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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직자 부조금 어디부터 뇌물? '정과 뇌물 사이'

- 검찰, 부조금 빙자 뇌물수수 고위 공무원 기소

[취재파일] 공직자 부조금 어디부터 뇌물? '정과 뇌물 사이'
힘 있는 사람의 경조사에는 손이 많기 마련입니다. 부조금의 액수도 필부의 집안과는 다르겠지요. 이번 기회에 눈도장 한번 찍어 보려는 손님과, 장부를 펼치며 친밀도를 줄 세우는 상주, 혼주들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까지가 정이 되고, 어디부터가 뇌물이 될까요? 

수원지방검찰청이 지난 11일, 수원시의 한 고위 공무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업무 관련자로부터 수백만 원의 조의금을 받았다는 겁니다. 지난 6월 이 고위 공무원의 모친상에 들어온 부조금은 모두 1억여 원, 이 가운데 뇌물로 잡힌 금액은 7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얼마짜리 봉투부터 범죄가 되는지, 기준이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시선은 봉투의 두께가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에 가 있었습니다. 검찰은 이 고위 공무원에게 부조한 사람들 가운데 1. 업무 관련성이 있고 2. 이전에 상대방의 경조사에 부조한 적이 없어 "상규 상 사교적 의례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뇌물을 준 혐의로 봉투에 5백만 원을 담은 건설업체 대표 한 사람을 약식 기소했습니다. 해당 공무원은 수원시의 도시 계획에 중책을 맡은 간부였습니다. 100만 원씩 담아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직무 관련성도 약한 두 사람은 기소유예 처분했습니다.

해당 공무원은 부고 문자를 직무 관련자들에게 돌리기도 했는데, 기소된 건설업체 대표는 문자를 받고 일부러 찾아간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 관련자들에게 경조사를 알리는 것도 안됩니다. 다만, 친지나 동료, 소속된 종교단체에는 알려도 괜찮고, 언론을 통해 부음을 알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정이라는 게 있는데", "달라고 하지도 않은 돈, 받은 걸 왜 탓하느냐" 억울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문자를 보내기 전에 문자를 받는 사람에게는 "알아서 바치라"는 뜻으로 읽힐지도 모른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할 겁니다. 꿀을 바르고 벌집 아래를 지나면서 달려드는 벌을 탓하면 편들어주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의 결혼식에 찾아갔습니다. 축의금을 사양하며 받지 않길래, 내심 '부조 안 받고 결혼할 수 있다니 부럽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런데 그뿐 아니라 측근들에게도 결혼을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직업' 때문에 더 멋진 결혼식을 열어주지 못해 딸에게 미안하다며 식장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자신이 쥐고 있는 칼의 무게를 얼마나 무겁게 생각하고 있는지 느껴졌습니다.

경조사를 빙자한 힘 있는 사람들의 '수금 찬스',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까요? 받는 사람이 안 받는 건 쉽지만, 주는 사람이 안 주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안 받는게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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