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도 넘은 물류회사 '갑질'…화물기사 '아우성'

[취재파일] 도 넘은 물류회사 '갑질'…화물기사 '아우성'
57살 송 모 씨의 25톤 화물차 3대는 곳곳에 거미줄이 생긴 상태였습니다. 벌써 6개월 넘게 운행을 안 했기 때문이지요. 30년 가까이 차량 정비소를 운영한 송 씨는 지난해 25톤 중고 화물차 한 대를 샀습니다. 수입은 괜찮았습니다. 좁은 화물차 운전석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새우잠을 자더라도 한 달에 200~300만 원을 가져갈 수 있었지요.

벌이가 괜찮다고 느낀 송 씨는 1억 원의 대출을 받고 올해 초 25톤 화물차 2대를 더 구입했습니다. 기사를 고용해 영업하면 월급을 주고서도 돈이 더 남을 거라 판단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작년과 달라진 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번호판 임대료였습니다. 화물차로 물류 운송을 하려면 물류회사에서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빌리거나 사야하는데 임대료가 두 세 배 가까이 급등한 것입니다. 송 씨는 “차를 운행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며 “대출을 갚느라 지금까지 벌어놓은 돈만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3배가량 급등한 화물차 번호판 임대료

지난 2004년 화물차 영업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습니다. 물류회사가 소유한 번호판을 이용해야만 영업할 수 있게 됐지요. 문제는 이때부터 근거 없는 ‘웃돈’이 붙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25톤, 11톤, 5톤 화물차 번호판 임대료는 400~500만 원이면 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25톤은 1300~1500만 원, 11톤은 1000만 원, 5톤은 800만 원 정도로 두세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수입은 급감했습니다. 한 화물차 운전기사의 올해 3월 급여 명세서를 봤습니다. 3월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700km를 달려 26일을 일해 세금 1,392,678원을 빼고 13,926,783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빠져나가는 돈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기름 값 750만 원, 차량 보수비 150만 원, 톨게이트 비용도 60만 원이 들었습니다. 물류회사에 내야 하는 고정비용도 있습니다.

지입료 30만 원외에 관리비 명목으로 이른바 ‘물대’를 내야했는데 수익의 7%로 97만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식대와 차량 유지보수비까지 빼면 200만 원 남짓 남지만 화물차를 구입할 때 받은 대출 할부금에 차량 번호판 임대료 대출금까지 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올 들어 화물차 번호판 임대료가 갑자기 치솟은 것은 정부가 지난해 9월 화물차 번호판 양도양수에 관한 시행규칙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물류회사가 번호판 가운데 일부를 다른 업체에 넘길 때 관할 시도 안에서만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물류회사가 먼 지역에 사는 화물 차주에게 번호판을 임대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였지요. 하지만 이 조치로 화물차 영업이 적은 지역에서 많은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번호판이 이동하는 것도 막히게 됐습니다. 번호판이 부족한 지역의 임대료는 오를 수밖에 없었는데 치솟은 가격이 전국 평균 가격처럼 정리된 것입니다.
● 정부 "부당 금전 지급 요구 금지하라"…권고에 그쳐

정부는 화물운송시장 불공정 관행 개선 특별팀의 8개월간의 조사 끝에 지난 4월 화물차 번호판 임대 계약 체결을 명목으로 부당한 금전지급 요구를 금지하는 표준위수탁계약서를 마련했습니다.

물류회사가 아무런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받고 있는 임대료란 웃돈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권고사항에 그쳐 실질적으로는 모든 물류회사가 여전히 번호판 임대료를 계속 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화물차 운전사들을 힘들게 하는 번호판 임대료는 최근 과세 문제로도 또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 5월 광주지방국세청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 웃돈에 과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계약서상에도 없이 개인 계좌로만 암암리에 오가던 이 번호판 임대료에 대해 ‘소득 있는 곳엔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국세청이 과세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취재 중 만난 한 물류회사의 사장조차 “이렇게 번호판 임대료가 치솟다가는 곧 화물 운송 시장 자체에 대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물류회사의 행태를 이대로 더 놔두어서는 안 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