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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베일 벗는 친박 '자객'…TK 물갈이 성공할까

윤상현 "혁신 공천 PK서도 진행될 것…공직 사퇴 후 나서는 인물 주목"

[취재파일] 베일 벗는 친박 '자객'…TK 물갈이 성공할까
한 친박계 의원은 지난 9월 하순 기자에게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을 귀띔했다. 정 장관이 8월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 건배사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 대해서는 "장사 한 번 제대로 했다"고 추어올렸고, 출마 지역은 고향인 경주가 아닌 대구가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았다.

이 관측이 나온지 한달 보름여 만에 실제로 정 장관은 사의를 밝혔다.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명백히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정 장관이 대구 지역 현역 물갈이설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는 데에는 새누리당 안팎에서 이견이 없다.

친박계의 공천 물갈이 움직임은 2009년 일본 총선에서 벌어진 민주당의 '자객' 신드롬을 연상케 한다. 2009년 8월 치러진 일본 총선에선 민주당이 압승했다. 당시 가이후 전 총리 등 자민당 거물 8명이 민주당이 내보낸 '자객'후보들에게 줄줄이 고배를 마셔 화제를 낳았다. 자민당 후보와 맞붙기 위해 투입된 후보들이 젊은 여성 정치인들이어서 '미녀 자객'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정종섭 장관을 필두로, 내년 총선에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구 달성군, 윤두현 전 홍보수석은 대구 서구,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인천 연수구 등을 노리는 걸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대거 대구의 현역 의원 지역구에 '자객'으로 내려가는 모양새다. 일본 민주당의 '자객' 후보들이 상대 자민당의 거물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해 투입된 데 반해 요즘 거론되는 대통령 측근 인사들은 현역 여당 의원들을 경선에서 꺾기 위한 임무가 우선 주어졌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국회의 민생 현안 처리를 질타하며 '진실된 사람이 선택받게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현역 물갈이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실제 박심(朴心)이 반영되지 않은 후보들도 덩달아 청와대와 박심을 팔면서 마케팅에 열중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누가 진짜 친박이고 누가 자칭 친박인가가 또 다른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기준을 제시했다. 윤 의원은 SBS와 통화에서 "공직에 있다가 사퇴하고 선거 준비를 시작하는 이들을 그런 범주에 우선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행정자치부 장관을 사퇴한 정종섭 장관, 홍보수석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을 그만둔 윤두현 전 수석, 경기 성남 분당 출마설이 도는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거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윤 의원은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공직에서 사퇴해 선거 준비에 나서는 이들)이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물갈이'라는 표현 대신 '혁신 공천'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혁신 공천이 우선 필요한 곳은 새누리당의 아성,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대구 경북이고 이어 (이 바람은) 부산 경남(PK)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도권까지 물갈이 바람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윤 의원은 내다봤다.

새누리당 내에서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출신 같은 저명 인사들이 대구 경북이나 서울 강남 3구 등 여당 텃밭에 출마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박근혜 정부 고위직에 있던 분들이 새누리당 텃밭을 찾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 헌신이 아니라 고위직에 있었다는 프리미엄만을 찾는 것"이라며 "야당 현역 의원과 맞붙어 야당 심판론으로 당당히 승부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이런 주장에 대해서도 "정치에 관록이 전혀 없는 사람을 사지에 몰아넣으면 되겠냐. 관록이 있는 의원들이 오지에 가서 싸워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관 출신이라고 해봐야 인지도가 높을 뿐 경쟁력은 다른 차원"이라며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오지로 보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정 교과서 논란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새누리당 내 공천 갈등이, 정종섭 장관의 사퇴와 TK 물갈이설,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본거지인 대구 경북의 현역 의원들을 물갈이해야 한다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움직임과 이에 맞설 비박계의 일전이 연말 정국을 뜨겁게 달굴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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