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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F-21 산증인의 '한화'행…'KAI 인수' 신호탄 떴다

[취재파일] KF-21 산증인의 '한화'행…'KAI 인수' 신호탄 떴다
▲ 항공기 엔진을 검수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들

작년 7월 19일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시제1호기가 첫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때 가장 주목 받았던 인물은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류광수 부사장이었습니다. 'KF-21의 산증인', 'KF-21의 아버지'로 불리는 국가대표 항공 엔지니어에게 헌사된 스포트라이트였습니다. 그런데 강구영 KAI 신임 사장이 취임 사흘 만인 작년 9월 7일 류광수 부사장을 내쳤습니다. 국산 전투기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KAI 초핵심 인사의 해임에 KAI의 국내외 파트너 업체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류광수 전 KAI 부사장, 전격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영입

몇 주 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소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곧바로 한화의 KAI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KAI 인수를 위한 한화 고위 인사들의 잰걸음이 여러 경로로 포착됐습니다. 한화 측이 류광수 전 KAI 부사장을 접촉하는 정황도 나타났습니다.

"한화의 류 전 부사장 영입은 KAI 인수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예측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화가 류광수 전 부사장을 품었습니다. 류광수 전 부사장은 어제(2일)부터 고위 임원의 직함을 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출근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업체들의 통합이자, 록히드마틴과 같은 항공 방산 완전체의 탄생으로 이어질지 방산업계의 눈과 귀가 한화와 KAI로 쏠리고 있습니다.

KAI '코어'의 영입…대우조선 인수와 판박이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앞서 대우조선해양 특수선사업부의 핵심인 김 모 씨를 스카우트했습니다. 김 씨는 한화 계열사의 상무 자리에 앉아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시나리오를 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년 9월 말 인수를 공식화한 이후 김 상무는 인수 책임자로 활약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전례를 배경 삼아 한화의 류광수 전 KAI 부사장 영입을 보면 한화의 노림수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류 전 부사장에 이어 일군의 KAI 출신 항공 전문가들이 곧 한화에 새 터를 잡을 것이란 전망도 방산업계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임원 절반 가까이를 해임한 KAI의 지난주 대대적 물갈이 인사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KF-21 시제1호기를 점검하는 류광수 전 KAI 부사장

한화 고위 관계자는 SBS에 "류 전 부사장은 전투기와 UAM(도심항공교통), UAV(무인기) 등 신사업 개척 업무를 맡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전투기, UAM, UAV 모두 KAI의 사업 영역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또 개발에 막대한 시설, 자본, 기술 등이 필요해 제 아무리 대기업이라 해도 진입이 쉽지 않습니다. 한화는 자본이 있고, KAI는 시설과 기술이 있으니 한화의 KAI 인수설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한화-KAI 방산 통합체가 탄생하면


한화는 엔진과 레이더, 그리고 항전 등 항공 장비에 강점이 있습니다. 반면 항공기 자체를 개발 및 생산하는 체계 능력이 없습니다. KAI는 독보적인 항공기 체계 업체입니다. 게다가 전투기, 헬기, UAV 등 폭넓은 체계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항공 장비 개발 능력은 없습니다.

두 회사의 통합은 미국의 록히드마틴 같은 항공 방산 완전체의 탄생입니다. 작년 170억 달러 수출 잭팟을 터뜨린 K-방산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됩니다. 한화-KAI 방산 통합체는 여타 방산업체들을 압도하는 거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방산의 대사건이 실제로 벌어질까. 이번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의지가 강해서 한화의 KAI 인수 가능성은 작지 않습니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한화는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지향하고 있다"면서도 "KAI 인수 여부는 현재 시점에서 단정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KAI 인수에 따른 한화의 방산 독과점 우려가 많은데, 한화그룹은 정부의 KAI에 대한 지배력을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인수함으로써 독과점 논란을 피해가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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