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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만 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를 받는 공무원은 누구인가

더 약해진 청탁금지법에 대한 의문

[취재파일] 20만 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를 받는 공무원은 누구인가
1. 이번 설부터 공무원들은 한우, 홍삼, 전복 선물, 2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국회가 법을 고쳤고, 정부가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공무원 등이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 선물 한도액은 청탁금지법이 처음 만들어 졌을 때 5만 원이었던 것이 중간에 10만 원으로 올라가더니, 이제 20만 원까지 후퇴했습니다.

10만 원만 해도 돼지고기 선물하면 삼겹살을 명절 내내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이 위아더월드로 손잡고 (참 희귀한 장면이죠) 빨리 국회에서 이 법 통과시키자고 기자회견을 열더니, 결국 성공시켰습니다.

청탁금지법 국회 결의

왼쪽 원그래프 중에 초록색, 93%가 찬성 비율입니다. 반대는 5명이었고요. 확대해보면 이렇습니다.

청탁금지법

2. 굳이 20만 원으로 올린 건 한우 역할이 컸습니다. 한우협회는 오매불망, 명절 선물값을 20만 원까지 올리자고 요청을 해왔습니다. 한우협회는 이렇게 되면 농민은 2천억 원, 최종 시장까지 4천억 원, 총 6천억 원 한우업계 수입이 더 늘어날 거라고 분석하면서, 이번 조치를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자료]

한우협회 내부문건

그런데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덜컥 걸리는 문장이 있습니다. 경매가, 도매가가 3% 오를 거란 겁니다. 도매가가 3% 오른다면, 소매가는 그 이상 올라갈거란 건 쉽게 예측이 가능하죠. 지금도 솔직히 마트나 시장에 가면 가격 때문에 한우 집기가 무서운 상황인데, 값이 더 오른다면 글쎄요, 서민들은 한우 사먹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3. 한우농가가 돈을 더 버는걸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꼭 공무원 선물 가격을 올려야만 그게 가능한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간 유통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소비자들이 부담을 지고 비싼 값에 한우를 사먹게 된다는 건 오랫동안 지적이 됐던 일입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그 힘으로, 중간 유통구조를 단순화하자고 주장하는건 어땠을까요. 가격이 내려가면서 소비자도 이득을 보고, 소비를 늘리면서 농민들도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4. 이런 방법은 선량한 대부분 공무원들에게도 예의가 아닙니다. 대부분 공무원들은 20만 원짜리 선물을 원하지 않습니다. 물어보면 대부분 3만 원짜리만 받아도 부담스럽다고들 합니다. 더더군다나 20만 원짜리 선물이 왔다는 건 나한테 그 이상 원하는게 있는 거다 싶어서 너무 불편하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선물 한도를 20만 원으로 올린다는 것, 그리고 그러면 소비가 늘어난다는 게 뭘 의미하는 걸까요. 그 늘어난 선물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그게 청탁금지법의 취지와 맞는 것일까요. 법적으로는 결정이 났지만, 사회적으로는 풀어야 될 의문들이 더 많아졌다는 생각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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