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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CCTV 없이 사전투표함 '방치'…"법적 문제없어"

[취재파일] CCTV 없이 사전투표함 '방치'…"법적 문제없어"
사전투표 부실 관리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정희 중앙 선거관리위원장이 본 투표를 하루 앞두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주말 사전투표 관리 부실의 여진은 계속됐습니다. 특히 몇 군데 지역 선거관리사무소에서 CCTV도 없이 지정된 보관장소가 아닌 곳에 사전투표함과 우편투표함을 보관한 것을 놓고 문제 제기가 나왔습니다.

본 투표 날에 투표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진행되는 사전투표는 해당 지역 선관위가 관할하는 지역에 사는 유권자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 사는 유권자도 아무 투표소에서나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지역 사람이 투표한 '관외 투표지'는 본 투표까지 나흘 안에 해당 유권자의 관할 선관위로 넘어가, 그곳의 다른 사전투표함과 함께 보관됩니다. 이 나흘의 시간 동안 사전 투표지가 안전하게 보관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에 몇 가지 규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투표함 보관장소의 CCTV 설치입니다.

공직선거법 제176조는 사전투표 등으로 접수한 우편물은 정당 추천위원의 참여하에 즉시 우편투표함에 투입해 보관해야 하고 이 우편투표함은 사전 투표함과 함께 CCTV(영상정보처리기기)가 설치된 장소에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촬영된 영상정보는 선거일 후 6개월까지 보관하게 되어 있습니다.

종이로 렌즈 가린 부천시 선관위 사무국장실 CCTV (사진=부천시의회 국민의힘 곽내경 의원 제공, 연합뉴스)

그런데 국민의힘에 따르면 경기 부천 선거관리위원회가 우편을 통해 배달된 관외 사전투표 우편물을 정식 보관장소가 아닌 사무국장실에 임의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이 장소에는 CCTV가 있긴 했지만, 가려져 있었고,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제주에서도 문제 제기가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은 제주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투표를 마친 우도 주민들의 사전투표함을 규정대로 보관실에 두는 대신 선관위 사무국장 방에 뒀다며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이 방에도 역시 CCTV는 없었습니다.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선관위는 이렇게 보관하는 게 법적으로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지정 보관장소도 아니었고, CCTV도 없었는데 어떻게 법규 위반이 아니라는 걸까요?

같은 공직선거법 176조에 1항을 보면, 구·시·군 선관위는 다른 지역에서 기표가 된 뒤 우편으로 배달된 사전투표와 거소투표, 선상투표까지 접수할 때 반드시 해당 지역 선관위의 정당추천위원의 참여하에 이를 우편투표함에 투입해야 합니다. 2항에서는 사전투표함을 넘겨받을 때도 이런 정당추천위원의 참관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참관인이 없는 상황이라면, 선관위의 직원들이 이 투표지들을 임의로 투표함에 넣거나, 이미 자물쇠로 잠겨서 CCTV로 감시되고 있는 사전투표 보관장소에 옮겨 두는 것이 불법이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천에서는 우편으로 시차를 두고 도착하는 우편투표지를 우편투표함에 넣기 전에 참관인을 기다리며 임시 보관했던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제주에서도 참관인을 기다리는 동안 임시 보관한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제주나 부천이 아니라 전국에서 똑같이 운영되고, 이전 선거에서도 적용된 방식이라고 중앙선관위는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CCTV를 설치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그런 식으로 관리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기실 CCTV를 의무화한 조항은 지난해 3월 신설된 조항이기도 합니다. 사실 해당 장소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곳도 아니고, 선거를 중립적으로 관리할 의무와 권한이 있는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직원, 그것도 해당 선관위의 고위 간부인 사무국장실에 보관돼 있었다면 우리는 유권자들의 소중한 표들이 어떤 위해도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있었다고 안심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선관위가 단단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었다면요.

부실한 확진자 · 격리자 사전투표 관리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선관위의 투표 관리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번 사전 투표에서 확진자 투표 관리의 부실로 신뢰는 더욱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편으로 배송되고 며칠간 보관돼야 하는 사전투표지 관리 규정은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당추천위원이 상주하거나 사전투표함 이송에 동행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또는 정당추천위원의 참관 조항을 조금 덜 엄격하게 바꾸는 방법, 사전투표함과 우편투표함 투입 과정 등에 대한 추가 감시 방법을 보완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관위가 빠르게 바뀌는 선거 여건에 미리 대비하고 국민 불신을 초래하지 않을 역량을 갖추는 게 선행되어야 하겠습니다.

CCTV 아래 잘 보관된 우편투표함과 사전투표함은 본 투표 날인 오늘(9일) 저녁 6시, 개표소로 옮겨져 일반 투표지와 별도로 개표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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