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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태원 참사와 '검수완박', 상설특검에 대한 Q&A

[취재파일] 이태원 참사와 '검수완박', 상설특검에 대한 Q&A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 수사를 두고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수완박' 때문에 초래된 상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데도 수사를 피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공정성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상설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경찰, CCTV 집중 분석

문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모두가 조금씩 사실관계를 비틀거나 생략하면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사실관계가 우선 정확하게 확인된 이후에야 정상적인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Q: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은 '수사 대상'인가?

A: 그렇다.

경찰의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1월 2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된 죄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다. 이태원 참사 당일 사고 현장 관련 경비 책임과 지휘 책임을 졌던 경찰 간부들이 수사 대상이다.

Q: 수사 대상이 된 경찰이 경찰을 직접 수사하는 '셀프 수사' 논란이 있다. '셀프 수사'를 방지하려고 만든 공수처가 수사하면 안 되나?

A: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CI 활용예시 (사진=공수처 제공, 연합뉴스)

공수처는 경무관급 이상 경찰 간부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무관급 이상 경찰 간부에 대해서도 뇌물이나 직권남용 등 공수처법에 규정된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현재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공수처가 수사 가능한 범죄가 아니다. 따라서, 공수처는 경찰이 주의 의무를 태만히 해 사망이라는 결과를 낳은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다. 

다만, 공수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직무유기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할 수 있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시민단체의 고발을 받아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와 별도로 경무관급 이상 경찰 간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가 수사할 수도 있다. 다만, 판사, 검사, 경찰 고위간부가 아닌 이상민 장관 등 고위공무원에 대해서는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공수처는 수사권만 가지고 있다. 기소권은 없다.

Q: 이태원 참사에 대해 검찰이 곧바로 수사할 수는 없나?

A: 검찰이 현재 시점에서 곧바로 이태원 참사 사건 수사에 착수하는 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상당히 무리한 측면이 있다.

검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수사권 조정 결과 2021년 1월 새로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시행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검찰은 대형 참사 관련 범죄에 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었다. 새로운 법률도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라는 '6대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 개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대선 직후 민주당 주도로 '검수완박' 개정이 또다시 이뤄지면서, 올해 9월부터는 검찰이 대형 참사 관련 수사를 개시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가 대형 참사를 포함한 6대 중대범죄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문구에 근거해 , 일부 선거 관련 범죄와 공직자 관련 범죄에 대해서도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을 만들었다. 이른바 '검수원복'으로 불리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대형 참사 관련 범죄는 여전히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에서 빠져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검찰이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있는 것은 아니다. 검사는 예외적으로 경찰 공무원의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의 종류와 관계없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공무원에 대해서라면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가 아니더라도 수사 개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없지만, 경찰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
 
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
 
1.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다만,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다음 각 목과 같다.
 
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나. 경찰공무원(다른 법률에 따라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하는 자를 포함한다)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파견공무원을 포함한다)이 범한 범죄
 
다. 가목ㆍ나목의 범죄 및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하여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그러나 검사가 경찰의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 개시를 하려고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또 있다. 경찰이 동일한 범죄 혐의에 대해서 수사를 시작해 압수수색 영장 등을 신청한 상황이라면 검사가 사건을 넘기라고 경찰에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이다. 경찰과 검찰이 같은 사건에 대해서 수사를 할 때 교통정리를 하기 위해 도입된 조항이다. 

2021년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지휘권을 가진 검사가 사건을 넘기라고 요구해 곧바로 직접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와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주로 경찰 측의 요청을 수용해 만든 조항이다.

문제는 이 조항이 경찰 공무원에 대한 경찰의 수사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경찰 공무원의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해 영장까지 신청한 상황이라면, 검사는 경찰 공무원의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서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경찰에 사건을 넘기라고 요구할 수 없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도 이미 경찰이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공무원의 범죄 혐의에 대해 영장을 신청해 집행까지 한 상황이기 때문에,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검사가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사건을 넘겨달라고 경찰에 요구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197조의4(수사의 경합) 

① 검사는 사법경찰관과 동일한 범죄사실을 수사하게 된 때에는 사법경찰관에게 사건을 송치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요구를 받은 사법경찰관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여야 한다. 다만,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동일한 범죄사실에 관하여 사법경찰관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는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계속 수사할 수 있다.

