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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레임 전쟁 ① '적폐' 문재인 vs '협치' 안철수…대권 승자는?

[취재파일] 프레임 전쟁 ① '적폐' 문재인 vs '협치' 안철수…대권 승자는?
이번 대선은 양강구도가 확연해 지면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습니다. 용호상박입니다. '박근혜 리스크' 최대의 수혜자이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앞서가는 듯 하더니 지난주부터 10% 안팎의 지지율로 절치부심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역전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당 대선순회경선 이후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습니다. 

선거는 프레임 전쟁입니다. 대선후보들 본인들이 유리한 지형에서 싸우려고 전장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국민들에게 어떤 기준에서 후보를 뽑아야 하는지를 설득하느냐에 따라 판도는 달라집니다. 프레임을 유리하게 설정한 후보들이 결국 대권을 거머줬습니다.

기존에는 보수와 진보진영으로 나뉜 채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 부동층으로 불리는 20% 안팎의 표심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선거결과가 달라지곤 했습니다. 선거전략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앞세웠고 여당은 '무능한 야당'을 강조하며 중간지대 표심잡기에 주력했습니다.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양상으로 전개되면 선거는 늘 혼탁해졌습니다. 비방과 유언비어가 난무할 수밖에 없었죠. 색깔론도 어김없이 등장했죠.

● '진보 vs 진보' 19대 대선판도는 미궁

물론 네거티브 선거가 재현되고 있다는 점은 지난 선거와 다르지는 않습니다만 이번 선거구도는 양상이 좀 다릅니다. 대통령 파면으로 구여권은 몰락했습니다. 보수 후보들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야권의 두 대선주자가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기이한 형국이 펼쳐진 겁니다. 이전 대선은 보수와 진보진영의 싸움이었다면 19대 대선은 진보진영에 뿌리를 둔 두 후보들 간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예상치 못한 대선구도에 국민들도 혼란스럽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도 마찬가집니다. 프레임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전에 뱉어놓은 말들이 있어서 방향을 선뜻 바꾸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기긴 이겨야 합니다. 판이 벌어졌으니 전장에 나가긴 나가야겠고 두 캠프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각자가 마련한 프레임 속에서 겨루기를 시작했습니다. 두 캠프의 프레임을 따져 보겠습니다.
문재인 후보
● 문재인의 '적폐' 프레임…진보진영 최강자로

문재인 후보는 '적폐' 그리고 '청산'이라는 단어를 비중있게 사용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국정농단 세력과 구여권을 겨냥한 발언입니다. 원내 1당의 대선후보답게 적폐 프레임은 강력했습니다. 진보진영이 결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오랜기간 대선주자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은 바로 '적폐' 프레임이었습니다.

대선 경선에서도 적폐 프레임은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대연정' 이슈를 쟁점화하며 '문재인 대안론'으로 급부상하는가 했던 안희정 후보도 적폐 프레임을 넘지 못했습니다. '적폐세력과 함께 할 수 없다'는 문재인 후보의 거센 공격으로 '대연정' 이미지에는 '배신자' 프레임이 덧씌워졌습니다. 안희정 후보는 진보진영 내부의 거센 역풍에 고전해야 했습니다. 본선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해 꺼내 든 '대연정' 카드가 예선전에서 오히려 자충수가 돼버린 셈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진보진영의 충성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40% 안팎의 지지율이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층의 결집력이 그만큼 공고하다고 볼만한 논거가 됩니다. 문재인 캠프의 남은 고민은 당내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안희정·이재명 후보의 지지세력을 고스란히 흡수하기 위한 전략마련에 분주합니다. 경쟁 후보들의 승복선언에 이어 문재인 후보와의 공개 회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대위 출범을 놓고 당내 잡음이 불거지고는 있지만 문 후보의 지지층을 흔들 만큼의 커다란 문제로 비화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안철수 후보
● 안철수 '협치' 프레임…확장성 최강자로

당의 세력이나 규모로만 보자면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 전력에 1/3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지지율 역시 안철수 후보의 출발점도 지난 5년 전에 비해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정당도 없고 세력도 없없지만 '안철수 현상'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5년 전 지지율만큼은 박근혜, 문재인 당시 후보들을 압도했습니다. 현주소는 원내 3당입니다. 지지율도 10% 안팎에서 고전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안 후보가 대선출마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5년 전 문재인 후보와의 악연과 오기 때문이라는 비아냥도 많았습니다.

안철수 후보에게 호남은 지난 총선에 이어 두 번째 변곡점을 만들어줬습니다. '도박'이 '대박'됐다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표현이 그럴 듯 합니다. 국민의당 대선 경선 첫 출발지였던 호남에서 흥행 대박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지지율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군소후보와 유력후보의 경계선에서 임계점을 돌파하는 중요한 뒷심을 호남민심이 마련해 준 것입니다.

안희정 후보의 부진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안희정 후보를 지지하는 표심은 문재인 후보나 이재명 후보에게 전이되는 게 상식입니다만 최대 수혜자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몫이었습니다. '대연정'으로 상징되는 안희정 후보의 경쟁력이 비슷한 정체성을 지닌 후보로 표심이 이전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호남과 안희정 지지를 흡수하며 성장한 군소후보 안철수는 어느새 문재인 후보와 대권을 다투는 매머드급 후보로 변신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프레임은 '협치'입니다. 안희정 전 후보의 '대연정'과 다르지만 같은 말입니다. 진보진영 내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던 프레임입니다. 진보진영에서는 '적폐'와 협력할 수 없다는 명확한 명제가 이미 서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이미 공고한 '적폐' 프레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이상 문재인 후보와 같은 주장으로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차별화를 위해선 전혀 다른 색깔을 내야했던 것입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안철수 후보의 '협치' 프레임은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기도 합니다. 원내 40석이 안 되는 약한 조직 기반으로는 국정 장악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안 후보의 최대 약점이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협치'라는 카드는 강요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황으로 보면 '협치' 프레임은 대단히 성공적입니다. 조직은 약하지만, 프레임 그릇의 확장성만큼은 문재인 후보보다 월등하게 커 보입니다.

대선 앞으로 한 달 남았습니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포석은 앞으로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적폐' 구도로 지금까지의 대선판도를 이끌어왔다면 안철수 후보는 '협치' 프레임으로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는 형국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승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아니면 확장성을 무기로 전면전을 선포한 안철수 후보의 대역전극이 가능할 것인지가 남았습니다. 두 후보의 전략 서로 장점도 단점도 상존합니다. 2편에서 더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 [취재파일] 프레임 전쟁 ② 문재인의 '적폐' 프레임…드러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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