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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통일부가 '드립력'을 물었다…어떤 '사자성어 공모전'

사실 이 이야기를 취재파일 형태로 쓸지 말지 며칠 고민했습니다. 부처 안에서 진행하는 소소한 이벤트라서 넘어갈까 싶기도 했습니다만, 기자실 오가는 길목에 떡하니 붙어있는 이 포스터! 며칠째 그냥 지나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열마디 말보다는 직접 보시는 게 좋겠죠. 아래가 그 포스터입니다.

통일부 '사자성어 공모전' 포스터
▲ 통일부 기자실로 향하는 벽면에는 이런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여보게, 지나가는 양반~.
통일부의 2021년 한 해를 대표할 수 잇는 나만의 사자성어를 적어 응모해 보시오!
꿈보다 해몽! 드립력+100!"

통일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 알림입니다. 물론 대외용은 아니라는 점, 짚고 가겠습니다. 부처 식구들끼리만 하는 연말 이벤트로 기획한 것이니 나름대로 유쾌한 표현들이 사용된 것 같습니다.

이 포스터를 지나칠 때마다 저도 한 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통일부의 한 해, 어떤 사자성어를 떠올릴 수 있나? 글쎄요. 사실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남북간 통신연락선이 복구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훈풍이 분 것 또한 아닙니다. 이인영 장관이 이야기해 온 '통일부의 시간'이 찾아왔다고 보기는 올해도 역시 어렵습니다. 세계를 잠식한 코로나19 변수는 그대로입니다. 북한은 우리 뿐 아니라 중국과도 국경을 막고 있는 상황이죠. 종전선언에 대해 북, 미, 중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하는데 눈 앞의 결과물로 무엇인가를 볼 날은 난망해 보입니다. 매정한 말일지 모르지만, "꿈보다 해몽! 드립력+100!"이라고 외칠 만큼 유쾌한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통일부 정책에 관심이 모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포스터의 존재가 더 크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촌철살인. 조그만 쇠붙이로 사람을 죽인다, 즉 간단한 말로도 남을 감동시키거나 약점을 찌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말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원한다면 내부 직원들이 아니라 정책 고객들인 민간단체나 시민들에게 직접 듣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쓴소리 들을 각오쯤은 당연히 되어 있어야겠죠. 이 포스터를 본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왜 통일부 폐지론이 고개를 드는지 단 한 번이라도 통일부가 성찰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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