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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7월 4일을 '바이러스 독립기념일'로 만들겠다는 바이든

[월드리포트] 7월 4일을 '바이러스 독립기념일'로 만들겠다는 바이든

첫 저녁 황금시간대 대국민 연설…트럼프와 달라도 너무 다른 바이든

1년 전 이맘때 미국 사회는 전체가 순간 멈추는 것 같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워낙 요란하게 셧다운 조치를 했기 때문에 사재기가 기승을 부렸고, 학교와 상점, 직장이 동시에 멈춰서는 극한 상황을 체험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조치를 원하지 않았지만, 워낙 상황이 심각해져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부활절이면 경제가 정상화될 거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때도 트럼프는 코로나를 독감과 비교했고, 마법처럼 사라질 거라는 과장도 늘어놨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이 질병에 대해 아무것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라 충격과 공포가 워낙 컸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과 기대를 워낙 뒤섞어 말하다 보니 어디까지가 팩트인지 구별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셧다운 1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저녁 황금시간대에 대국민 연설에 나섰는데(미국 주요 채널이 동시에 바이든 연설을 생중계했습니다), 그가 얼마나 트럼프와 다른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줬습니다. 워낙 트럼프 대통령의 독한 맛 연설에 익숙해져서 개인적으로는 후보 시절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이 귀에 잘 안 들어왔던 게 사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악의적으로 설정한 '치매 노인' 프레임에 알게 모르게 경도돼 바이든의 약한 메시지가 혹시 어떤 문제 때문에 생긴 건가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리된 것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었습니다. 연설을 들으면서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취임 후 첫 저녁 황금시간대 대국민 연설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① "5월까지는 원하는 모든 사람이 백신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단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과장과 허풍을 섞어서라도 무조건 어떤 것이든 목표를 지른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한 목표를 짜게 축소해 발표하는 스타일입니다. 후보 시절 백신 접종을 하루 100만 건으로 발표한 뒤, 취임하는 순간부터 이미 목표를 달성해버렸습니다. 목표를 올리는 것도 아주 조심스러운 언어를 사용하며 조금씩 상향 조정했는데 그러다 벌써 하루 백신 접종은 200만 회가 넘어섰습니다. 이런 짠돌이식 신중함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가 제시하는 목표는 내부적으로 달성 가능하다는 확신이 섰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오늘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접종에 관해서는 5월 1일까지 접종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맞을 자격을 갖추게 될 거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때까지 전부 접종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까지 원하면 대기 줄에 서서 접종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건 기존에 잡았던 목표보다 대단히 당겨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미국이 하루 200만 명 넘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건, 세계에서 어느 국가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과시했습니다.

1회 접종으로 끝나는 존슨앤드존슨(J&J)의 백신을 추가로 1억 회 구입하기로 했다는 것도 다시 소개하면서, 경쟁사인 머크가 J&J 백신을 생산하기로 해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전역 1만여 곳에 달하는 약국 체인점을 활용해 접종을 하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600개 대형 접종소를 활용해 대규모 접종을 이어갈 거라고도 예고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65세 이상의 65%, 75세 이상은 70%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 소개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금 백신 접종을 하려고 해도 예약하는 문제가 가장 어려운 점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5월 1일부터 백신 접종 예약 사이트도 새로 열 거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집 근처 어디에서 가장 빨리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게 할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취임 후 첫 저녁 황금시간대 대국민 연설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② "독립기념일(7월 4일)부터는 바비큐 파티 가능"

바이든 대통령은 굉장히 소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7월 4일부터는 정상 생활이 가능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백신 접종 차례가 오면 얼른 맞고, 그 이후에도 거리두기를 하고 마스크도 잘 쓰고 다니면 독립기념일부터는 뒷마당에 이웃들과 함께 모여 바비큐를 하면서 축하 파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밝혔습니다.

그날은 독립기념일일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로부터의 독립 시작일이 될 거라고 예고했습니다. 그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고 당부했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며, 모두 백신을 맞고 손을 씻고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취임 후 첫 저녁 황금시간대 대국민 연설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③ 대통령 연설에 등장한 '위로와 공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이 가끔 비인간적으로 느껴졌던 건 코로나 팬데믹 참사를 그 자체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팬데믹 와중에도 자신의 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걸 과시하느라 사람들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않았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한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팬데믹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발언부터, 내가 아니었으면 더 많은 사람이 코로나로 죽었을 거라는 기가 막힌 발언이 대통령 입에서 아무렇게나 나오는 걸 그동안 지켜봐야 했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로 숨진 사망자 숫자를 자기 일정표 뒷면에 적어놓는다며 그걸 주머니에서 꺼내 오늘까지 52만 7천726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숫자는 1차,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9·11테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망자 숫자를 언급조차 꺼리던 트럼프와 달리 현실을 인정하고 시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이 사태를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죽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작년에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마지막 휴가, 마지막 생일을 겪고 그런 소소한 일상이 무너진 것을 위로하며, 미국인들이 집단적인 고통과 희생을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헤밍웨이의 소설에 나오는 표현을 인용해가며 그런 고통을 겪으면서 우리는 더 강해졌다고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자신도 아버지가 실직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팬데믹 기간에 아이의 방에 가서 직장을 잃어서 더 이상 여기 머물 수 없다고 털어놔야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결혼식, 생일, 졸업식같이 꼭 해야 하는 일들을 하지 못했다며 셧다운 기간 이후 송두리째 바뀐 미국인의 삶을 일일이 거론하며 정말 고생 많았다며 토닥거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냉랭하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CNN이 여론조사를 했는데, 코로나 대책에 대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 있다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비율이 6%밖에 안 됐습니다. 미국 사회가 얼마나 분열돼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조사입니다. 이들은 팬데믹 대응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잘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존슨앤드존슨 백신 1억 회 분량 확보한 미국

백신은 남아돌겠지만 그래도 "미국인 돌보는 게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서는 다른 걸 다 내팽개치고, 백신 개발에만 매달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백신이 나오니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연방 정부 차원에서 다른 방역 조치는 손을 놨다는 게 미국 코로나 비극의 핵심입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 이후 백신 물량 확보에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J&J 1억 회 분량을 확보하면서 미국의 백신 재고는 전체 인구 3억 3천만 명을 훌쩍 넘는 5억 회 분량이 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예전부터 예고한 대로 백신이 남아돌아 걱정을 하게 되는 상황이 올 건 거의 확실해졌습니다.

며칠 전에도 남아도는 백신은 그럼 어떻게 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왔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 돌보는 게 최우선"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른 나라를 돕겠다고 덧붙였습니다. 'Make America Healthy Again'(미국을 건강하게)을 하겠다는 데는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큰 차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백신 구경을 시작한 상황에서 국제 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시장에 백신이 나올 때마다 쓸어 담는 걸 보는 게 마음이 편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취임 후 첫 저녁 황금시간대 대국민 연설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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