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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서울시 '재건축 규제 완화'…부동산 시장 활기 되찾을까?

[취재파일] 서울시 '재건축 규제 완화'…부동산 시장 활기 되찾을까?

'설마'했는데'…둔촌 주공' 1순위 마감 실패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청약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 새 이름은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청약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받았죠. 강남권 입지에다가 1만 가구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다 보니, 10만 명 이상 청약자가 몰릴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의 5분의 1수준, 1만 3천 명에 그쳤습니다.

일단 청약 흥행 여부를 점쳐볼 수 있는 '특별 공급'부터 평균 경쟁률 3.28대 1이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출발을 했고요, '일반 공급'에선 일부 미달이 나며 1순위 당해 지역, 1순위 기타 지역, 2순위 청약까지 갔지만 전체 16개 주택형 중 4개는 미달로 남았고, 결국 일반 공급 3695가구 모집에 2만 153명 신청으로 분양을 마감했습니다.

내달 5일부터 일반분양에 들어갈 예정인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높아진 분양가·중도금 대출 어렵다 보니

흥행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높아진 금리에 그리고 일부 세대에 불거진 '부엌뷰' 논란, 중도금 대출이 불가, 그리고 고분양가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두 가지만 짚어보면 분양 업계는 일단 높은 분양가를 지적하고 있어요. 올림픽파크 포레온 평균 분양가는 3.3㎡당 3천829만 원으로 책정됐어요. 분양가가 12억 원을 넘으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죠? 그렇다 보니 전용 일반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전용 면적 84㎡(25평 형)보다 전용 면적 59m²(17평 형)가 가장 인기가 높았습니다. 84㎡의 경우 분양가 13억 원 대인데, 요즘은 발코니 확장을 많이 하잖아요.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14억 원 이상이 되죠.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 하니 청약 신청을 많이 못 한 거죠.

중도금 대출 없이 청약을 하려면 잔금 대출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10억 원 이상을 현금으로 보유해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내가 10억 원의 이상의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 굳이 여기가 아니라 다른 급매물을 찾거나, 혹은 더 좋은 분양 단지를 기다리겠다고 판단한 청약자가 많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집값 하락에 금리까지 오르면서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자들이 갈수록 신중해지는 모습입니다.

결과적으로 전용 84㎡는 1,237가구 모집에 5,005건의 신청이 몰렸습니다. 경쟁률은 4.05대 1이었죠. 일부 가구에서 '주방뷰 논란'이 불거진 84㎡E 타입도 563가구 모집에 1512건의 신청이 몰려 경쟁률 2.69대 1에 머물렀습니다.

10만 청약설 무색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둔촌 주공 기대 이하 성적에 '시장'은 긴장


올림픽파크 포레온 청약이 아쉬운 성적을 내면서 내년 분양 시장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내년부터 강남권 주요 아파트 단지가 대거 분양을 앞두고 있죠.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가 재건축된, 잠실래미안 아이파크는 내년 일반분양이 시작되고요,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일대를 재개발하는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도 내년에 분양을 진행합니다. 방배 6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원페를라'도 내년 상반기 중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죠. 또 반포동에서는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래미안원펜타스', 도곡삼호 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레벤투스'도 내년 중 일반 분양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거든요.

근데 높은 금리 때문에 대출받기를 꺼리는 심리가 크고, 아파트 시세는 떨어지는데, 분양가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잖아요.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서 분양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고요. 전망이 흐린 건 분양 시장뿐이 아닙니다. '불패 신화' 강남까지 휘청이고 있습니다.

