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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SBS 덕분에 로또 당첨금 비과세 길 만들었다"

기재부 출입기자가 각잡고 쓴 '자기 자랑'

[취재파일] "SBS 덕분에 로또 당첨금 비과세 길 만들었다"
'개도 무는 개를 돌아본다'

시끄럽게 짖어대는 개의 소음은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내 발 뒤꿈치 무는 개는 아파서라도 쳐다보게 된다는 속담입니다.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타인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네, 이번 취재파일은 'SBS 뉴스 시청자, 독자들에게 생색 좀 내보자'는 각오로 각 잡고 시작했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지난해 이맘 때 <로또 1등 100억 당첨되면 100억 다 받는다고요?> 취재파일을 쓴 적 있습니다. 일본에도 로또가 있는데 우리처럼 1등 당첨되더라도 차 떼고 포 떼고 남은 당첨금을 주는 게 아니라 100% 그대로 주고 있다, 그건 '꿈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는 일본인들의 철학이 담겨 있다고 하니 우리도 참고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한 가장 큰 이유는 '사행성 조장 논란'이었습니다. 경마와 경륜 등 다른 사행성 게임과의 형평성도 고려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취재 말미에 기재부 김서중 복권사무처장은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줘서 고맙다. 경천동지할 정도까지는 안 되더라도 시나브로 비과세 범위를 넓힐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

빈말인 줄 알았습니다. 지난 18년 간 취재하면서 한두 번 속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채 안 돼 복권사무처에서 조용히 보도자료를 한 개 내놨습니다. '연 18만 명의 복권당첨금 수령 편의성 제고'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복권 당첨금 200만 원까지는 세금 하나도 안 떼고 다 가져갈 수 있게 바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로또로 치자면 3등까지 비과세 하겠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로또 4등(당첨금 5만 원) 아래로만 세금을 안 뗐습니다. 로또 3등(평균 당첨금 150만 원)에 당첨되더라도 세금 30만 원 정도는 기어이 떼어 갔던 거죠. 해마다 18만 명 정도가 이 구간 안에 분포하고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역으로 그 정도 인원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된 겁니다.

이 같은 소득세법이 개정된 직후 김 처장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작년에 취재 차 전화 왔을 때부터 고민을 시작했고, 관련 취재파일을 보고 본격적으로 검토에 착수했다고 했습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답니다. 사무처 내 직원들조차 찬반이 나뉘어 토론을 거쳐야 했고, 까다로운 세제실과 협의의 연속이었다고 했습니다. 큰 산 넘었나 했더니 국회라는 태산도 나왔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다며 "개정안이 통과돼서 정말 기쁘고, 당신에게 감사하다"라는 말을 얹었습니다.

코로나 불황에 로또 판매 불티

그냥 원래부터 고민했던 일이라고 했어도 될 일입니다. 18만 명의 '작은 꿈'에 세금을 물리지 않게 된 업적을 오롯이 복권사무처가 가져갔어도 뭐라 할 사람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기꺼이 공을 나눴고, 이 취재파일까지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복지부동(伏地不動)의 공무원들 아직 많습니다. 세종에서 1년 넘게 많은 정부 부처를 출입하면서 많은 공무원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혁신적, 창발(創發)적 아이디어로 국민을 이롭게 하는 공무원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음에 아쉬움을 느낍니다.

"복권에 세금 좀 떼지 마라", "이미 복권 살 때 세금 가져가지 않느냐" 등의 요구는 그동안 인터넷 커뮤니티 안에서, 퇴근길 선술집 안에서 종종 터져나온 이야기들입니다. 단지 그 목소리가 정책 입안자들에게 가닿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하긴 그럴 만도 합니다. 복권사무처 직원들은 공정성을 위해 재직 기간 중에는 복권을 살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좋은 취지의 제도지만 분명히 그늘도 있습니다. 복권 살 일 없으니 당첨금에서 떼어 가는 세금, 그 한푼이 아쉬운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일이 별로 없었겠죠.

뉴스딱 02. 로또 123억 터졌다

기재부는 '무는 개'를 돌아보고 복권 당첨금 2백만 원까지 비과세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이럴 때 기자라는 사실이 참 뿌듯합니다. 지난 주 SBS가 단독 보도한 '김만배 씨에게 돈 받은 기자들' 뉴스 때문에 기자들 전체가 도매금으로 '기레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망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두 줌 정도 되는 나쁜 기자들 말고, 발로 차이고 또 차여도 계속 '무는 개'를 자처하는 괜찮은 기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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