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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나홀로 긴축' 나선 미국…착잡한 지구촌

9년 만의 미국 금리인상이 몰고 올 글로벌 파장(1)

[월드리포트] '나홀로 긴축' 나선 미국…착잡한 지구촌
미국은 2008년 12월부터 0~0.25%의 초저금리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이번 금리인상은 꼭 7년 만에 초저금리(제로금리) 기조를 전환하는 것이 된다. 금리인상 자체는 9년 6개월 만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 2006년 6월 이었는데, 그 이후엔 인하 조치만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큰 결정이 나왔지만 월 스트리트는 담담했다. '언제 올리나'하며 2년 동안 계속된 시장의 오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기대감, 낙관적 전망이 확산되는 느낌이다.

그동안 수차례 '점진적 인상'을 강조한 옐런 미 연준 의장은 오늘(17일 새벽) 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하면서도, 성명과 기자회견은 아주 비둘기적인(dovish), 시장친화적인 내용으로 시장을 최대한 안심시켰다. 그래서 연말의 이른바 산타 랠리가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내년에도 상황을 봐가며 금리를 신중하게 올릴 것이며 심지어 상황이 나쁘면 다시 내릴 수도 있다'는 통화당국의 시장순응적 태도에 말 많은 월가 투자꾼들은 내년 금리인상 행보에 대해서도 이미 결론을 내린 분위기이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내년 금리인상은 많아도 4차례, 분기별 한 번 있을 것이고, 내년 연말에도 미국 기준금리는 1.5% 이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발표 당일 뉴욕증시는, 국제유가가 안정된다면 오히려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뉴욕과 유럽증시는 모두 상승했지만 국제유가(WTI)는 달러화 가치 강세의 부담과 공급과잉 우려 속에 4.9%나 하락하며 35,52달러에 마감했다. 심상치 않은 여운을 남긴 부분이다.

● 고금리 정크본드 환매조짐…신흥국 달러부채가 변수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달러화 가치 강세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자금유출 위기를 겪고 있는 신흥국들에겐 큰 충격이 닥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 자본시장에선 신흥국 투자가 많은 고금리 정크본드에서 환매요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자를 덜 받더라도 돈을 빼겠다는 것으로 신흥국들의 위기를 우려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주로 러시아, 브라질 등 원유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경제타격을 받는 나라와 관련된 펀드들이어서, 신흥국들의 자금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말이라 일부 투자자들이 실적 확정을 위해 돈을 빼는 경우가 섞여있어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나오지만 사태는 미국 금리인상 확정 이후에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유럽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제투자자금은 고수익을 찾아 신흥국으로 몰렸다. 이 과정에서 신흥국 정부와 기업들이 달러화로 상환해야하는 국채와 회사채를 대거 발행해 왔는데, 문제는 미 금리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이 채권에 대한 상황 부담이 증가하고, 결제에 사용할 달러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유가하락,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재정이 위기에 처한 국가나 부실한 기업들이 부도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중국을 포함해 12개 신흥국의 기업부채 가운데 10% 정도인 2조3천4백억 달러가 달러화 부채로 추산되고 있는데, 브라질과 터키, 말레이시아, 남아공 등이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자재 수출 의존하는 신흥국들만 불리한 미국 금리인상

미국은 경기회복이라는 국내적 여건이 조성돼 긴축에 나서는 것이고, 유럽은 추가 경기부양과 달러 강세에 따른 유로화 약세를 활용해 수출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겠지만, 신흥국들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약세로 가면 줄줄이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경기가 둔화됐다는 지표가 나올때마다 세계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월가 일각에선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올린 것은 통화정책을 긴축 모드로 전환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앞으로 통화정책의 여지(다시 금리인하)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조치였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세계 7위로 많아서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수 있는 미국 금리인상의 파장을 견뎌내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신흥국들이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자금이탈을 막기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한국도 금리인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과 적절한 금리차이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도 기준금리를 더 이상 인하하기 어렵고, 시장금리는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상 움직임이 확산되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천문학적인 가계부채는 신흥국들의 달러화 부채와 같은 폭탄이 될 수 있다. 신흥국들의 경제붕괴가 만약 현실화 된다면 국제화된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에 충격이 닥치는 것도 시간 문제이다. 과거와 달리 미국의 이번 금리인상은 세계경제의 저성장과 부진 속에 단행되는 것이라 더 걱정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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