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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를 무시해"…조직원의 복수심이 건드린 경찰의 자존심

[취재파일] "나를 무시해"…조직원의 복수심이 건드린 경찰의 자존심
서울 경기 등지에서 145억 원대의 선물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46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올린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지난 2014년 유명 연예인에게 2천3백만 원의 모델료까지 주고 인터넷 증권방송을 만들었다. 하지만 해당 증권방송은 결국 선물도박사이트 회원을 유치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됐다. 이 사이트에 가입하면 정상적 선물거래와 달리 증거금과 예치금이 없다고 홍보했고, 최초 가입을 하면 무상으로 5백만 원의 사이버 머니(현금환전 불가)를 제공한다고 사람들을 유혹했다.

경찰이 이번 수사로 1차로 파악한 회원수만 6백명이 넘는다. 도박은 선물지수의 등락을 예측해 1포인트 당 50만원씩 돈을 벌거나 잃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얼핏보면 수익을 계속 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회원들이 돈을 따면 이들 일당은 잃게 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들은 이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게 했다.

실제로 수익을 많이 내는 회원이 있으면 접촉해 “디도스 공격을 당해 사이트가 폐쇄될 것 같다”, “불법업체라서 단속대상이다”라며 탈퇴를 유도했다. 결국 남은 회원들은 수익률이 좋지 않은 회원이나 신규 회원들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매월 3억원 가량. 대표이사, 감사, 실장 등 직책별로 지분을 배당받았는데, 콜센터 직원도 평균 400만원 이상을 받았다. 총책 42살 김씨는 매월 1억원 가량을 받아갔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경기도 고양의 고급 아파트 등 부동산 4채, 국내 최고급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고, 집 안 금고에는 현금 3억 1천만 원을 감춰두기도 했다. 실제 지난9일 경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할 당시 “딜(거래)을 할 수 있는 상황이냐”며 김씨가 경찰을 매수하려 하는 모습이 경찰이 찍은 영상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경찰이 김씨를 급습하게 된 배경에는 탈퇴한 조직원의 복수심이 있었다. 조직원 A씨는 계속 총책 김씨가 자신을 무시해 자존심이 상해 있었다. 법대에 입학했지만 중퇴한 뒤 사법시험을 준비한 자신을 고졸 출신인 김씨가 존중해주기는 커녕 모멸감을 줬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A씨의 집을 압수수색할 당시 법전, 법학서적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A씨에 대해 근태 상황에 대해 지적을 하는 것은 물론, 보고서를 만들어가면 질책을 많이 했다고 했다. 결국 A씨는 업체를 그만둔 뒤 복수를 계획했다. 

A 씨는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 IT금융범죄수사팀’ 이름으로 회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해당 사이트가 단속됐으니 도박대금을 전액출금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이 문자를 받은 일부 회원들이 실제 경찰청에 문의를 하기 시작했고, 경찰이 내용을 알게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사이버 테러를 주로 수사하는 팀이 선물도박사이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도 해당 문자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경찰은 이 문자를 경쟁 도박사이트에서 뿌린 것으로 보고 얼마나 해당팀( IT금융범죄수사팀)을 우습게 봤으면 정확하게 경찰조직의 수사팀 이름까지 거명을 하는지 의아하기도 했고 자존심도 상했다고 한다.

결국 감정이 상한 조직원의 복수심이 경찰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의 일망타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경찰은 도박개장 등의 혐의(경찰은 자본시장법 혐의만 적용하면 실제 범죄수익금을 몰수할 수 없기 때문에 도박개장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로 김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18명을 불구속 입건 했다.

▶ 들통난 도박 조직…이면엔 조직원 복수 있었다
▶ [비디오머그] '불법 도박' 일당 덮치자…경찰에게 건넨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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