사실 부동산 시장에서 특히 강남은 '불패 신화'라고 할 정도로 뜨거웠는데, 강남도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강남은 '집값 풍향계' 역할을 하면서 부동산 오름 시기에 뜨겁게 타오르고, 하락기에도 다른 지역과 달리 가격을 방어해 왔었죠. 근데 이런 강남도 점점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거래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경매 시장에서도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최근 서초구 방배2차 현대홈타운 전용 115㎡는 감정가 25억 2000만 원에 매물로 나왔는데, 두 차례나 유찰됐어요. 현재 16억 원대로 3차 경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강남구 도곡1차 아이파크 전용 84㎡, 타워팰리스 전용 163㎡의 경매 매물도 낙찰자를 찾지 못했죠. 최근엔 강남에서도 초고가 아파트로 유명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까지 2016년 8월 입주 이후 처음으로 단독 명의 경매 물건이 나왔죠. 부동산 업계에서는 금리가 오르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강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이죠.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해도 여전히 서초구와 강남구 아파트의 중위 매매 가격은 한국부동산원 10월 기준으로 각각 20억 원 이상입니다.
 

서울시 "재건축 규제 완화"…규제 대못 다 뽑았다

서울시 재건축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건축 못하게 버티고 섰던 정부가 규제를 풀기 시작했어요.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안전 진단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안전 진단 평가 항목에서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50%에서 30%로 줄이고, 적정성검토(2차 안전진단) 의무를 없앴습니다. 사실 2018년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높이면서 말 그대로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가 아니면 재건축이 어려웠는데, 이번에 규제가 완화되면서 층간 소음 같이 주거 환경 불편만으로도 재건축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겁니다. 적정성 검토 의무가 없어지면서 2차 안전진단에서 실패한 목동 9,11단지 등도 다시 속도를 내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재건축 규제 대못'이 모두 풀린 겁니다. 앞서 지난 6월엔 분양가상한제, 9월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했습니다.

여기에 서울시도 가세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본격적인 주택 공급 확대와 재건축 정상화를 위해 '아파트지구' 제도 폐지를 위한 제도를 추가로 보완했습니다. 아파트 지구 내 재건축을 하려면 용적률, 높이, 용도 등의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했었는데,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을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하겠다는 거예요. 좀 더 유연하게 기준이 적용되는 거죠.
 

서울 아파트지구 → 지구단위계획 전환…용적율·높이 규제 완화


아파트지구는 1970년대 고도성장기에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1976년 당시 도시계획법에 따라 도입됐어요.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토지 용도 구분이 경직되어 시간이 흐르면서 근린 생활 시설 확충 같은 다양한 주거 요구를 수용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게 됐죠. 결국 이를 개선하자는 요구가 커지면서 2003년 국토계획법에서 삭제됐어요. 서울시는 2017년 아파트지구를 일괄 폐지하고 지난해 종합적 도시관리체제인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하기 위한 지침을 수립했습니다. 이번에 본격적인 주택 공급 확대와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과 높이 용도 등의 규제를 추가로 완화했어요.

변경된 지침에 따르면 개발기본계획 상의 모든 용지는 '획지'로 전환돼 복합적인 토지 이용이 가능해집니다. 재건축 대상 주택용지는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정비계획을 신속하게 수립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한강 변 주택 용지에 일률적으로 부여됐던 '공공기여 15%' 의무 규정은 주변 기반 시설 현황을 고려해 심의를 거쳐 변경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필요한 기반 시설을 확보하면서 재건축 사업성도 높이기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할 때, 기존의 '중심시설용지'도 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주거 전환이 가능해집니다. 단, 용도 완화에 따른 5∼10%의 공공기여는 필요하죠. 최고 높이는 40m까지 완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입지 별로 특성을 고려해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는 중심시설용지는 상업 기능만 가능하고 주거는 허용되지 않았고, 높이도 5층 이하로 제한됐었죠. 이렇게 되면 서울 시내 5개 지구(반포, 서빙고, 청담·도곡, 이촌, 압구정)에 91개 필지가 남아 있는 '개발 잔여지'도 비주거와 주거 용도의 복합이 가능해집니다. 최고 높이도 40m까지 허용되죠. 서울시는 앞으로 아파트 지구별로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하는 시점에 아파트지구 폐지 결정 고시를 함께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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