 전술입니다. 현재 주력은 육군의 현무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공군의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입니다. 여기에 해군 합동화력함의 함대지 탄도미사일이 가세하면 킬 체인은 입체화되고 파괴력은 배가된다는 것입니다.

해군은 합동화력함 3척을 확보한다는 구상입니다. 개념설계 전후로 국회 중심의 치열한 논의가 펼쳐질 것입니다. 군과 국회가 머리를 맞대 바른 길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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