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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1,000 포인트 폭락에도…의외로 담담했던 월스트리트

시장을 흔드는 중국발 악재와 세계경제의 상관관계

[월드리포트] 1,000 포인트 폭락에도…의외로 담담했던 월스트리트
 현지시간 24일, 다우존수 지수가 장중 1천 포인트 넘게 폭락한 것은  미국 증시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낮에는 낙폭이 1백 포인트 대로 줄어들기도 했던 '차피 마켓'(변동성이 큰 장세)의 극치였다. 저녁 뉴스시간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월 스트리트에 중계차량을 댔다. 재작년말 미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선언한 뒤 1년 여 만의 풍경이었다.

 퇴근하는 증권맨들은 느긋했다. "어디가냐?"고 리포터가 물으니 "생맥주 한 잔 하러" 간단다. 낙천적인 일부 증권맨들은 이번 장세가 "6년 넘게 기다려왔단 바로 그 조정"이라고 답했다. 5거래일 연속 하락한 뉴욕증시지만 분위기가 어둡지만은 않았다.

 장 중간중간 저가 매수세도 나타났다. 최근 세계증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폭풍 매도가 현재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있을까?  "당연히 그렇다"고 말하기 전에  중국발 악재와 미국, 유럽, 신흥국 경제의 기본적 상관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미국과 중국 경제는 의외로 소원한 관계?

 최근 나타난 세계경제 성장률의 적어도 절반, 최소한 35~40%는 중국의 고성장 덕분이라고 한다. 세계 생산의 15%가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최근 낸 자료를 살펴보자.

 먼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은 농업 등 특정산업(농산물 수출, 여행업)에서는 10% 이상으로 다소 높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 GDP에서 중국 수출비중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아울러 미국의 신흥국가들에 대한 수출비중도 5% 정도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것은 미국이 수출형 경제가 아닌 '내수형'경제이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GDP가 1%포인트 떨어지면 수출타격으로 미국 GDP가 입는 피해는 0.02~0.06%P로 나타났다.

 금융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기업이익 중에 중국내 미국기업의 이익이 갖는 비중은 0.5%이다. 미국 거주자의 중국 주식 보유비중은 0.25%이며,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얻는 이익은 전체 이익의 20% 정도지만 중국에서 오는 이익은 0.5% 정도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시각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제원자재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석유에서 11%, 석탄에서 41%, 철강수요에서 무려 54%이다. 원자재 주요 소비국인 중국의 성장둔화는 원자재 가격을 하락시키고 이것은 미국의 수입비용 부담을 줄여 경제성장률을 0.05%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 신흥국들이 특히 불리한 중국발 악재
 냉정하게 보면 중국발 악재의 파장은 신흥국과 선진국이 다르게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은 한결 값싸진 국제유가의 덕을 톡톡히 볼 것이다. 이것은 내수, 즉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을 키운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신흥국들은 처지가 다르다. 대 중국 수출의 타격은 물론이고 특히 소비재 등 상품수출에서 파격적으로 절하된 위안화 가치를 등에 업은 중국산과 힘들고 고된 대결을 벌여야한다.

 중국 수출가가 싸지면 한국과 베트남 같은 나라는 그만큼 시장을 빼앗긴다. 그 결과는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이고  금리의 상승 압박이고 경제 성장률의 저하가 될 것이다. 또 통화가치의 하락은 신흥국들에겐 국제유가 하락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점은 악몽이다.

 미국은 올해 초 이상폭설과 한파로 성장률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추정치로 2.3%였던 2분기 성장률은 이번 주 발표되는 수정치에선 3%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제조업 경기는 분명히 살아나는 중이고 중국 경기 둔화와도 큰 관련이 없다. 미국이 기록 중인 실업률 5%대는 이론적으론 완전고용을 의미한다. 이 상황에서 임금 상승 압박이 나타나는 것은 잠재성장률의 여지가 아직도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도 나쁜 상황은 아니다. 연초에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시작한 유럽중앙은행의 지원 속에 유로화 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여전히 높은 실업률은 역설적으로 성장의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럽 국가 중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GDP의 중국 수출 비중이 1% 미만이다. 독일은 GDP의 2.6%, 일본은 2.7%로 나타난다. 여기서도 원자재 수출국들의 피해가 두드러진다. 중국의 수요감소로 떨어진 원자재 가격으로 브라질과 러시아 등은 타격이 크다. 24일 주가가 6% 폭락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중동 산유국들도 마찬가지이다.

● 리먼 사태 이후 6년 동안 치료받은 세계경제의 체력은?

 월스트리트 저널이 기사에 인용한 한 펀드매니저의 인터뷰는 현재 월가의 심리를 대변해주는 듯 하다. "지금 시점에서 자금이 생긴다면 증시에 집어넣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주식에서 돈을 완전히 빼는 것도 큰 실수일 겁니다. 그냥 규모를 좀 줄일 뿐이죠. 뉴욕증시가 최근 고점에서 15% 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걸로 봅니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역사적 기준과 비교해 주가가 너무 높았다는 점이다. 의외로 월가에선 중국발 악재가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하게 회복 중이고 유럽과 일본 경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넉넉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특단의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기대를 주고 있다. 낙관하긴 이르지만, 2008년 금융위기의 긴 터널을 벗어난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은 꼭 취약한 것만은 아니다. 이른바 검은 월요일이었던 24일, 다우존스 지수는 588 포인트 떨어졌지만, 장 초반의 낙폭인 -1,089 포인트에서 500 포인트나 반등한 결과라는 점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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