물론 검사가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서 사건을 넘겨달라고 경찰에 요구할 수는 없지만, 경찰과는 별도로 경찰 공무원의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서 수사를 개시할 수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수사 대상에 대해 수사하더라도 범죄사실을 다르게 구성해서 수사를 개시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경찰이 용산경찰서장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에 대해서만 영장을 신청했다면, 같은 용산경찰서장에 대해 수사하더라도 직무유기 등을 적용해 다른 범죄 사실을 구성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이미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동일한 범죄 혐의에 대해서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지도 않고 동시에 병행 수사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국가기관 두 곳이 동시에 똑같은 범죄를 중복 수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 대상이 사실상 동일한데 범죄 사실을 법리적으로 달리 구성해 수사를 개시하는 것도 법령의 취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검찰이 경찰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정리할 수 있다.


Q: 그렇다면 검찰은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를 아예 못하는 건가?

A: 그렇지 않다. 경찰 수사 이후에는 수사할 수 있다.


'수사 개시'라는 용어와 '직접 수사'라는 용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수사 개시'는 말 그대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처음으로 시작한다는 뜻이다. 반면 '직접 수사'는 경찰이나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한다는 뜻이다. '수사 개시'를 '직접 수사'와 동의어처럼 여겨 혼동한 경우가 있지만, 엄연히 서로 의미가 다르다.

'수사 개시'는 지금까지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처음으로 수사를 시작할 때만 쓸 수 있지만, '직접 수사'는 반드시 '수사 개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경찰이 이미 '수사 개시'한 사건이 검찰로 송치됐을 때 검찰이 '보완 수사' 하는 것도 검찰의 '직접 수사'로 볼 수 있다. 

용어에 대해 설명한 이유가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개시'는 사실상 어렵지만, 검찰의 '직접 수사'는 경찰 수사 이후 가능하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수사를 개시한 경찰이 수사를 마친 후 경찰에 사건을 송치하면 검사는 이후 보완 수사를 하는 형식으로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경찰이 수사를 마친 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할 경우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하는데, 모두 설명하기 너무 복잡하니 생략하겠다.)

물론 처음부터 검찰이 수사를 개시해, 사건을 총괄적으로 수사하는 것에 비해서 효율성이 떨어지고, 진상 규명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이 시행된 취지는 범죄 수사와 진상 규명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보다, 수사 기관의 권한 행사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은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을 통해 만들어진 형사사법제도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Q: 이태원 참사를 특검이 수사할 수도 있나?

A: 수사할 수 있다.


검찰

특별검사는 특별한 사건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게 하는 임시 기관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

특검 도입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국회가 별도의 특별검사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도입된 대부분의 특검은 이 절차를 거쳤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특검을 도입할 때는 법안 내용, 특히 특별검사 후보의 추천 방식을 놓고 여야가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수사 범위, 수사 기간, 규모 등도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사안이 있을 때마다 별도의 특검 법안을 만드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정치적 갈등도 심화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간략한 절차만 밟으면 특검을 도입할 수 있도록 별도의 법이 마련돼 있다. 이른바 '상설특검법'이다. (정식 명칭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에 따르면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하거나 "법무부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상설특검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 상설특검법)

제2조(특별검사의 수사대상 등) ①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

2. 법무부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

② 법무부장관은 제1항제2호에 대하여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일단 상설특검을 도입하기로 결정만 되면 특검 후보자 추천, 특검 수사 기간, 특검팀 규모 등은 상설특검법에 이미 규정된 방식대로 곧바로 진행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도입된 특검 중 유일하게 세월호 특검만 상설특검법 절차를 통해 구성됐다.

이 방식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 수사 기간이 최장 90일이고, 특검 규모를 상설특검법에 정해진 인원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특검을 도입할 때도 두 가지 방식 모두 가능하다. 별도의 특검법을 제정할 수도 있고, 국회 의결이나 법무부 장관의 판단을 통해 상설특검을 가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신속한 방식인 상설특검법 활용 방식을 택하더라도, 특검 추천 기간과 준비 기간 등을 합치면 본격 수사 착수까지 1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특검이 대통령실 등을 상대로 진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정치적 부담일 것이다.

그러나, 특검을 도입해 수사와 기소를 맡긴다면, 경찰의 '셀프 수사'에 따른 공정성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찰의 ‘셀프 수사’나 윤석열 정부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정치세력도 특검 수사에 대해서는 신뢰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보완 수사에 착수할 때 예상되는 검경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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