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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당대회 주요 변수"… 유승민 복당 둘러싼 뒷얘기

[취재파일] "전당대회 주요 변수"… 유승민 복당 둘러싼 뒷얘기
● "비대위가 제대로 사고 쳤다"…친박, 비박 모두 놀라게 한 혁신비대위

어제(16일) 새누리당 혁신비대위가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문제를 결론 내리라고 생각한 기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전국위원회를 파행시키며 새누리당의 대주주가 누구인지 똑똑하게 보여준 친박들이 그들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쉽게 결정내리라 예측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친박 핵심이었던 윤상현 의원도 복당 신청을 하기는 했지만, 윤 의원은 유 의원의 복당 결정과 묶음으로 결정되리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이들에 대한 복당 결정은 빨라봐야 전당대회 직전, 늦으면 전당대회 뒤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습니다. 게다가 혁신비대위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게 무색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회의가 열려도 단신 몇 줄 쓰기도 어려울정도로 메시지 없는 발언들이 이어지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기자들은 이 조직을 그저 전당대회 전까지 잠시 만들어진 권한 없는 임시지도부로 인식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 혁신비대위의 전격적인 복당 결정은 충격적이고 놀라웠습니다. 기자들만 놀란 게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들 모두 놀랐습니다. 한 비박계 의원은 복당 결정을 접하고 "비대위가 사고를 제대로 쳤다"며, 신선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친박들이 받은 충격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친박계 김태흠 사무1부총장은 "일부 비대위원들이 쿠데타 하듯이 복당을 밀어붙였다"고 거칠게 표현했습니다. 존재감 없던 혁신비대위의 전격적인 복당 결정은 당내에 큰 충격을 준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 정진석의 반란? 김희옥의 오판?…비결은 무기명 투표

이번 복당 결정을 두고 정진석 원내대표는 자신이 주도적인 결정을 한 게 아니라는 걸 강조했습니다. 그저 다른 비대위원들이 어떤 방향이든 결론을 내자며 무기명 투표를 하자고 제안했고, 실제 투표를 해보니 다수가 복당에 찬성했다는 겁니다. 자신은 그저 묵비권을 행사했다며 표결하자고 먼저 말을 꺼낸 건 한 여성 비대위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김희옥 위원장은 신중하게 결정하자며 당장 표결하자는데 반대했습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표결에는 부정적이었는데 대세를 거스르기가 어려웠나봅니다. 이미 대다수 위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하면서 어떻게든 결론을 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여기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희옥 위원장을 격동시켰습니다. "비대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는데, 처리하지 않는 것은 중대범죄"라고 몰아세웠다는 겁니다.

평생 범죄와 싸웠던 검사출신의 김희옥 위원장을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구석으로 몰아세웠던 겁니다. 결국 '어~어~'하는 사이 표결은 시작됐고, 결과를 까보니 일괄복당이 6표 이상으로 과반이 넘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복당 가결을 선언하고는 표를 다 찢어버렸다는 겁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묵비권을 행사했다지만, 오늘이 기회라고 생각했던 건 분명해보입니다. 비대위원들의 입을 빌어 일괄 복당을 공론화시켰고, 표결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정 원내대표가 개별 비대위원들을 사전에 접촉해 설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여의도 생활을 오래했던 정 원내대표는 무기명 표결이 분위기만 잘 잡히면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반면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사안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습니다. 무기명 표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분위기에 휩쓸려 시작을 말았어야할 표결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일괄복당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접하고 나서야 김희옥 위원장은 화를 냈다고 합니다. 표결 전 정 원내대표가 '범죄행위'라고 몰아세운 것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어제부터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며 당무 거부에 들어갔습니다. 당장 고위 당정청부터 취소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청와대가 취소한건지, 김 위원장이 취소한 건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복당 문제를 피하기만 했지, 위원들을 상대로 어떻게 처리할지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 결국 뜻밖의 일격을 당한 겁니다.

● 당 대표냐 대선 후보냐…유승민 의원의 행보는?

오는 8월 9일로 잡힌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에는 유력 대표 후보군들이 여럿 포진하고 있습니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이주영, 원유철, 홍문종 의원 등이 대표 자리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비박계는 정병국, 나경원 의원 정도가 거론되고 있을 뿐입니다.

20대 국회 들어 친박의 영향력이 더욱 세진 새누리당 내에서 비박계가 단단하게 결집하지 않고는 대표를 가져오기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승민 의원의 복당이 전해지자 비박계 의원들이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칫 밋밋하게 치러질지 모르는 전당대회에 비박계를 응집시킬 핵심 인물이 들어왔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유승민 의원의 복당 자체가 전당대회의 주요 변수가 생겼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바로 나서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또 다른 비박계 의원은 "복귀한지 얼마 안 된 유승민 의원이 바로 당 대표에 나서겠다고 하면 당이 더 혼란에 빠져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친박계가 사력을 다해 유승민 의원에 저항할 것이고, 큰 파열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당권, 대권을 분리해놓은 현행 새누리당 당헌 당규도 고려 요소임에 분명합니다. 이 규정은 대선 후보가 되려면 선출직 당직에서 대통령 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한다는 규정입니다. 내년 12월 대선에 출마하려면 당 대표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현행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유 의원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마음이 있다면 당 대표에는 나갈 수 없는 겁니다. 이 때문에 유 의원이 당내 분란만 일으키는 당 대표에 출마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유승민 의원도 실제 전당 대회 출마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승민 의원 본인이 직접 당 대표에 나서지 않더라도 비박계 결집의 핵심이 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친박에 비해 무기력해보이던 비박계가 탈당파 의원들의 수혈로 에너지를 얻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승민 의원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주호영, 안상수 등도 관록 있는 다선 의원들로,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박계가 결집하는데 역할을 할 가능성은 큽니다.

● 분당까지 거론하는 친박계…새누리당의 '증오의 강'은 사라질 수 있을까

친박계는 이미 정진석 원내대표가 임명했던 김용태 혁신위원장과 비박계 비대위원들을 전국위원회를 무산시키면서 임명을 저지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친박 패권주의라는 비난을 듣기는 했지만, 친박이 승인하지 않는 일은 통과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두고 친박계가 들끓고 있습니다. 무기명 투표를 전격적으로 실시했던 정진석 원내대표와 함께 갈 수 없다는 말까지 들립니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경우 분당까지 고려해야한다는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과거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끌려 내려올 때처럼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고난의 시간이 펼쳐질지도 모릅니다.

새누리당은 지난 10일 정책워크숍에서 더 이상 계파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며, 대통합의 정치를 실현해나가겠다고 대국민 선언까지 했습니다. 복당 결정 이후 벌어지고 있는 새누리당 내 갈등은 이런 선언을 왜 했는지 의아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쿠데타, 분당 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대통합의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주요 현안마다 벌어지는 갈등을 보면서 다른 계파와 함께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증오의 강'이 새누리당에서 과연 사라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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