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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기소, 최초 체포된 美 전직 대통령…트럼프는 2024년 대선까지 갈 수 있을까

미국, 성추문 입막음 트럼프 법원 출석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면서 포토라인에 서는 게 우리에겐 어느새 익숙한 일이 됐지만, 미국은 아니다. 전현직을 통틀어 대통령이 형사 기소되는 일이 건국 이래 최초인 미국은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이란 오명을 쓰게 된 도널드 트럼프는 그렇게 미국을 발칵 뒤집으며 법원에 출두해 기소 절차를 밟았다.
 

왜 중요한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사진=AP, 연합뉴스)
남북전쟁 이후 미국이 이렇게 둘로 나뉘었던 적은 없었다는 것이 정치 평론가들의 중론이다. 오늘, 현지시간 4월 4일, 뉴욕시에 위치한 맨해튼 형사 법정 앞 광장은 이런 미국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뉴욕주 법에 따라 기소 절차를 밟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원에 출석해 있는 동안 법원 앞 광장에는 수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여 기소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번 기소가 정치적 결정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현 여당이 트럼프를 내년 대선에 못 나오게 하려고 사법 체계를 무기화했다고 주장한다.

온몸에 트럼프 얼굴이 그려진 배지를 단 한 지지자는 "트럼프를 대신해 총에 맞을 준비도 돼 있다"며, "2천 년 전 예수가 고난 받을 것을 알면서도 고향인 예루살렘에 돌아왔던 것처럼 트럼프도 역시 그렇게 고향인 뉴욕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맹목적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뉴욕은 민주당세가 강한 곳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현장에서 불과 10미터가량 떨어진 곳에선 철제 펜스를 사이에 두고 트럼프의 기소를 환영하는 반 트럼프 시위대가 맞불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트럼프가 감옥에 가야 한다며 이번 기소가 너무 감격적이라고 집회를 이어갔다.

트럼프 지지자를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트럼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끼어들며 인터뷰를 방해했다. 소리를 지르거나, 나팔을 불거나, 마이크에 불쑥 입을 대고 비아냥 대기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끊김없이 인터뷰하는 게 힘들 정도였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너무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걱정이 많은데, 뉴욕 맨해튼 법원 앞에서 벌어진 이 극심한 대립은 미국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단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좀 더 설명하면 - "미스터 트럼프, 유 아 언더 어레스트"

트럼프는 최초로 기소된 전직 미 대통령이자, 최초로 체포된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 뉴욕주는 기소 절차를 밟기 전,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먼저 체포가 되는 과정을 거치게 돼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법원에 출석하기 전 먼저 검찰청에 들러 체포 절차를 밟았는데, 검찰 측에선 트럼프에게 "유 아 언더 어레스트", 즉 "당신은 체포 됐습니다"라고 고지를 한 뒤 범죄 아카이브에 기록할 지문 채취를 진행했다.

당초 트럼프의 머그샷(범죄인 인식 사진) 공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전임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머그샷 촬영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범죄자들이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차는 것과 달리 트럼프는 수갑 착용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를 아쉬워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이번 기소 절차에 참석하기 전 측근들에게 수갑 찬 모습이 공개됐으면 좋겠단 뜻을 여러 차례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 대응에 천부적 재능을 보이는 트럼프가 이번 기소 자체를 자신의 선거 캠페인의 주요 선전 도구로 활용하다 보니 오히려 머그샷이 공개되길 간절히 바란 것이다. 이런 그의 뜻을 읽었는지,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머그샷을 합성해 만들어 돌리기 시작했다.
 

한 걸음 더 - 트럼프의 34개 혐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이라고 알려진 트럼프의 혐의는 다음과 같다. 트럼프는 본인이 대통령이 될 거란 사실을 꿈에도 몰랐던 17년 전,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성인 배우와 골프장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시간이 흐른 뒤 정치권에 혜성과 같이 등장하며 2016년 대선까지 파죽지세로 올라선 트럼프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스토미였다. 스토미가 트럼프와의 성관계 사실을 언론에 인터뷰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트럼프는 당시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헨을 시켜 침묵을 대가로 13만 달러, 우리 돈 1억 7천만 원을 건넸다.

당시 이 돈은 코헨이 자신의 개인 돈으로 지불했는데, 트럼프가 이후 이 돈을 변제하면서 가족 기업인 트럼프 그룹의 돈을 사용한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회사 장부에 '법률 자문 비용'이라고 적은 것. 당초 알려졌던 이 사건을 포함해 검찰은 트럼프에게 34개 혐의를 적용했는데, 대부분이 이러한 '기업 문서 조작' 혐의이다.

성인 배우뿐 아니라 성인 모델과의 성추문도 비슷한 방식으로 막으려 했단 것과, 트럼프에게 혼외자가 있단 사실을 폭로하려던 도어맨에게도 역시 돈을 주고 입막음을 하려 했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사실 '기업 문서 조작' 자체는 경범죄에 해당하지만, 뉴욕 검찰은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유권자에게 자신의 범죄 행위를 숨기기 위해 이런 행위를 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중범죄로 처벌할 수 있단 논리이다. 이에 대한 재판은 내년이나 돼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 이번 기소, 트럼프에게 도움이 될까

역사상 처음 벌어지는 전직 대통령 기소에 트럼프의 지지율은 껑충 뛰었고, 정치 후원금 모금액도 크게 늘었다. 이번 기소가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기소가 끝이 아니라는 게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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