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육부 장학관과 연구사, 그리고 몇몇 시도 교육청 장학사들이 경기도 의왕에 있는 서울소년원을 직접 찾았습니다. 한 달 전에는 교육부 일행이 안양소년원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소년원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소년교도소에 가는 대신 보호 처분을 받고 가는 교화 시설로, 법무부 소속이어서 교육부 직원이 이곳을 방문하는 건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왜 소년원 시설을 부쩍 자주 찾는 것일까요?
이유는 소년원생들의 기초학력을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교육부와 법무부가 올해 처음으로 소년원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진단 평가'를 실시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기초학력 평가는 정부가 매년 전국 일반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소년원생의 기초학력 증진을 위해 처음으로 도입하려는 것입니다.
모든 소년원생이 기초학력 평가를 받겠다는 건 아닙니다. 현재 소년원생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용접이나 제빵, 미용 등 직업 교육받고 싶은 사람, 검정고시 보고 싶은 사람 등으로 나뉩니다. 원래 다니던 학교로 복귀하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학업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 10개 소년원 가운데 4곳이 중·고교 교육 과정을 운영합니다. 이곳을 '소년원 학교'라고 하는데, 여기 다니는 학생들이 기초학력 증진 대상인 겁니다. 소년원 학교 재학생 규모는 들어오고 나가는 인원이 많아 그때그때 다르지만, 전국에 대략 2백 명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갑자기 소년원생의 기초학력을 챙기겠다고 나선 것일까요? 작년 시행된 기초학력보장법의 보호 대상에 소년원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기초학력보장법은 건전한 시민 사회 구성원이 되려면 읽고, 말하고, 쓰고, 거기에 셈하는 능력이 최소한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하는데, 정부가 이 학습 부분을 책임지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에 수용된 청소년들의 경우 수용 과정에서 학업이 끊기는 일이 많다 보니 기초학력 사각지대로 종종 지적돼왔습니다.
소년원생의 기초학력이 얼마나 부족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된 바는 없습니다. 소년원 교육 관련 연구나 논문들을 찾아봤더니 주로 사회 복귀를 위한 인성 교육이나 교정 방법론에 치중돼 있지, 그들의 기초학력에 대한 고민은 전무했습니다. 최근 법무부 통계에서 특이한 건, 소년원 학생들이 과거에 비해 홀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보다 학교 편·입학이나 상급학교 진학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학교로 복귀하려는 소년원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지면서 소년원 학생들에 대한 교화 교육이 절실히 강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록 한때의 비행으로 소년원에 왔지만, 이들이 다시 원래 있던 학교로 무사히 돌아가고 더 이상 문제 일으키지 않고 성장하면서 훗날 건전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교화입니다.
그러한 교화를 위해서 '기초학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졸업장이나 자격증을 딸 수 있게 하려면 기초학력이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한때 소년원에 가면 사람 구실 위해 직업훈련 정도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들이 많았지만, 그 직업훈련조차도 기초학력이 없으면 익히기가 쉽지 않다는 게 실제 소년원 선생님들 증언입니다.
현재 교육부는 올해 첫 소년원 학생 기초학력 진단을 위해 법무부와 함께 다각적인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년원 학생 별로 먼저 기초학력 수준을 파악해야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노하우를 전달하기 위해 소년원 교사 연수를 진행하는 건 물론이고, 인력 파견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초학력 강화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쳐서 변화시키는 교화 효과를 높이고, 학교로의 복귀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학업 중단이나 학업 이탈로 이어지지 않는 소년원 학교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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