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양복 입고 총 걸쳐 멘 사람들…열병식장 등장한 이들은 누구?

지난 25일 북한의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는 수많은 병력과 장비가 참가했습니다. 주로 관심을 끈 것은 노골적인 핵 위협을 한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과 화성-15형, 화성-17형 등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었지만, 열병식장에 나온 보병 대열 중에 눈에 띄는 부대가 있었습니다.

군복을 입은 대열 중간에 양복을 입은 행진 대열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검은 양복을 갖춰 입은 이들은 다른 부대처럼 300명 가까운 사각형의 대열을 이뤄 행진했는데, 오른쪽 어깨에는 총을 메고 있었습니다.


모두 다 군복을 제대로 갖춰 입고 행진하는 열병식장에서 양복을 입고 등장한 이 부대, 과연 어디일까요. 바로 북한의 국가보위성입니다.

국가보위성이라고 하면 바로 감이 안 올 수 있는데, 남한으로 치자면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조직입니다. 주민들 속에서 동향 파악하고 간첩 잡는 것이 주요 임무이기 때문에 이들은 평소 사복을 입고 근무합니다. 과거 우리 중정(중앙정보부), 안기부(안전기획부) 시절을 떠올리면 양복 입은 요원들 모습이 떠오르듯이, 이들도 양복 입은 요원의 모습으로 열병식장에 등장한 것입니다.
  국가보위성원들에게 군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2년 11월 김정은이 보위성(당시에는 국가안전보위부)을 방문했을 때 사진을 보면 당시 보위성원들이 군복을 입은 채 김정은을 맞이했습니다.


고위 탈북자에 따르면, 보위성은 내부에서는 군복을 외부에서는 사복을 입고 근무하게 돼 있다고 합니다. 물론 사복 근무라고 해서 보통 양복 근무는 아닐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양복을 제대로 갖춰 입고 다니면 오히려 주목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정원이 그러하듯이 북한 보위성도 외부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조직인데 이번 열병식에는 대열을 갖춰 참가했습니다. 아마 열병식 대열에 보위성원들이 정식으로 등장한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대대적인 열병식을 준비하면서 각급 부대별로 빠지지 말고 참가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양복을 입고 총을 든 것이 어쩌면 보위성의 특색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 주민들 속에 들어가 있으면서 김정은 정권에 해가 되는 인사들을 무자비하게 척결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등을 통해 외부 문화 차단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북한판 국가정보원인 국가보위성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