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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의 장군', '문 정부의 장군' 따로 없다 [취재파일]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교체가 임박하면서 차기 사령관 하마평으로 군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별 넷 대장 원 포인트 인사임에도 각 군의 후속 대장 인사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 많은 군인들이 대통령실과 국방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입니다.

때 맞춰 "어느 어느 장군은 문재인 정부에서 승진하거나 요직에 등용된 문재인의 장군"이라며 편 가르기 하는 모습들이 군 안팎에서 목격됩니다. 특히 차기 지상작전사령관 후보군인 육사 45기와 육사 46기 출신 중장들 가운데 문재인의 장군 낙인 찍기가 한창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장군으로 밀어내 경쟁력 떨어뜨리고, 윤석열 정부의 장군으로 부각시켜 신임 얻으려는 투쟁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장군 따로 있고, 문재인 정부의 장군이 따로 있다"는 왜곡된 정치적 장군관이 군 내에 널리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정치적 주홍글씨가 객관적 실력보다 우선하는 잘못된 관행입니다. 이제는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국군은 나라의 군대이지, 특정 정부의 사병(私兵)이 아닙니다. 하나의 정부에만 충성하는 장군은 존재 이유가 없습니다. 군인은 문민정부의 성향이 진보든 보수든 충성해야 하고, 작전·경계·지휘 등 본연의 실력으로 평가돼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준장 진급 신고를 하는 장군들

문 정부 때 극심했던 편 가르기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의 몇몇 행정관들은 호남 출신 장군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한 행정관은 서울 용산 국방부 옆 한 카페로 육군참모총장을 불러 군 인사를 논의했는가 하면, 청와대 안보실의 한 행정관은 "호남 정권이니까 호남 출신들이 군을 장악해야 한다"며 장군들을 포섭했습니다. 청와대발 '진급 불가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일부 장교들은 이에 호응해서 청와대와 군, 국회을 오가며 정치를 했고, 대가로 진급의 단맛을 봤습니다. 어리숙한 국방장관 따라다니며 세 치 혀로 군을 농단하고 사단장이 된 인물도 있었습니다. 1~2년 뒤 전역하는 조건으로 별을 다는 임기제 진급을 해놓고, 임기 채운 다음 지연(地緣) 덕에 다시 임기제 진급을 따낸 전설의 장군도 생겼습니다. 어떤 이는 고위 장성 꿈을 접고 업체들과 어울리다 엉겁결에 최고 지휘관에 올랐습니다.

어지간한 장교들은 그런 장군들이 누군지 다 압니다. 상당수는 자기 능력으로 버거웠던 짐 내려놓고 전역했습니다. 정권 교체와 함께 한직으로 물러난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의 기사회생은 불가능합니다. 사필귀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삼정검의 수치를 수여받은 육해공군 대장들

억울한 주홍글씨 없나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에 투신한 예비역들은 "문재인 정부와 문재인의 장군들이 군을 망쳤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그들의 입김이 지금도 수그러들지 않아서 문재인의 장군이란 딱지가 붙으면 실력 있는 장군들도 이번 정부에서 군 경력 포기를 각오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나름의 임무를 맡고 있는 장군들은 굳이 누구의 장군으로 구분할 이유가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군 지휘부 1기인 김승겸 합참의장,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정상화 공군참모총장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들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별 두 개씩 더 달았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문재인의 장군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모자와 어깨에 별 서너 개 붙이려면 두 개 정부에서 연속해서 진급해야 합니다. 특정 정부에 잘 보였다고 고위 장성이 될 수 없습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지난 정부의 정치적 장군들은 이미 실권을 잃었습니다.

차기 지상작전사령관의 후보군인 육사 45기와 46기 출신들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덕을 봤다는 장군들 이야기가 도는데, 대부분이 김승겸, 박정환, 이종호, 정상화 대장처럼 문재인 정부에서 살아남은 비정치적 장군들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장군이자 차기 지상작전사령관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조차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입니다. 주홍글씨, 아무 의미 없습니다. 누가 리더십이 뛰어난지, 누가 복잡한 대북 작전을 능수능란하게 지휘할 수 있는지, 그리고 누가 제일 국내 정치에 무관심한지를 따져 가장 뛰어난 장군을 사령관 자리에 앉히면 됩니다. 이번 차기 지상작전사령관 선임은 원칙적인 장성 인사의 모범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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