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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법은 '관사 CCTV'에 있지 않다

[취재파일] 해법은 '관사 CCTV'에 있지 않다
전남 섬마을 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 이후 교육부가 어제(7일) 첫 대책을 내놨습니다. 피해 교사와 해당 학교 구성원들에 대한 심리치료와 법률지원 같은 당연하고 기본적인 조치 외에는, 도서벽지 교사 관사에 CCTV와 비상벨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이달 말까지 각 시도 별로 관사 실태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도서벽지 관사에 몇 명이 사는지, 어떤 환경에서 거주하는지 제대로 된 조사와 통계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어쨌든 이제라도 조사를 하겠다니 그나마 다행(?)이긴 할 겁니다.

그런데 교육부의 ‘대책’을 들은 현장 교사들은 “관사에 CCTV와 비상벨 달고 방범창 달면 불안이 사라지냐?”고 비판했습니다. 사건이 관사에서 발생했다고, 정부 대책도 관사 안전에만 국한된 것 아니냐는 겁니다. 그동안 도서벽지 관사들이 노후화하고 치안도 불안해서 일선 교사들이 개보수를 요청해도 늘 돌아오는 답변은 ‘예산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열악한 교육재정 상황에서 격오지 관사 시설 보수에까지 지급할 돈이 없었다는 소리입니다.

현재 전국 도서벽지 분교 등에는 6천 5백명 가량의 교사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 교사는 3천 명입니다. 교육부가 늦게나마 지원하겠다고 하니 관사 환경은 조금 좋아지겠지만,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CCTV나 비상벨은 일정 부분 범죄 예방 효과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사후적인 방책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교사 당사자의 일상생활이 기록되는 만큼 본인의 동의가 없다면 사생활 감시와 인권침해 논란도 불거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근무 환경의 ‘불안’은 관사라는 공간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분교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교사는 “야간에 홀로 남아 일을 할 때나 휴일에 당직 근무를 할 때면 늘 불안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보통 도서벽지 학교들은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 많이 있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도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관사만이 아니라, 도서벽지 학교를 둘러싼 공간, 더 나아가서는 해당 ‘지역사회 속의 학교’라는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증상이 있다고 즉자적인 대증요법만 내놓아서는 근본적 치료가 되지 않음을 우리는 그동안 여러 사건을 통해 확인해 왔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도 교육계에서는 일회성 대책에 아닌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국교총은 “교육행정당국은 단지 한 사건으로만 여기지 말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격오지 교원 근무여건 개선과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전교조는 “교육부는 미봉적인 구상에서 벗어나 성 평등하고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한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도서벽지에서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현재 교육부 내에 성차별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고민하고 전담하는 전문가와 부서조차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국 유사한 사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책이 ‘관사’라는 공간과 ‘여성 교사’라는 대상으로 한정되지 않아야 할 겁니다. 관사를 철통같이 틀어막는다고, 여성 교사를 보내지 않는다고 풀리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사람이 비단 교사만도 아닙니다. 경찰서, 보건소, 행정사무소 등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섬이나 산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이들이 모두 지역주민과 원활히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안전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일 겁니다. 그렇다면 정부 대책 역시도 CCTV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일하고 살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드는 데 집중돼야 합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주민 교육부터 시작해서 지역 사회와 함께 성차별 의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나가야 할 겁니다. 범죄예방 시스템과 더불어 시민 의식이 함께 바뀔 때 더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조금 오래 걸리고 더디더라도 꾸준한 정책 추진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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