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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눈 앞에 다가온 소주 5천 원 시대'

[취재파일] '눈 앞에 다가온 소주 5천 원 시대'
누군가 저한테 중재를 하라 한다면, '그냥 백 원 아니면 2백 원 인상'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현금 손님 하루에 몇 팀이나 되나요, 어차피 대부분 카드 결제하는데...

경기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담뱃값도 오른 마당에 소줏값까지 오른다고 하니 취재하며 만난 시민들 한결 같았습니다. 아무도 '다신 안 마시겠다'곤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한 병 5천 원'에는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서민의 애환이 담긴 소주 얘기좀 해보겠습니다.

11월 30일, 시장 점유율 50%에 육박하는 참이슬이 출고가 인상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업계 사람들마저 예상치 못한 전격 발표였는데, 3년 만의 인상이었고, 인상폭은 54원, 5%가 조금 넘었습니다. 큰 형님이 시원하게 길을 터주니, 다른 소주업체들도 줄줄이 출고가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는 O2린(오투린)과 한라산 등 지역 소주들이 3에서 5%대 인상을, 돌아오는 주에는 업계 2위 처음처럼이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조금 더 쫀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주류는 법상 꼭 중간주류도매상을 거쳐 유통되게 돼 있는데요, 역시 3년간 가격을 못 올린 중간도매상들도 이 참에 세금 인상분과 자신들의 이윤을 슬쩍 덧붙였습니다. 평균 2-30원 내외였는데, 그럼 업체 출고가 5-60원에 2-30원을 더했으니 소매점 납품가는 8-90원이 올랐군요. 한 병에 지금은 싼 곳은 3천 원, 비싸면 4천 원 수준이죠. 고급 음식점이나 강남 등 유흥가 밀집지역은 4천 원을 받고, 동네상권이나 대학가에서는 3천 원이 대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벌집삼겹살 대표인 이승환(개그맨 출신) 씨와 통화를 했습니다. 전국에 걸쳐 프랜차이즈 매장이 있지만, 술 값은 제각각이라더군요. 임대료 뿐 아니라 지역 주류 도매상이 제각기 납품가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본사에서 술값은 이래라저래라 못한다는 얘기였습니다.

결국 소주 값은 가게 사장님이 상황에 맞게 결정하는 상황. 그래서 개별 업소 사장님들을 만나봤습니다. 한 곱창집 사장님은 손님들이 화를 낼 거라며 안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집이었는데, 수익보다는 손님 떨어질까 걱정이 더 큰 모습이었죠.
하지만 상당수 사장님들은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그대로 손해를 떠 안기는 벅차다고 말했습니다. 납품가가 병당 8-90원 올랐을 때, 하루에 100병을 팔면 매일 8-9천 원씩 한달이면 2-30만 원을 덜 가져가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100병이 아니고, 200병이면 5-60만원이 되고, 이쯤 되면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줄여야하는 상황 아니냐는 얘기였습니다.

그렇다고 몇십 원이나 백 원을 올려 받을 수도 없고, 5백 원이나 천 원을 올려야 하는데 주변 가게들 눈치만 살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누가 중재를 맡긴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결론이 합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백원 안 쪽은 그냥 가게가 떠 안는게 맞고, 나중에 도매가가 더 오르면 올리는 게 맞지 않겠냐고 말할 수도 있고, 껌 값도 안되는 5백원 정도 올려도 괜찮지 않겠냐고 얘기할 수도 있겠죠.

저는 다소 비겁하지만, 소비자도 가게 입장에서도 덜 억울(?)한 중간 지점을 택했습니다. 지난 3년간 술집에서도 소주값을 못 올린 경우가 많으니, 임대료 인상 분 등 여러가지 인상요인을 감안했을 때 백 원이나 2백 원 정도 인상하는 건 고개를 끄덕끄덕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금 내는 손님들을 위해 잔 돈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겠지만, 아르바이트생 한 명 줄여서 더 고생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고, 애들 학원이라도 하나 더 보내려면 손해를 떠 안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소주를 파는 분들도 서민이 대다수라는 점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기사에 대한 인터넷 댓글을 보면 마치 커다란 탐욕이라도 부리는 양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적어도 제가 만난 분들은 아무 고민없이 '기회는 이때다 천 원씩 올리자'라고 쉽게 얘기하는 주인은 없었습니다. '눈 앞에 다가온 소주 5천원 시대'라고 제목은 뽑았지만, 저는 '4천 백원'이나 '4천 2백원'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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