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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만 5백만 원…'수입 0원' 살처분 농장주의 눈물

<앵커>

관련된 이야기 하나 더 있습니다. 열병이 확인되면 그 동네 돼지들을 싹 다 없애버리는 방법으로 바이러스 퍼지는걸 막고 있죠. 그런데 이후에 지원이 또 변변찮아서 이 농가들 사정도 딱 하기 그지없습니다.

농장 사람들 얘기는 박찬범 기자가 또 들어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살처분 결정이 내려진 뒤 이곳 파주 돼지농장의 시계는 멈춰 섰습니다.

북적이던 축사는 커다란 공터로 변했고 텅 빈 사료통엔 먼지만 쌓였습니다.

농장주는 키우던 돼지 3천여 마리에 대한 보상금을 받았지만, 밀린 사료값과 농장 시설을 지을 때 빌린 은행 대출 일부를 갚고 나니 남은 게 없습니다.

[신현태/살처분 농장주 : 2011년도에 (구제역으로 살처분)하고, 한 5년 놀다가 내가 사업을 했어요. 너무 힘들죠. 빚이 너무 많아 은행 이자가 압박이 오고….]

4명 있던 외국인 근로자 중 절반은 일을 찾아 떠나갔고 남은 2명도 떠날 준비 중입니다.

[탭/외국인 근로자 : 지금 일이 없어서 (동료는) 닭 공장 갔어요. 지금 돼지 없어요. 일이 없어요.]

이곳 연천의 농장은 거액을 대출받아 2018년 최신식 시설을 갖췄지만 역시 살처분의 공포를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한때 이곳에서 키우던 돼지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던 모돈 관리표인데요, 마지막 기록은 11월 3일입니다.

현재 이곳 축사는 텅 비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내 온도를 영하로 떨어트리면 안 되기 때문에 이처럼 조명을 켜고 있는 상태인데요, 전기료만 한 달에 5백만 원이 넘게 나갑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받는 생계안정지원금은 고작 월 67만 원.

기초생활수급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이창번/살처분 농장주 : 2천 마리만 되면 67만 원이에요. 실질적으로 저희가 데리고 있는 직원 한 명의 월급 값도 안 되는 거죠.]

지역의 사료업체 대리점은 하나둘 문을 닫고 가축 약품 업체도 매출 급감으로 고전 중입니다.

[우정제/가축약품 업체 관계자 : 돼지가 하나도 없으니까 백신 자체를 다 반품하고 텅 비어있습니다. 냉장고가 이렇게. 정말 너무 한심하죠.]

농장주들은 새끼 돼지를 들여와 다시 키우는 '재입식'이 허용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멧돼지 폐사체에서 계속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이런 상황은 장기화할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조형우·류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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