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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고 위험 중고차가 '양호'…못 믿을 '성능점검'


지난 2일, 푸드 트레일러 사업을 준비하는 김 모 씨는 부천에 있는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았습니다. 김 씨가 손에 쥐고 있는 돈은 250여만 원, 누군가에게는 적은 돈일 수 있지만 김 씨에게는 사업을 위해 어렵게 끌어 모은 돈이었습니다.

 매매업자가 김 씨에게 추천한 차는 2003년 식 중고 SUV. 매매업자는 “엔진이 멀쩡해서 1,2년만 타고 폐차해도 이득”이라며 김 씨를 설득했습니다. 차가 낡아 보여 주저하던 김 씨에게 매매업자가 꺼내 보인 것은 ‘중고차 성능점검표’였습니다. 엔진부터 변속기, 제동장치 등 대부분 항목에 ‘양호’ 표시가 돼 있던 점검표는 김 씨의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고차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만든 일종의 품질 보증 제도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 씨 신뢰는 하루 만에 산산조각 났습니다. 푸드 트레일러로 차량을 개조하기 위해 정비업체에 들렀다가 정비사로부터 “이 차를 계속 타면 언제 사고로 죽을지 모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양호 일색’ 성능점검표와 차의 상태가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취재진은 정부가 중고차 성능검사 기관으로 지정한 정비소 등 3곳에 의뢰해 차량의 상태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세 곳에서 모두 이 차량에 대해 ‘운행 불가’ 판단을 내렸습니다. 정비사들은 “사람으로 치면 골반 뼈가 완전히 썩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과속방지턱을 지나는 등 충격이 가해질 때 바퀴가 언제든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렇다면 황당한 성능점검표는 어찌 나온 것일까. 중고차 성능점검표를 보면, 원동기와 변속기, 제동장치, 조향장치 등 주요 장치를 점검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것도 ‘양호’ ‘정비필요’ ‘미세누유’ 등 객관식으로 선택하도록 돼 있습니다. 문제는 프레임이나 완중 장치인 서스펜션 같은 장치의 경우는 차량 안전이나 가치에 직결과 있는데도 점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성능점검표 결과와 실상이 전혀 다른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대안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객관식 점검 항목 외에 정비사의 ’종합 의견‘을 반드시 적도록 하면 됩니다. 지금도 특이사항란에 정비사의 종합의견을 적도록 하고 있지만 빈칸으로 남겨둬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다보니 무용지물입니다. 김 씨가 산 중고차에 대해 정비사가 종합의견을 적도록 했다면 ’프레임과 서스펜션의 부식‘을 모른 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 중고차 매매상이 정비사에게 성능점검을 의뢰하는 만큼 둘 사이에 ‘짬짜미’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한 정비사는 “차량의 상태를 온전히 적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는 중고차 매매상도 있다”며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차량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현행 자동차 관리법(제58조)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상은 차량 성능점검표를 매수인에게 제공해야 하고 거짓으로 정보를 고지해 매수인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경우는 손해를 배상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김 씨와 함께 매매업자에게 환불을 요구하자 ‘모르쇠’로 배짱을 부렸습니다. 매매업자는 “프레임 부식 상태가 성능점검표에 빠져 있다”며 “본인도 전혀 상태를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믿기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반쪽자리 성능점검표가 중고매매상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왕왕 이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차량 안전과 가치에 대한 정비사의 종합적인 판단을 성능기록부에 의무로 적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이와 함께, 중고차 성능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 점검도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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