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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준치 3배 NOx '펑펑'…단속조차 못 하는 중국산 촉매장치

[취재파일] 기준치 3배 NOx '펑펑'…단속조차 못 하는 중국산 촉매장치
"폐차장에 가면 부품을 싸게 구할 수 있습니다."

휘발유 차의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촉매장치의 가장 큰 특징은 비싸다는 것입니다. 백금, 로듐, 팔라듐 등 귀금속이 들어있기 때문이지요. 분말 형태로 뿌려져 있지만 대량 수거하면 추출이 가능해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는 부품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차를 사용할 수 없는 폐차장에 가서 부품을 구해보라는 조언이 많은 이유이지요.

가격이 워낙 비싸서 유사제품도 많습니다. 차량 정비소에서도 정품보다는 유사제품을 권하는 경우가 흔하지요. 사실 10년 정도 사용이 가능한 촉매장치를 교체해야 하는 차량은 이미 노후화가 심각해 가격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50만~100만 원을 넘는 촉매장치가 중고 차 값과 맞먹는 경우가 생길 정도인데 정품을 구입하는 것은 운전자에게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산 유사 촉매장치입니다. 원래 타던 차에 있는 촉매를 주면 12~13만 원 정도에 구할 수 있는데 정품의 4분의 1 이상 저렴한 셈이지요. 홍보도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깁니다. '정기검사에서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어차피 촉매장치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2년마다 있는 정기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니 가격도 싼 데다 검사도 통과할 수 있다고 하니 사실 안 살 이유가 없는 제품입니다.

● 정기검사는 통과…금방 제 기능 잃어

실제 이 중국산 촉매장치를 달고 교통안전공단의 차량 검사를 받아봤습니다. 결과는 적합. 일산화탄소, 탄화수소는 물론 질소산화물까지 잘 걸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용한 지 1년 정도 된 제품을 비교해보니 성능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정품의 경우 속도를 내도 질소산화물이 10ppm을 넘기지 않았지만 중국산 촉매장치의 경우는 기준치 3배 가까운 질소산화물을 뿜어냈습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이 정도면 촉매장치라고 부를 수도 없다"고 말했지요.

이 촉매장치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촉매장치를 분해해 촉매만 빼낸 뒤 한양대학교 공동기기원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실리콘,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이른바 세라믹이 9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백금이나 로듐은 없었고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팔라듐만 0.1% 검출됐지요. 정품의 경우는 백금과 로듐, 팔라듐이 각각 최소 4~5%는 들어가 있습니다. 촉매장치만 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외제차의 경우 많게는 15%의 귀금속을 넣기도 합니다.

분석을 맡은 서영웅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는 "소량의 팔라듐으로 초기에는 정화기능을 하겠지만 순식간에 그 기능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 제품은 정기검사를 통과할 수 있지만 금세 기준치 3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을 뿜어낸 실험 결과와도 일치하는 분석이었습니다.

● 인증기준조차 없는 촉매장치

환경부는 인증고시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촉매장치 제조회사를 인증해 이 업체의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노후화가 심한 휘발유 차주에 대해 경유차의 매연 저감장치처럼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증 과정과 업체 선정, 국비 지원 대상을 결정하려면 아무래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로서는 정화 기능을 못 하는 중국산 촉매장치가 시중에 유통돼도 단속할 근거 자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10년 동안 4조 5천억 원을 들여 수도권 대기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유차의 매연 저감에 집중하던 정부가 휘발유 차의 배기가스에도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촉매장치는 비싼 부품 가격, 2년에 한 번 하는 정기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유사제품의 성능과 맞물려 시장에 더 많이 유통될 수밖에 없습니다. 차량 정기검사를 할 때 아예 인증 업체의 촉매장치가 아니면 검사 부적합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 오염물질 '풀풀'…버젓이 팔리는 저질 촉매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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