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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뱅' 출범 한 달…은행의 미래는?

메기 효과 입증…기존 은행들의 속내는

[취재파일] '카뱅' 출범 한 달…은행의 미래는?
307만명이 계좌를 개설했고, 들고 난 돈이 모두 합쳐 3조 3천억원 이상. 체크카드는 216만 명이 신청했다. 지난달 문을 연 카카오뱅크(이하 ‘카뱅’)의 한 달 성적 (8월27일 기준)이다. 모바일이라는 편리한 사용 환경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이라는 매력에 20대~40대 젊은 고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카뱅이 출범 초반 바람몰이에 성공한 배경은 무엇일까. 7월27일 카뱅 출시 당일 계좌를 연 20대 직장인 오세웅씨에게 카뱅 한달 사용 소감을 물어봤다.

“처음엔 새로운 게 나왔다고 해서 가입하게 됐다. 한달 써봤는데 확실히 편하고 좋았다. 특히 친구들에게 돈 이체할 일 있을 때 기존 인터넷 뱅킹은 공인인증서를 다운로드 받거나 일일이 친구들의 계좌 번호를 받아서 입력해 송금해야 했다. 하지만 카뱅은 지문인식과 핀번호 입력 등 간단한 절차만 거쳐 카카오톡으로 송금할 수 있어 편했다.

또 매달 적금도 붓고 있는데, 금리가 시중 은행보다 높다. 시중 은행은 우대 금리를 받으려면 은행이 요구하는 몇 가지 미션을 행해야 하는데 카뱅은 그런 것 없이 일괄적으로 고정된 금리를 적용해 편했다.”
카카오뱅크
카뱅 현상은 금융권에서도 대형 이슈라고 할만하다. 그 중 많이 거론되는 것은 메기 효과다. 노르웨이의 어부가 청어를 싱싱하게 공급하기 위해 청어가 담긴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넣었더니 위협을 느낀 청어가 메기를 피해 도망치면서 목적지까지 싱싱한 상태로 도착했다는 데서 나온 경제학 용어다. 카뱅의 선전(善戰)도 선전이지만, 요즘 카뱅으로 인한 메기 효과가 금융권에서 화제다.

각 시중은행들은 카뱅에 맞서, 또는 카뱅으로부터 고객을 지켜내기 위해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고, 대출 금리를 낮추고, 해외송금 수수료를 낮추고, 기존 고객에게 금리우대 서비스를 내놓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중 은행들은 아직 카뱅이 자신들의 적수가 되기에는 거쳐야 할 시험대가 많다고 보는 분위기다.
카카오뱅크 출범 한 달에 대해 1명의 전문가와 1명의 시중은행 임원을 인터뷰했다. 금융의 미래, 카뱅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들어봤다.

● “고객이 나뉘고 각각 다른 영역을 구축할 것” -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Q. 카뱅의 성장 속도가 놀랍다. 기존 은행은 카뱅 같은 인터넷 은행에 밀려 쇠락할 것으로 보는가?

A. 향후 인터넷 전문은행과 시중 은행은 대상 고객이 달라지고 서로 다른 영역을 구축해 갈 거라고 봅니다.
기존 은행들이 쇠퇴하거나 없어지는 게 아니라 기존 은행들도 분명히 모바일 뱅킹을 강화하고, 비대면 채널 강화 같은 기술 혁신을 계속 이루면서 비용 측면에 있어서도 경쟁하면서 혁신을 해 나갈 겁니다.

그래서 기존 은행들이 쉽게 도태되는 게 아니라 자기 영역을 찾아갈 겁니다. 특히 기존은행의 역할에는 인터넷 은행과 다른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 인터넷 은행은 소비자 금융에만 치중하고 있고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금융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기존 시중 은행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고 볼 수 있죠. 기업 금융이라든지, 주택 담보 대출이라든지, 빅 데이터를 이용한 신뢰받는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기존 은행들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Q. 인터넷 은행이 가져올 금융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요?

A. 먼저 고객층이 나눠질 겁니다. 고액 자산가들은 분명 기존 시중은행을 더 선호하게 될 거고요. 왜냐하면 대면 서비스가 중요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비대면이 편하긴 하지만 고액이라든지 특별한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 특히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은 대면 서비스가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시중은행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 타겟이 달라지고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행 계좌를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개 가지고 있으면서 내가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때, 간단하게 사용할 때, 특히 소액결제라든지 송금할 때는 이런 인터넷 전문은행을 쓰고, 또 큰 돈을 맡기거나 예금하거나 다른 상품을 이용할 때는 분명한 시중은행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선택의 폭 넓어진 것일 뿐…시중은행이 우위에 설 것”-NH 농협은행 박규희 부행장

Q. 카뱅의 돌풍이 대단하다. 어떤 대응전략을 세우고 있는가

A. 인터넷 은행의 출범은 새로운 금융 형태의 출현이다. 양쪽의 경쟁 측면으로 보기 보다 금융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보는 게 낫겠다.

금융거래의 핵심은 거래의 편리성, 정확성,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 비대면 선호 고객을 위해선 비대면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고, 대면 거래 원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직원과 충실한 소통할 수 있도록 돕겠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은행 만의 장점을 살리겠다는 거다.

최근 금융소비자들의 니즈를 보면 예금 대출, 지급 결제 같은 단순 업무보다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주고, 불려주는 걸 바란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인적 자산이나 고객 정보를 통해 (인터넷 은행보다) 훨씬 더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뱅크
Q. 인터넷 은행의 등장으로 기존 전통은행은 쇠락할 것으로 보는가

A. 분명히 사업 영역이 다르다. 중장년층은 모바일 접근성이 떨어진다. 과거 자료를 보니 미국에서도 인터넷 은행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았다. 거래 안전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전통적인 은행들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전히 기계, 모바일과 대화하는 것과 직원과 대화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 점이 인터넷 은행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금융 사고가 났을 경우 얼마나 빨리 대응하는지도 관건이다. 만약 스마트폰을 잘못 터치해 100만원 보낼 것을 1천만원 보낸다든가, 엉뚱한 사람한테 송금한다든가 하는 사고가 나면 곧바로 고객센터와 전화해 대응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카뱅의 경우 고객센터에 전화해도 연결이 잘 안된다고 한다. 고객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Q. 인터넷 은행은 점포가 없고 직원이 적어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고 그걸 고객에게 혜택으로 되돌려줄 수 있다. 장기적으로 가면 시중은행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A. 인터넷 은행들은 초기에 고객 확보 위해 금리를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갖고 가려고 할 것이다. 고객 유인을 위해 초기엔 예금 이자 많이 주고 대출 이자 싸게 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그렇게 하지는 못할 걸로 본다.

Q.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금융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A. 제가 파악한 바로는 고객들의 접근 패턴은 ‘병행’이다. 기존 계좌를 완전히 접고 카뱅으로 넘어간다기 보다는 기존 시중은행 계좌를 두면서, 새로운 걸 경험해보는 차원에서 연 것이 많다고 본다. 우리 고객이 통장 해지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존 거래를 병행하면서 급하고 바쁠 때 인터넷 은행을 활용하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중 은행도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융합해가면서 점점 고도화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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