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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공소시효, 정말 남아있을까?

1심 판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스프 서초동 NPC (사진=연합뉴스)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해외 도피를 끝내고 최근 귀국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계자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증거들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정말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개입했던 것일까? 현재 시점에서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김 여사의 개입 여부에 대한 실체적 진실과 별도로 주목해야 할 문제가 또 있다. 김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다. 설사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참여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이미 끝났다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 1개인가 5개인가?

스프 서초동 NPC (사진=연합뉴스)법조계의 중론은 김건희 여사의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 만약 공모한 것이 사실이라면 -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수사나 기소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김 여사 개입 의혹에 대한 공소시효는 끝났을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에 주가조작 주범 혐의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기소하면서, 이 사건이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 벌어진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규정대로라면 범행이 종료된 시점으로부터 이미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는 끝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시효 10년이 지나가 버리기 전인 2021년 12월 권오수 전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에 따라 권 전 회장 등과 공범 관계가 성립되는 사람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됐다. 김건희 여사는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서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니, 김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 역시 지난해 12월 권 전 회장 기소 시점에 정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과 참여연대가 김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논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검찰이 규정한 방식이 정당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찰이 규정한 것처럼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년 동안 벌어진 일을 하나의 범죄(일죄)로 보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3년 동안 일어난 5개의 분리된 범죄로 보아야 하는 것인지에 따라서 김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한 개의 범죄인지, 아니면 5개의 각각 독립된 범죄인지에 따라서 김 여사의 처벌 가능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기본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검찰이 바라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얼개는 간단하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도이치모터스의 대주주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 부양에 필요한 '전주(錢主)'를 모집하고, 주가 조작을 실행할 '선수(選手)'를 기용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린 사건이다. 검찰은 이 사건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5단계에 걸쳐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3년 동안 진행된 다섯 단계가 각각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고, 공범들이 순차적으로 공모해 저지른 1개의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1개 범죄로 기소한 이유는?

검찰은 왜 이렇게 기소했을까? 공소시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그런데 1~5단계의 주가조작 범죄를 각각 별도의 범죄로 규정해 기소한다면, 검찰의 기소 시점인 2021년 12월에 이미 1~3단계의 행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셈이 된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단계는 2009년 12월~2010년 9월, 2단계는 2010년 9월~2011년 4월, 3단계는 2011년 4월~2011년 10월, 4단계는 2011년 10월~2011년 12월, 5단계는 2011년 12월~2012년 12월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프 서초동 NPC (사진=연합뉴스)그러나 1~5단계를 권오수 전 회장을 중심으로 단계에 따라 주가조작 선수들이 순차적으로 역할을 승계해가며 범행을 이어나간 과정으로 볼 경우 3년 동안 진행된 5단계를 한 개의 범죄로 규정할 수도 있다. 공소시효는 범행의 종료일로부터 10년이기 때문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 전체를 포괄하는 한 개의 범죄가 2012년 12월 7일에 종료된 것으로 해석한다면 검찰이 기소를 결정한 2021년 12월에도 공소시효는 1년 정도 남게 된다. 결국 1~5단계에 관여한 인물들을 모두 처벌하기 위해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다섯 단계를 순차적으로 진행된 한 개의 범죄로 묶어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은 주로 1단계와 2단계에 집중돼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주로 논란이 됐던 의혹은 주가조작 1단계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었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이에 대해 평소 알고 지내던 권오수 전 회장이 투자 전문가라고 소개한 이XX에게 주식계좌를 맡기고 자금운용을 일임한 적이 있지만, 당시 권 전 회장이나 이XX가 주가조작을 하는 것은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한 적이 있다. (이XX는 검찰이 주가조작 1단계에만 주로 관여한 '선수'로 보고 있는 인물이다.) 김 여사가 주식계좌를 이XX에게 맡긴 시기는 2010년 1월~5월,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단계로 규정한 시기다.

최근 권오수 전 회장 등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은 2단계와 관련이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법정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을 공개했다. 2010년 9월 이후 진행된 주가조작 2단계를 주도한 인물로 검찰이 보고 있는 이ㅁㅁ가 운영하는 투자자문사 컴퓨터에서 발견된 파일이었다. '김건희 파일'에는 당시 김건희 여사 계좌의 인출내역 등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와 관련된 내용들이 정리돼 있었다. 여러 사람의 계좌를 동원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이ㅁㅁ의 회사 컴퓨터에서 '김건희 파일'이 나온 점은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는 의혹의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 이 파일의 작성시점은 2011년 1월 13일, 검찰이 2단계로 규정한 시기다.

주가조작을 주도한 인물들 사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도 김건희 여사 관여 의혹을 증폭시킨 소재가 됐다.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2단계 이후의 주가조작을 주도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인 김 모 씨는 또 다른 주요 인물인 민 모 씨에게 "12시에 3,300(원)에 8만개 때려달라고 하셈."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민 씨가 김 씨에게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하자 잠시 후 김 씨는 다시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민 씨에게 보냈다. 그런데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민 씨에게 보내진 지 정확히 7초 후 김건희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김 씨가 문자 메시지로 지시한 내용과 동일하게 3,300원에 8만 주를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 이 역시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 2단계에 이용되었다는 의혹의 근거로 해석된다. 이 메시지가 오간 시점 그리고 김 여사 계좌에서 매도 주문이 나온 시점은 2010년 11월 1일, 역시 검찰이 2단계로 규정한 시기다.

5개의 범죄로 규정된다면… 사라지는 '김건희 공소시효'

만약 검찰의 논리와 달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다섯 단계가 하나의 범죄가 아니라 각각의 독립된 범죄, 즉 5개의 범죄를 구성한다고 판단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서 말했듯이 이렇게 볼 경우 1~3단계의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지난해 12월 검찰의 첫 기소 시점에 이미 지나가버린 셈이 된다. 결과적으로 주로 1단계와 2단계의 주가조작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도 이미 지난해 4월에 끝난 셈이 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몇 개의 범죄로 볼 것인지에 따라 김 여사의 처벌 가능성이 남아있을 수도, 아니면 사실상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몇 개의 범죄로 볼 것인지를 판단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 판사들이다. 현재 권오수 전 회장 등에 대한 재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가 맡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공판을 통해 증거조사를 완료한 재판부는 내년 2월경에 1심 판결을 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몇 개의 범죄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판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무죄를 선고할 경우, 그리고 이 판결이 고등법원과 대법원을 거쳐 확정될 경우, 공소시효를 따질 필요도 없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실체 자체가 부정될 것이다. 그러나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도이치모터스 사건 전체는 한 개의 범죄가 아니라 5개의 개별적 범죄의 총합이라면서, 1~3단계까지의 행위에 대한 기소가 무효라고 판단한다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앞으로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진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주가조작 4단계 이후에도 김건희 여사가 개입되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살아나게 된다. 그러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가조작 1~2단계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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