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선 최근 세계 프로 테니스의 메이저대회인 US 오픈이 열렸는데, 사건은 지난 9일에 맨해튼 중심가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 앞에서 일어났습니다. 호텔 앞에서 서있던 한 흑인 남성을 갑자기 사복 차림의 경찰관이 덮쳤습니다. 넘어뜨린 뒤 머리와 몸을 누르고 수갑을 채웠고 이런 상태로 15분 동안 잡고 있는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경찰은 신용카드 도용 사기단의 용의자를 찾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체포된 사람은 해당 용의자가 아니었고, 바로 전직 미국 프로테니스 흑인 스타인 36살의 '제임스 블레이크'였습니다.
알고 보니 뉴욕경찰은 신용카드 사기 범죄 용의자가 인스트그램에 올린 사진을 보고 블레이크가 비슷하다고 착각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또 나중에는 이 사진을 올렸던 용의자조차 범죄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는지 '월리엄 브래튼' 뉴욕 경찰국장에 이어 '빌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까지 공개적으로 블레이크에게 사과했습니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뉴욕시를 대표해 그에게 사과하고 싶다"면서 "그런 일은 일어나서도 안됐고 그런 식의 대우를 받아서는 안되는 일이었다"며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또 블레이크와 직접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고도 밝혔습니다.
과거의 사례에 비춰보면, 공식사과는 이례적으로 상당히 빠르고 전격적으로 나왔습니다. 뉴욕경찰의 행태에 대한 의심과 비난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순응하는 사람을 그것도 오인 체포하면서 과격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착시킬 수 있는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았습니다. 블레이크가 당시 경찰에 제압당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며칠 뒤 공개됐는데, 아무런 저항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심했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블레이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 이어 미국 방송과도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당시엔 사복 차림의 누군가가 갑자기 자신을 붙잡아서, 순간적으로 오랫만에 자신을 우연히 본 친구가 반가워서 그러는 걸로 착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바로 바닥에 넘어졌고, 전혀 저항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런 대우를 받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블레이크는 또 해당 경찰관의 해임을 분명하게 요구했는데 웬만한 일로는 경찰관을 파면하지 않는 뉴욕시로선 당혹스럽게 됐습니다. 가해 경찰관은 38살의 프라카스토란 이름의 백인으로 알려졌고 사건 이후 총과 경찰 배지를 압수당하고 내근 부서에서 근무 중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습니다. 블레이크는 정중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말로 뉴욕경찰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블레이크는 사실 흑인과 백인 혼혈인 '바이레이셜'(biracial)입니다. 최소한의 신원확인조차 없이 과격한 체포를 당한 것이 결국 인종 때문이 아닌가, 뉴욕의 소수 민족들이 항상 제기해왔던 의혹과 문제를 또 한번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