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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실종 10년 만에 찾아낸 여성 유골…살해범은 남편?

[월드리포트] 실종 10년 만에 찾아낸 여성 유골…살해범은 남편?
미국 캘리포니아주 핸포드에 살던 데비 호크라는 여성이 실종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6년 6월 13일이었습니다. 그녀의 세 자녀가 집에 돌아왔을 때 차고에서부터 길게 이어진 핏자국을 발견했습니다. 집 안에서는 가구와 장식품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그녀와 그녀의 밴 승용차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당시 데비 호크는 제약회사 대표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이 의문의 실종 사건은 당시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그녀의 행방은 물론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 실종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처음에는 강도에 의한 살인이나 원한 관계에 의한 납치 등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벌였습니다. 그러던 중, 실종 이틀 뒤 그녀의 차가 인근 프레스노의 외진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차 창문은 모두 내려져 있었고 차 열쇠는 차에 그대로 꽂혀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차 안에서 발견된 핏자국은 그녀 집에서 발견된 피와 같은 사람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종보다는 살해 유기 쪽으로 수사의 무게가 옮겨졌습니다.
그로부터 넉 달 뒤, 그녀의 전 남편인 데이비드 호크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습니다. 숨진 데비가 세 자녀를 위해 신탁 펀드를 운용해왔는데, 그가 이 신탁에 들어 있던 30여만 달러, 우리 돈 3억여 원을 빼돌려 횡령한 사실을 찾아낸 겁니다. 결국 데이비드는 2008년, 체포됐습니다.
재판에서 검찰은 데이비드가 자녀의 신탁 펀드를 빼돌린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전 부인인 데비를 살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데이비드의 변호사는 그녀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혈흔만으로 데이비드를 살인범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재판에서 데이비드와 데비 사이에서 태어난 세 자녀 가운데 맏아들은 아버지 데이비드가 그런 짓을 저지른 게 틀림없다며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두 딸은 아버지가 횡령은 했을지 몰라도 엄마를 살해했을 리 없다며 선처를 호소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당시 재판정은 데이비드에게 사형 대신 종신형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황 증거만으로 형이 확정된 겁니다.
그러던 중 데비가 실종된 지 10년 뒤인 지난 21일, 캘리포니아주 레무르에서 남쪽으로 16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턱뼈로 보이는 유골이 발견됐습니다. 이 지역 농부가 땅을 파던 중에 우연히 찾아 경찰에 신고했던 겁니다.

경찰은 턱 뼈에 있던 치아를 근거로 데비의 치아 치료 기록을 조사한 끝에 그 턱뼈가 데비의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근처 땅을 파낸 끝에 1미터 깊이에 묻혀 있던 전신 유골을 찾아냈습니다. 경찰은 이 유골에 대한 DNA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경찰은 10년 전 데비 실종 사건을 수사하면서 데이비드를 유력한 용의자로 꼽은 이후, 이 지역 일대 땅을 모두 뒤졌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은 잘 모르지만 데이비드에게는 익숙한 장소가 어디일까를 알아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시신을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데비의 유골이 묻혀 있던 곳은 흔히 말하는 전혀 개간이 안 돼 잡목과 잡초가 우거진 임야였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2010년부터 이 곳을 개간하기로 결정하고 넓은 땅을 조금씩 나눠서 땅 고르기 작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개간 6년 만에 숨진 데비의 유골이 발견되기에 이른 겁니다.
데이비드는 이미 종신형을 선고 받아 복역하고 있지만, 경찰은 그 동안 시신 없이 정황 증거로만 자신을 살인자로 몰아갔다고 주장해온 데이비드의 거짓 진술이 명백히 드러나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정의는 반드시 실현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데이비드의 변호인은 시신이 발견됨으로써 데이비드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신도 없이 아이들의 신탁을 횡령했다는 점 등 정황 증거만으로 데이비드에게 살인죄를 적용했지만, 이번에 유골이 발견됨으로써 진짜 범인을 잡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의 상반된 주장 가운데 누구 말이 옳은 것으로 밝혀질까요? 10년 만에 발견된 유골이 그 진위를 가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 CNN 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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