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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다큐멘터리 영화로 돌아온 '故 김복동 할머니'

<앵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운동가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故 김복동 할머니가 영화가 되어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지난 1월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꼭 반년 만입니다.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김복동 할머니의 초기 육성을 비롯해서 그의 치열했던 삶이 오롯이 녹아 있습니다.

영화 김복동을 만든 송원근 감독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영화 만드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어제(24일) 첫 시사회를 하셨다는데. 반응이 좀 어땠나요?

[송원근/영화 '김복동' 감독 : 네, 맞습니다. 굉장히 기자분들이 보시게 돼서 굉장히 떨렸었거든요. 그런데 기자분들도 일반 관객분들처럼 많이 할머니의 그 마음에 공감해 주셔서 굉장히 만든 사람으로서 굉장히 좀 그런 부분들을 잘 느낄 수 있었던 시사회였던 것 같습니다.]

영화 김복동. 어떤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송원근/영화 '김복동' 감독 : 김복동은 제목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것처럼 김복동이라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그 삶을 다룬 영화입니다. 다만 피해자의 삶에 국한하지 않고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가 피해를 넘어서 평화 활동과 그다음에 인권 운동가로 어떻게 삶을 살아왔었는지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 모습들을 쭉 담아온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뭐 당연히 몸이 불편하신 상황이었겠지만 자주 접촉을 하셨을 텐데, 할머니하고 사이에 있었던 일 중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런 장면은 어떤 것입니까?

[송원근/영화 '김복동' 감독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한다면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제 거의 진통제에 의존하시고 고통스러워하시던 순간이었는데 제가 손이 남아서 할머니의 손을 이렇게 잡아드리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원래 다른 사람들이 손잡는 걸 거부하시고 좀 불편해하시는데 그때 그냥 손, 영화 만드는 감독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했을 때 굳이 뿌리치지 않으시고 제가 잡아드렸던 그 순간, 그 순간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잘 부탁해 뭐 이런 의미 있었던 것 같네요.

[송원근/영화 '김복동' 감독 : 저는 그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위안부 피해자들을 다룬 영화들은 꽤 있지 않습니까? '귀향'이라든지 '아이 캔 스피크' 같은 영화들이 언뜻 생각이 나는데 그런 영화들과 감독님이 만드신 영화 김복동과의 차별성이라고 하면 어떤 게 있을까요?

[송원근/영화 '김복동' 감독 : 일단 '아이 캔 스피크'나 '귀향'은 극영화였습니다. 극영화였고 '귀향' 같은 경우는 과거에 할머니들이 끌려갔을 때 그 당시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었는데요. 저희 김복동은 그런 부분, 그런 과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할머니가 투쟁의 역사, 그러니까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를 받기 위한 처절한 투쟁의 순간들을 하나의 27년간의 역사 속에서 할머니의 삶을 들어보려고 했었다는 게 차별점인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피해자의 삶에 국한하지 않고 이 역사 속에서 할머니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활동을 했었는지 그것이 오롯이 드러날 때 관객들이, 보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일종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김복동 할머니가 본격적으로 위안부 만행을 폭로하기 전에 아직까지 미공개된 육성 음성파일이 이 영화에 포함돼 있다면서요? 저희가 살짝 입수한 게 있는데 조금 들어보고 가겠습니다.

[故 김복동 할머니/'위안부' 피해 증언 (1992년 3월) : 일본에 가면 군복 만드는 공장이라 그러데. 공장에. 일요일 날 되니까 외출을 나오더라고 군인들이. 8시부터 나와가지고 저녁 5시 되면 들어가고… 반항하지. 반항 안 할 수 있나? 가만둬요? 뭐 하는 데 가만둬? 밥도 안 먹이고 막 때리고는 가둬두지. 16살에 들어갔다가 한국에 오니까 23살이래. 23살.]

김복동 할머니를 떠올리면 일단 투사의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잖아요. 이 음성파일을 들어보니까 이것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감독으로서는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송원근/영화 '김복동' 감독 : 그 부분이 이 영화에서 이 음성파일을 사용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였습니다. 어쨌든 당시에 할머니가 처음에 고민했던 순간, 고뇌했던 순간, 물어봤을 때 그 격한 감정들이 그대로 느껴졌었고, 어떤 그 고민의 순간들이 과자 봉지를 이렇게 만지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라든가 할머니께서 생전에 담배를 피우셨는데 라이터를 켜시는 소리, 담배를 빨아들이는 그 소리들까지도 고스란히 들리는 걸 보면서 이걸 음성으로만 들었지만, 굉장히 그 당시 할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저는 느껴졌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관객분들에게도 그대로 좀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일본 위안부 합의 이후에 2015년에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가 합의를 한 이후에 아베 총리가 발언한 내용도 그대로 담으셨다면서요? 특별한 의도가 있으십니까?

[송원근/영화 '김복동' 감독 : 사실은 아베 총리의 그런 발언들 같은 경우에는 우리 기자든 정부 관계자든 누가 이야기를 해도 아베 총리는 이거는 합의가 끝난 얘기고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끝난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는 대답하지 않겠다 하면 아무도 더 물어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 현재가. 지금 현재 아베 총리의 입장도 그렇고요. 다만 당시 2016년 1월에 민주당의 오가타 린타로라는 의원이 아베 총리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묻습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일본 의원이 물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일본 의회에서 대답을 하는 거거든요. 굉장히 어떤 디베이트, 토론을 하는 듯이 물어보고 답하고 물어보고 답하고 하는데 아베 총리가 거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나는 사과를 했다라고 말을 합니다. 김복동 할머니가 그렇게 얘기했었던 다른 피해 할머니들께서 얘기했었던 우리에게 사과를 하라라고 했었는데 그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를 했다고 말을 하거든요. 그런 부분들은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제대로 볼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런 부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굳이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를 좀 내보내고 판단은 보시는 국민들이 할 거라고 믿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고 생각하셨군요? 이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다 싶은 지정 관객 있습니까?

[송원근/영화 '김복동' 감독 : 이 영화는 우리 미래 세대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학생들이죠. 할머니가 끝까지 자신, 찾고 싶었던 건 자신의 잃어버린 시절이었습니다. 15살, 16살에 끌려가고 돌아왔을 때 22살, 23살이었으면 자신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잃어버렸던 거거든요. 그 찬란했던 순간을 지금 살고 있는 학생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고 할머니의 뜻을 공감해 준다면 우리 사회가 그리고 지금 현재 닥쳐 있는 이런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지 그 순리가 그냥 그대로 풀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영화를 뭐 처음 만드시기 시작하실 때 생각한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지금 한·일 관계, 잘 아시다시피 수출 규제, 독도 문제 굉장히 안 좋습니다. 이 영화가 지금의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시나요?

[송원근/영화 '김복동' 감독 : 저는 이 영화가 오히려 우리나라 국민들을 조금 더 차분하게 그다음에 객관적으로 중심을 제대로 꿰뚫을 수 있는 그런 메시지를 분명히 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지금 일본 정부에서 논리도 아니고 사리 분별에 맞지 않는 말을 할 때 그것에 휩쓸리기보다는 정말 이 문제가 가지고 있는 원칙적인 부분이 무엇인지를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깨닫고 그것을 잘 알 수 있을 때 이 사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혜안도 우리 국민들이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은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일반 개봉되면 저도 꼭 가서 보겠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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