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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현무 낙탄', 대통령에 보고했나…보고와 자율의 딜레마

지난 4일 밤 현무-2C 미사일 추락 사고로 부대 내 시설 안에서 화염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의 일본 통과 발사에 대응해 우리 군이 현무-2C 지대지 미사일을 쐈는데 그만 비정상 비행 후 낙탄되는 사고로 군이 난처해졌습니다. 민가와 2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낙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지만 군은 주민들에게 즉시 자초지종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군의 잘못이고, 그래서 군 주요 직위자들이 여러번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정도에서 정리될 줄 알았는데 상부 보고와 지시 하달 논란이 새로 불거졌습니다. 군이 대통령과 안보실에 사고 사실을 즉각 보고했는지와 대통령과 안보실의 지시가 있었는지가 쟁점입니다. 6일 국정감사에서 합참은 "안보실 보고도 대통령 지시도 없었다"고 했다가, 하룻만에 "보고도 했고 지시도 내려왔다"며 180도 다른 말을 했습니다. 진실을 말했다가 거짓을 강요당해 말을 바꿨거나, 잘못 알고 말했다가 발언을 수정한 것입니다. 후자이길 바랍니다.

이쯤에서 짚어볼 문제가 있습니다. 군이 자율적으로 처리할 사안의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상부에 보고할 사안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군이 시시콜콜한 군사(軍事)를 대통령과 안보실에 보고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랬다가는 군의 자율적 능력과 선조치 후보고의 기조가 훼손돼 우리 군은 위만 바라보는 꼭두각시가 되기 십상입니다. 국방부와 군 지휘부는 자율과 보고의 경계를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180도 뒤집힌 합참의 주장


지난 6일 국회 국방위의 합참 국감에서 야당은 현무-2C 사고 은폐 의혹을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과 안보실 보고 이슈가 불거졌습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합참은 심각한 상황이 대통령에 보고됐는지 여부를 모르고, 대통령으로부터 아무 지시가 없었다면 안보 공백 아닌가"라고 따져물었습니다.

답변하는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4일 오후 11시 17분에 합참의장에게, 11시 27분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각각 보고했다"고 답했습니다. "합참의장이 국가안보실장과 낙탄 사고 당시 통화하지는 않았다"고 부연하자,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내려온 게 있느냐"고 재차 질의했습니다. 강 본부장은 "제가 아는 바로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군이 알아서 사고 처리를 했다는 뜻입니다. 사고 처리가 용의주도하지는 못했지만 그 정도의 사고는 우리 군이 자체적으로 능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야당이 "대통령도 몰랐고, 지시도 없었으니 안보 공백"이라고 몰아붙여도 군 지휘부는 "대통령실 보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 됐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인 7일 합참은 "일부 언론의 현무 낙탄 사고 관련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자료를 냈습니다. 합참은 이어 "대통령이 새벽 보고를 받고 철저히 사고 경위를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날 합참 고위직이 말한 내용이 담담히 보도된 것인데 합참은 언론 탓을 하며 식언한 것입니다.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전날 합참 작전본부장의 "보고도 지시도 없었다"는 발언에 대통령실이 발끈해 호통쳤고, 합참은 눈 딱 감고 진위가 묘연한 입장자료를 낸 것입니다. 촌극입니다.

어디까지 보고해서 지시를 받아야 하나


지난 4일 늦은 밤 현무-2C 낙탄 사고는 강원도 강릉 모 부대 안에서 모든 것이 벌어졌습니다. 추진제에 불이 붙어 섬광이 솟았다고 하나 부대 체력단련장 안이었습니다. 군이 낙탄 사고 사실을 관계기관에 전파하지 않아 주민들이 영문 모른 채 많이 놀랐지만 인명피해도 없는 사고였습니다.

오발 사고는 병가지상사입니다. 군사대국 미국과 러시아에서도 대형, 최신형 미사일의 오발 사고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미국, 러시아에서는 오발로 인한 소동과 논란이 없다시피 합니다. 현무-2C처럼 전력화된 지 2~3년 된 최신형은 잠재적 결함이 많아 특히 오발 발생 확률이 높습니다. 마침 오발이 생겼으니 숨겨진 결함을 찾아 고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와 동시에 현무-2C 오발은 여론의 관심을 끄는 정치 쟁점으로 비화했습니다.

현무-2C 사고 자체는 군 스스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군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즉시 보고할 사안인지 의문입니다. 군이 적절한 시간대에 안보실에 알려주면 안보실은 또 적절한 시점에 대통령에게 보고할 정도의 사건으로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일일이 상부에 보고하고 지침 받고 행동하면 군의 즉시성,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됩니다. 이번 정부가 강조하는 선조치 후보고 방침과도 맞지 않습니다. 일정한 선 이하의 군사는 군이 알아서 해야 합니다. 꼬치꼬치 보고해서 지침 받는 것이 버릇 되면 군은 유사시 수동적 오합지졸이 됩니다. 군 지휘부는 군 자율성 보존을 위해 대통령실과 정치권의 타박과 변덕에 요령껏, 강단있게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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