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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11/11) : 경찰 수사 받던 경찰 간부의 죽음, 무엇을 말하나?

스브스레터 이브닝(11/11) : 경찰 수사 받던 경찰 간부의 죽음, 무엇을 말하나?
스브스레터 이브닝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안 그래도 침통한 경찰 분위기가 더 침통해졌습니다. 경찰 수사받던 경찰 간부가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심리적 압박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이네요. 근데 경찰 간부의 안타까운 죽음의 뒤에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지금의 경찰 수사가 놓치는 것들이죠.  
 

전 용산서 정보계장 숨진 채 발견


숨진 경찰 간부는 정 모 경감인데요, 며칠 전까지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이었죠. 서울 강북구의 자택에서 숨져 있는 걸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해요. 유서는 없었다고 합니다. 숨진 정보계장이 동료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전화를 한 점으로 미뤄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 경감은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지난 7일 입건돼 수사선상에 올라있습니다. 특수본에서는 아직 소환 통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 경감의 사망에 대해 특수본이 입장을 냈는데요, 고인의 명복을 빌고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용산서 전 정보계장 사망 관련 특수본 입장>
경찰공무원으로서 국가에 헌신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수본은 이태원 사고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전후에 무슨 일 있었나?


정 경감은 용산경찰서의 정보보고서 삭제 과정에서 정보과 직원들을 회유하거나 종용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무슨 의혹인지 정리해 보죠.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

이태원 참사 사흘 전에 정보과 부하 직원이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작성했습니다. 지난해 축제에 약 10만 명이 이태원을 방문했는데, 올해는 방역수칙 해제 후 첫 축제라서 인파가 더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죠. 실제 상황을 잘 예측한 보고서로 볼 수 있죠.

하지만 이 보고서는 빛을 보지 못했는데요, 정보과 직원이 보고서 내용을 직속 상관인 정보계장과 정보과장에게 구두로도 보고하면서 현장에 나가보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게다가 이 보고서는 이태원 참사 이후 작성자의 업무용 PC에서 삭제됐는데요, 숨진 정 경감은 정보과장과 함께 삭제 과정에서 직원들을 회유하거나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거죠.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보고서 삭제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가입된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특수본이 살펴보고 있다고 합니다.

용산경찰서

특수본이 "정보과 직원들 조사가 끝나면 신속하게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계장 소환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브리핑한 뒤 정 경감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소환조사가 임박한 상태에서 심리적 압박이 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그것도 현장 담당자만 입건?


특수본이 경찰의 명운을 걸겠다면서 강도 높은 수사를 하고 있죠.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경찰 수뇌부도 조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입건된 피의자를 보면 대부분 경찰이고 또 총경 이하의 현장 담당자들에 한정돼 있습니다. 물론 수사 상황에 따라 경찰 수뇌부가 입건될 가능성이 있죠. 어쨌든 사법 책임으로는 경찰이 가장 큰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죠. 

레터 캄보디아

책임 공방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에 "막연하게 정부 책임이라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철저한 진상과 원인 규명, 확실한 사법적 책임을 통해 유가족분들에게 보상받을 권리를 확보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수사로 진상을 규명한 뒤 정치적 책임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죠.

'셀프 수사'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지만 경찰 특수본 수사가 진상 규명과 문책의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이네요. 

근데 지금의 수사 등 참사 수습 과정이 하위직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면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가 반발하고 있는데요, 전공노는 오늘(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전공노는 정부조직법과 재난안전법에 행안부 장관이 재난안전 업무를 총괄하게 돼 있는 것을 근거로 "(이 장관이) 이번 참사를 직접 책임져야 할 당사자"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경찰이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과 재난안전 주무 부처인 행안부 등 윗선은 제쳐두고 휘하의 경찰, 소방, 지자체만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입건한 것은 하위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전가해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네요.
 

경찰만 책임? 정 경감 죽음이 말하는 것은?


경찰 특수본 수사에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빠졌다는 주장도 많죠.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용산경찰서의 업무 성격이나 중심도 바뀌었다는 게 그런 지적의 하나인데요, 용산경찰서가 이전의 종로경찰서 역할을 하게 된 점이 이번 참사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죠.

용산경찰서

대통령실 이전 이후 대통령실 주변의 집회 관리가 용산경찰서 주요 업무가 됐고, 지휘관들의 관심도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죠. 이임재 용산서장이 대통령실 집회 현장을 지휘하다가 이태원으로 이동했다는 것만으로도 용산경찰서 업무의 비중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죠. 

숨진 정 경감의 상관인 정보 과장이 핼러윈 축제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외면할 때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집회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정보 과장은 '보고서 작성자의 근무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고 하지만 용산경찰서 업무의 중심 이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죠.    

안타까운 죽음에 이른 과정을 다시 생각해 볼까요. 안전사고 우려하는 보고서 작성 → "집회에 집중하라"고 상관들이 외면 → 참사 뒤 보고서 삭제 → 삭제 과정에 대한 수사 → 수사받던 경찰 간부 사망. 안타까운 죽음 뒤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집회 관리 중심으로 변한 용산경찰서 업무 성격 변동 같은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 않을까요? 정 경감의 죽음은 그런 문제를 말하는 것 아닐까요?
 
레터용 한컷 1111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던 유실물들인데요, 신발이 많이 보관돼 있습니다. 경찰은 모레(13일)까지 유실물 센터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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