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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서민 등골 빼는 애완견 재판…1천만 원 안 내면 '안락사'

[월드리포트] 서민 등골 빼는 애완견 재판…1천만 원 안 내면 '안락사'
한가지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어느 시골마을에서 어느 집 개가 옆집 고양이를 물어 죽였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고양이 주인이 찾아와 항의할 것이고 개 주인은 '미안하다'면서 고양이 값을 물어주든지 아니면 식사라도 하면서 정중하게 사과의 뜻을 전할 겁니다. 만일 "우리 개가 그랬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다툼이라도 생기게 되면 이웃간에 말싸움으로 번지게 될 것이고 아마도 한동안 서먹한 관계를 지속할 겁니다. 느닷없이 웬 개와 고양이 얘기냐고요? 미국에서 일어난 황당한 얘기를 전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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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 주 스프링스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매카덤 씨 가족은 제이크와 루시라는 애완견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법정 대리단체에서 찾아온 사람이 영장을 내밀고는 두 개를 체포(?)해갔습니다. 이유는 옆집 고양이를 물어서 죽인 혐의(?)가 있다는 겁니다. 고양이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검사 지시에 따라 두 마리 개는 곧바로 ' Pike's Peak Regional Humane Society'라는 단체에서 데려가 구금(?)했습니다. 1천 2백달러(130만 원)의 구금 비용을 내지 않으면 두 개를 안락사시킨다는 고지서를 남긴 채 말입니다.
 
그 두 마리 개의 운명은 조만간 있을 재판에서 결정됩니다. 주인인 매카덤 씨네 가족들은 여섯 명의 배심원 앞에 서서 두 개의 무죄를 입증해야 합니다. 물론 검사 측은 고양이 부검 소견서까지 들고 들어와 이 두 개가 고양이를 물어 죽인 '범인' 아니, '범견'이라고 몰아 부칠 겁니다. 우리의 눈에는 뭐 이런 황당한 일이 있어 하겠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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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앞둔 지금까지 매카덤 씨 가족에게는 9천 5백 달러, 우리 돈 1천만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됐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입니다. 각종 법정 비용이 6천 달러, 두 개의 구금 비용이 2천 5백달러입니다. 여기에 고양이 부검 비로 쓰인 1천 달러까지 매카덤 씨에게 청구됐습니다. 그나마 매카덤 씨가 고용한 변호사는 무료로 변론해주기로 했으니 망정이지 만일 변호사 비용까지 든다고 한다면 비용은 엄청나게 들어가게 될 겁니다.
 
만일 이 돈을 감당하지 못하겠다 싶으면 아예 처음부터 유죄를 인정하면 됩니다. 그러면 비용이 발생하지 않겠지만 두 개는 안락사에 처해지게 됩니다. 매카덤 씨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습니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애완동물을 친 가족과 다름없이 생각하는 미국적 사고가 뿌리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매카덤 씨네가 그렇게 여유 있는 가정도 아닙니다.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차를 한 대 팔아야 했고 그래도 모자라 세금 환급 분도 쏟아 부었습니다. 그래도 모자라 온라인으로 모금운동까지 벌였습니다. 매카덤 씨네 가족의 이런 노력 덕분에 일단 두 개의 안락사는 면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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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매카덤 씨만의 일일까요? CNN 취재팀이 미국 15개 도시를 조사해 봤습니다. 애완동물을 상대로 영장이 발부된 사례가 수천 건에 달했습니다. 혐의(?)에 따라 들어가는 비용도 제 각각이었습니다. 개가 너무 짖는다는 이웃의 신고로 영장이 발부된 경우도 있었고, 애완 고양이가 목줄 없이 길거리를 다녀 아이를 위협했다고 체포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스탁턴에 사는 터게트 씨는 비용 180달러 (20만 원)을 내지 못할 만큼 형편이 어려워 결국 애완견을 안락사 시켜야 했습니다. 어떤 혐의인지는 모르겠으나 비용으로 볼 때 매우 사소한 이유로 개를 잃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 사는 바스케즈 씨는 역시 비용이 모자라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만 되찾아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럼 매카덤 씨 사례로 되돌아 가보겠습니다. 다행히 제이크와 루시, 두 개는 마음씨 좋은 판사를 만나 일단 집안에 구금한다는 조건으로 매카덤 씨 가족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목줄을 항상 매고 있어야 하고 밖으로 외출할 경우에는 입에 재갈을 물린다는 조건이었습니다. 또, 이런 사연이 CNN에 보도된 뒤 일종의 '바게닝 딜'을 통해 '위험한 개'라는 혐의는 풀리게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매카덤 씨가 쓴 1천만 원이 넘은 돈은 되찾아올 수는 없습니다.
 
취재파일
 
"그래도 우리 제이크와 루시는 살렸잖아요. 그 돈을 쓰지 않았더라면 우리 두 개가 억울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겠죠. 저희는 집행관이 저희 집에 들어와 제이크와 루시를 끌고 나가 죽이게 할 수는 없었어요." 매카덤 씨 말입니다. 제이크와 루시, 두 개의 최종 운명은 미국 시간으로 오는 금요일에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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